"6년 전 민주당 기획한 '로드맵'대로 경영진 교체""정권·국가기관이 공모‥ 방송독립성 짓밟은 재난"
  • 2017년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찬회에서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방법을 담은 괴문서가 배포된 후 실제로 문건에 적힌 내용대로 방송사 수뇌부들이 차례로 축출됐던 '흑역사'가 6년 만에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8일 이른바 '민주당 언론장악 문건'의 최대 피해자인 김장겸 전 MBC 사장과 고대영 전 KBS 사장이 해당 문건을 모의·작성·실행한 관련자 모두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하면서 △'자유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이 같은 문서가 작성된 경위와 함께 △대체 누가 이런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실행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

    이날 김 전 사장 등의 고소를 두고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이 사건은 정권과 국가기관, 특정 이념의 단체들이 공모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짓밟은 정치적 재난이었다"며 "지난 일이라고 방관하면 독초의 뿌리처럼 언젠가는 재발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정의를 세워 민주주의를 해하려는 기도를 예방해달라"고 당부했다.

    MBC노조는 "6년 전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공유했던 문건에는 총 9단계의 '방송장악 로드맵'이 담겨 있었다"며 이 계획은 △방송사 구성원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사장·이사진 퇴진운동 전개 △'국민감사' 청구 추진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리·감독 권한 활용 등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이 문서의 내용은 실제로 이행됐다"고 강조한 MBC노조는 "우선 2017년 9월 4일 언론노조 MBC본부가 총파업에 들어갔다"며 "해당 문건은 '전국적 동시다발적으로 궐기대회와 서명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명시했는데, 이 또한 그렇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C노조는 △2017년 9월 5일 '3대 언론학회' 소속 학자 400여 명이 MBC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같은 날 충북지역 35개 시민단체들이 MBC 총파업 지지 기자회견을 개최하는가 하면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전북 시민단체들, 부산의 57개 단체와 전교조 보건의료노조 공무원노조의 원주지부들, 민주노총 전남본부가 각각 9월 6·7·8일 MBC 총파업 지지를 선언한 사실을 되짚었다.

    MBC노조는 "이어 '야당 측 이사들 괴롭히기'도 본격화됐다"면서 "2017년 9월 7일 방문진 이사인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가 사퇴했는데, 그날 경향신문은 '학계 후배들의 간곡한 설득이 유 이사가 사퇴를 고민하게 만드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당시 유의선 이사는 '간곡한 설득'이 아니라, '허위 날조된 인신공격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고 호소했다"고 밝힌 MBC노조는 "그해 10월 18일 목원대 총장이었던 김원배 방문진 이사도 '(부인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다.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며 방문직 이사직을 사퇴했다"고 상기했다.

    MBC노조는 "그렇게 방문진의 여·야 비율을 바꾸더니, 결국 김장겸 MBC 사장을 해임하고 민주노총 언론노조 MBC본부장 출신이 경영권을 장악했다"며 "이에 유의선 전 방문진 이사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의 공영방송 장악 문건이 사실인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문건 자체는 민주당 전문위원이었던 안모 씨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 전문위원이 문재인 정권의 '언론공작 총책'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단정한 MBC노조는 "언론독립과 방송독립을 위해 그 '보이지 않는 더러운 손'을 반드시 찾아내 문책해야 한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언론장악 문건'의 전말이 드러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