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지원금 놓고도 이견… 원내대표 "10만원 결정" vs 정책의장 "10만원 논의"국민의힘 총괄하는 투톱 '신경전' 노출… '러닝메이트제' 폐지되자 묘한 갈등
  •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대출 정책위의장.ⓒ이종현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대출 정책위의장.ⓒ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묻지마' 범죄 등 각종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는 와중에 윤재옥 원내대표와 박대출 정책위 의장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박 정책위 의장이 주도한 회의 내용을 원내 상황을 총괄하는 윤 원내대표가 인지하지 못하는 등 불협화음이 계속되면서 내년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정책위 의장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림역 살인사건 직후, 국민의힘은 비공개 당·정 회의를 갖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며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한 부분은 경찰의 치안업무 강화"라고 밝혔다.

    당에서는 경찰 인력의 순찰 방식이 아닌 강남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상시로 근무하는 거점 배치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 회의가 언제 열렸고 무슨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제가 알지 못한다. 정책위 의장에게 확인해보면 될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묻지마 범죄는 최근 사회 전반에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을 비롯해 분당 서현역 등 전국 곳곳에서 이른바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고, 모방범죄로 보이는 예고 글까지 잇달아 올라오면서 전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당·정 회의는 정책위 의장이 주도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원내 상황을 총괄하며 각 상임위원회에 소속된 국회의원 등에 대응방향을 제시하는 원내대표가 주요 현안을 두고 당과 정부가 논의한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 도중 묻지마 범죄와 관련해 "행정안전위원회 차원에서 당·정(회의)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정책위 의장은 경남 진주 일정으로 지역에 머물렀고, 회의 명칭은 '당·정'이 빠진 '묻지마 범죄 관련 대책회의'로 진행됐다.

    지난 3일 폭염 취약계층인 어르신 대책에서도 두 사람의 메시지가 다르게 나왔다. 윤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한 경로당 무더위쉼터를 방문해 "오늘 어르신들 뵙는다고 아침에 당에서 회의했다"며 "폭염대책에 쓰시라고 전국 6만8000개 경로당에 10만원씩 특별지원하기로 정부와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한 이날 경로당 방문은 오전 11시15분쯤 종료됐다. 그러나 박 정책위 의장은 같은 날 오후 1시21분 페이스북에 "올여름의 이례적 폭염에 따라 전국 경로당에 10만원씩 더 특별지원하자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썼다.

    이미 윤 원내대표가 어르신들을 만나 정부와 협의한 지원대책을 알리고, 언론이 이를 보도한 이후에도 박 정책위 의장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이른바 '뒷북'을 친 것이다. 박 정책위 의장은 다시 2시간 뒤인 오후 3시25분 "협의를 마쳤다"고 수정했다.

    원내 상황을 총괄하는 원내대표와 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을 발굴하는 정책위 의장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메시지를 다르게 낼 경우 당의 정책방향에 혼선을 줄 수 있고 이는 곧 총선을 앞두고 상대 당에 빌미를 주고, 유권자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 악재로 흘러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 사이에 엇박자가 나는 것은 '러닝메이트' 제도 폐지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존에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이 팀을 꾸려 원내대표선거에 나서는 이른바 '러닝메이트' 제도는 2021년 4월22일 당헌이 개정되며 15년 만에 폐지됐다. 국민의힘은 당헌 55조 2항의1 '의원총회에서 정책위 의장을 선출한다'를 삭제하고, 68조 3항을 '정책위 의장은 당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 임명한다'고 개정했다.

    이 조항을 폐지하면서 정책위 의장 임명과 원내대표 선출 일정에 엇박자가 생겼다는 것이 여권의 지적이다. 박 정책위 의장은 김기현 대표가 당선된 지 얼마 안 된 지난 3월27일 정책위 의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당시 원내대표는 주호영 의원이었다.

    이후 4월7일 윤 원내대표가 선출됐는데, 당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임명한 박 정책위 의장은 윤 원내대표의 의중이 담기지 않은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원내대표가 선수가 높고 선배였는데, 윤 원내대표와 박 의장 모두 3선"이라며 "선출에 엇박자가 나면서 (현 상황이) 좋지 않게 비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