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비판 확산에 윤리위 징계 절차 착수하자 논란 나흘 만에 고개 숙여"재난대응 매뉴얼 위반 없었지만, 부적절했다는 지적 겸허히 받아들여"
  • ▲ 홍준표 대구시장.ⓒ뉴데일리DB
    ▲ 홍준표 대구시장.ⓒ뉴데일리DB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이 집중호우로 일부 지역에서 물난리가 난 지난 주말 골프 논란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당 내부에서 비판여론이 확산하고 당 윤리위원회가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위기감에 끝내 고개를 숙인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시장은 19일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수해로 상처를 입은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골프를 친 것이) 주말 일정이고 재난대응 매뉴얼에 위배되는 일도 없었다"면서도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대구 팔공CC에서 골프를 치다 비가 내려 중단했다. 홍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대구시는 여름철 자연재난 종합대책에 따라 비상 2단계 체제로 행정부시장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총괄, 관리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내 비판에도 주말 개인일정 등을 이유로 사과에 선을 그었다. 홍 시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국 수해 속 골프를 친 사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질문에 "눈높이에 맞게 질문하라.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주말에 그런 것으로 계속 시비 걸러 벌떼처럼 덤빈다"고도 했다.

    그러다 논란 나흘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은 당 윤리위원회가 징계 검토에 착수하는 등 문제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오는 20일 오후 4시30분 회의를 열고 홍 시장의 수해 당시 골프 논란과 관련해 '징계 절차 개시 여부의 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사실상 징계 절차를 밟는 것으로 징계 개시가 의결되면 당사자의 소명을 들은 후 징계수위가 결정된다.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22조는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에는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6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윤리위원회는 '수해 골프'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홍문종 전 경기도당위원장을 당에서 제명한 바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의 사과에 대해 "나흘이 지난 뒤 발표한 것은 만시지탄"이라면서도 "사과하셨기 때문에 윤리위 판단에 어느 정도 참작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