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회장 이해충돌 문제로 사임… KBS는 굵직한 비위에도 버텨"신현덕 "부러울 지경… 사실 확인은 서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 신현덕 전 경인방송 대표가 뉴스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 영국 공영방송사인 BBC 경영진과 보도국이 보인 태도와 KBS를 비교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신 전 대표는 지난 6월30일 자유칼럼그룹에 기고한 'KBS의 조치를 BBC에 비춰본다'는 제목의 글에서 "영국 BBC의 보도진과 경영진의 책임지는 모습이 우리 공영방송 현실과 엄청 다르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신 전 대표는 먼저 지난 4월 리처드 샤프 BBC 회장이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대출을 도우며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지자 자진사임한 일화를 언급했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의 리처드 샤프 회장이 이해충돌 규칙을 두 번 위반한 혐의로 자진사임했다"며 "필자가 보기에는 정말 하찮아 보이는 이유다. 더욱 놀라운 것은 누구도 그를 옹호하거니 말리지도 않았다"고 신 전 대표는 전했다.

    신 전 대표는 "워낙 굵직한 비위 내용에도 고래 심줄처럼 버티는 우리나라 공영방송인 KBS(한국방송공사) 인사들을 봐서 그런지 놀랄 지경이었다"면서 "BBC의 일처리를 보며 KBS의 처사를 돌아봤다. BBC의 공정함에 수긍하면서 일면으로는 부럽기조차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 전 대표는 "BBC를 비난하던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도 날아갔다"며 "샤프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비난의 의미가 담긴 것처럼 보이는 만화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리면서 가디언이 인종차별을 했다는 비난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가디언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제기된 관심 사안을 이해한다. 이 만화는 우리의 편집 기준에 맞지 않아 우리 웹 사이트에서 없애기로 결정했다. 가디언은 샤프 씨와 유대인 커뮤니티, 그리고 감정이 상한 이들에게 사과한다'고 발표하고 만화를 웹 사이트에서 지웠다"고 전한 신 전 대표는 "가디언도 BBC만큼이나 상큼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평가했다.

    신 전 대표는 "주목할 것은 만화를 그린 작가가 샤프 회장과 함께 공부한 학교 동창이라는 점"이라며 "그는 오로지 마감시간을 지키기 위해 서둘렀으며 불쾌감을 주거나 편견을 포함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대변인과는 별도로 개인적으로 사과했다. 샤프 회장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작가의 업무 태도가 영국언론의 다른 면을 보여준 셈"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대표는 2015년 BBC가 한 남성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발언한 것을 의혹의 당사자(알리스터 매칼파인 상원의원)에게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방송해 큰 물의를 빚었던 사례도 언급했다.

    그 보도는 "상대를 착각했으며, 사실이 아니었고, 일종의 조작방송"이었으며 "BBC는 명예를 훼손당한 매칼파인 상원의원에게 18만5000파운드(약 3억2000만원)라는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했고, 취임한 지 54일밖에 안 된 사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는 것이다.

    또 "2003년에는 BBC의 한 기자가 영국정부가 이라크전쟁을 정당화하는 방법으로 정보를 조작했다는 취지의 방송을 내보냈다"며 "이라크가 45분 이내에 대량살상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보기관 보고서에 삽입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었다"고 언급한 신 전 대표는 "이 방송 내용이 영국 국내 및 국제문제로 비화됐고,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조사한 결과 다음해 잘못된 기사로 판명됐다"면서 "이에 BBC 이사장과 사장이 동시에 사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전 대표는 "우리나라로 돌아와본다. KBS는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 정치인들의 발언을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전달만 한다"며 "처음 한 번은 모를까, 계속되는 상황임에도 사실 확인은 서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신 전 대표는 이어 "동해안에서 초병의 안내에 따르지 않은 민간인에게 공포탄을 발사했다는 뉴스에는 '과잉?'이라는 자막을 함께 내보냈다"며 "초병의 대응이 잘못인 것 같은 취지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고 꼬집었다.

    신 전 대표는 "이번 보도는 이라크에서 미군 초병에게 모욕을 당했다던 KBS 기자 이야기의 연속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당시 초병의 지시에 따르지 않자 초병이 기자를 향해 실탄이 장전된 소총으로 조준의 자세를 취했고, 땅에 엎드리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도 과잉이라고 항의하다가 없었던 일로 끝냈다"고 했다.

    "민노총 간부의 고공시위를 진압하던 경찰이 과잉대응한 것 아니냐던 취지의 기사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신 전 대표는 덧붙였다.

    신 전 대표는 "KBS 내부로부터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된 뉴스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 민노총과 관련된 간첩단 기사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비난,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구성원의 목소리 등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다"며 "​과문한 탓인지 위 뉴스의 제작 과정에 관여했던 보도본부 인사들, 전파를 내보낸 KBS가 직접 조치를 취했다는 보도를 접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신 전 대표는 "더더구나 전파를 송출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경영진과 이사진의 사과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영국 BBC의 보도진과 경영진의 책임지는 모습이 우리 공영방송 현실과 엄청 다르다. 공영방송의 발전을 위한 반면교사가 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