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은 취소했지만 다른 처벌방식 가능성 검토러 국방부, 바그너 장비 인수… 반란 미참여 용병 채용해 그룹 흡수 수순
  • ▲ 지난 2011년 11월 11일(현지시각) 모스크바 외곽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 중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음식을 건네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 지난 2011년 11월 11일(현지시각) 모스크바 외곽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 중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음식을 건네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그룹이 받아간 정부 지원금 2조5000억원의 용처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을 취소했지만 사실상 다른 방식으로 처벌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반란 진압에 참여한 군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국은 바그너와 수장에게 지급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지원금을 훔쳐 간 사람이 없길 바란다. 훔쳤더라도 그 액수는 적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는 바그너의 재정 전체가 완전히 국가에 의해 보장됐음을 여러분이 알길 바란다"며 "우리는 국가 예산과 국방부를 통해 이 그룹의 자금을 전액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5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바그너는 러시아 국방부로부터 860억 루블(약 1조3150억원)을 인건비로 받아갔다"고 했다. 또한 "국가가 사실상 바그너의 유지를 맡았음에도 콩코드 기업의 소유주(프리고진)는 군에 음식을 공급하고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연간 800억 루블(약 1조2230억원)을 벌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이 성공했더라면 러시아의 적들은 분명히 이를 이용했을 것이고, 최근 수년간의 많은 성취들도 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군은 반란에 함께 맞섰고, 반란은 국민과 군의 지지를 절대 얻지 못했다"며 "반역에 휘말린 이들은 국민과 군이 그들과 함께하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성명을 통해 무장반란에 대한 수사 종결을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사실상 바그너그룹을 흡수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국방부는 바그너의 대형 군 장비를 정규군에 인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바그너 용병들과 공식적으로 채용계약을 맺을 방침이다.

    한편,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과의 합의대로 벨라루스로 이동했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만약 바그너가 연쇄 살인범들을 벨라루스에 주둔시킨다면, 모든 인접국은 훨씬 더 큰 불안정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 중 80%가 '6개월 복무 후 석방'을 조건으로 참전한 러시아 교도소 수감자 출신인 데 대한 우려다.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 사이를 중재했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에 있다"며 "벨라루스 땅 안에서 바그너는 도발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