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7' 남성 앵커, '尹 순방' 소개하다 '말실수'제작진, 2시간 뒤 '뉴스9' 통해 방송사고 시인‥ 사과공영방송서 황당한 방송사고 多‥ 신뢰도 하락 부추겨
  • ▲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베트남 순방길에 오른 소식을 보도한 KBS '뉴스7'.
    ▲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베트남 순방길에 오른 소식을 보도한 KBS '뉴스7'.
    최근 국내 양대 공영방송사가 사실관계가 틀린 자막을 내보내거나 생방송 중 앵커가 실언을 하는 등 황당한 '방송사고'를 연달아 저질러 시청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특히 일부 방송의 경우 방송사고를 내고도 이를 슬쩍 고친 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떼는 모습까지 보여,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허위 멘트' 지적 나오자, 앵커화면 '도둑 교체'


    지난달 18일 KBS '뉴스9' A앵커는 <경찰 "건설노조 집회, 강력 처벌" 천명… '자의적 해석' 논란도>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소개하면서 "경찰은 며칠 전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를 불법이라고 못박고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집회시위법에 어긋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고, 경찰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멘트는 사실과 달랐다. 이날 경찰은 백브리핑을 통해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의 어떤 행위들이 집시법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인 사례까지 제시했다.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기자는 '불법집회 전력이 있으면 (향후) 유사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경찰 방침을 두고 "기본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고 보도했으나, A앵커는 경찰이 지난 16~17일 있었던 건설노조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어떤 부분이 집회시위법에 어긋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는 왜곡된 발언을 한 것.

    이후 사내 보도게시판에 A앵커의 인트로 멘트가 사실과 다르다는 글이 올라오자, KBS는 지난달 19일 오후 10시 41분 A앵커가 멘트를 수정한 모습을 재녹화한 '앵커멘트 화면'을 해당 리포트의 인트로에 끼워 넣었다.

    A앵커는 이날 방영된 '뉴스9'에서 클로징 멘트(오후 10시 7분경)를 통해 "어제 9시 뉴스에서 건설노조 집회를 경찰이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것과 관련해 어떤 부분이 불법인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전해드렸는데, 이는 불법 집회 전력이 있으면 유사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경찰 발표 내용에 한정된 것임을 밝혀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제작진은 해당 온라인용 기사 하단에 <[알립니다] 앵커멘트에 다소 보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멘트를 수정, 보완한 뒤 이를 재녹화해 영상을 교체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했다(최종 수정일: 5월 23일 오후 4시 15분).

    尹 나오는데 "김의철 사장은"… 방송사고 내고 '몰래 수정'

    지난 8일 방영된 MBC '뉴스외전'에서 B아나운서는 단신 기사들을 소개하면서 기사 세 개를 섞어서 읽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날 B아나운서는 '윤석열 대통령 반도체 국가전략회의 주재' 기사를 읽다가, 영상이 바뀌지도 않았는데 두 번째 문장부터 '김의철 KBS 사장 기자회견' 기사를 읽었다.

    B아나운서가 김 사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하는 동안 방송 화면이 윤 대통령의 모습에서 김 사장의 기자회견 장면으로 바뀌었지만, 화면 하단에는 윤 대통령의 반도체 국가전략회의 자막이 그대로 나갔다.

    그런데 B아나운서는 난데없이 '전국철도노조 철도 민영화 반대' 기사를 읽다가 다시 윤 대통령 기사를 읽고, 마지막으로 철도노조 기사로 돌아가는 등 실수를 연발했다. 이 같은 실수는 거의 1분 동안 지속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편집부는 방송사고를 낸 것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고, 마치 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6월 8일 방영된 뉴스외전의 단신 세 개를 재녹화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러한 사실이 동아일보 보도로 알려지자 MBC는 "담당 아나운서가 뉴스 원고를 잘못 읽어서 일어난 방송사고로 파악하고 있다"며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내대표→원내대변인'‥ 오보 내고 '재탕'까지


    지난 12일 MBC 낮 12시 뉴스는 <'돈 봉투 의혹' 윤관석·이성만 체포안 표결>이라는 제목의 첫 번째 리포트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발언 장면을 방영하면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라는 틀린 자막을 내보냈다.

    또한 구속된 사람이 7명이 아니라 1명이었는데도 MBC 뉴스는 <'반도체 공장설계도' 중국 빼돌린 7명 구속>이라는 잘못된 자막으로 세 번째 리포트를 보도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담당 데스크가 인지하지 못하면서 이날 오후 2시에 방영된 '뉴스외전'에서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라는 틀린 자막이 버젓이 방영됐다.

    또한 이날 오후 5시 뉴스에서도 7명이 구속됐다는 잘못된 자막이 그대로 방영됐다.

    뒤늦게 방송사고가 일어난 사실을 깨달은 뉴스룸 주간뉴스센터는 사고를 낸 것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고, 인터넷 홈페이지 다시보기에서 해당 자막을 고치거나 문제가 된 리포트를 통째로 드러냈다.

    '부산엑스포→북한엑스포'‥ 생방송 중 대형 말실수

    지난 19일 KBS '뉴스7' C앵커는 <윤 대통령, 프랑스서 부산엑스포 유치전…베트남 국빈 방문도>라는 리포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엑스포 유치 등을 위해 프랑스·베트남 순방길에 오른 소식을 전하면서 '부산엑스포'를 '북한엑스포'라고 잘못 읽었다.

    그러나 남은 시간 동안 사과나 정정보도를 하지 않고 뉴스를 마무리한 제작진은 이어진 '뉴스9'를 통해 C앵커가 방송사고를 낸 사실을 알리고 사과 입장을 밝혔다.

    '뉴스9' A앵커는 이날 오후 9시 13분경 "앞서 7시 뉴스에서 대통령의 순방 소식을 전하면서 남성 앵커가 '부산엑스포'를 '북한엑스포'로 잘못 말한 점 사과드리고 '부산엑스포'로 바로잡는다"고 말했다.

    이튿날 해당 사고를 지적한 기사가 나오자 KBS 보도본부는 "지난 19일 오후 7시 KBS '뉴스7' 방송 도중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베트남 순방 소식을 보도하면서 남자 앵커가 멘트 앞부분에서 '부산엑스포'를 '북한엑스포'로 잘못 말했다"며 "다만 이어지는 문장에서는 '부산'으로 제대로 전했다"고 사실관계를 밝혔다.

    이어 "제작진은 뉴스를 이후 발음을 잘못한 것 같다는 부서 내 직원 지적에 따라 이를 확인했고, 그 결과 실제 발음을 잘못한 것을 파악해 바로 다음 뉴스인 '뉴스9'에서 사과 및 정정 멘트를 하고 인터넷 다시보기를 수정했다"고 부연했다.

    "오류 발견했을 때 바로 수정하는 게 공영방송 저널리즘"


    실제로 제작진은 지난 19일 오후 8시 18분경 문제가 된 '앵커화면'을 교체한 뒤 해당 온라인용 기사 하단에 <[알립니다] 앵커멘트 첫 문장에서 '부산'을 '북한'으로 오독하여 재녹화 뒤 대체했습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KBS 보도본부는 "(해당 멘트를 수정하고 사과하는 사이) 시청자 지적이나 항의 전화는 한 통도 없었다"며 "일부 기사에서 '시청자 항의가 빗발쳤음에도 불구하고 정정,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류를 발견했을 경우 가장 신속하고 솔직하게 수정하는 것이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기본이라고 보고, 이를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 보도본부는 "이번 오류를 빚은 데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