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마-1형'에 사용한 백두엔진, ICBM '화성-15형'에도 탑재문제 해결 위해 동일 엔진 발사체인 ICBM 시험발사할 가능성
  • ▲ 지난달 16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 개발 현장을 찾은 김정은과 김주애. 군사정찰위성 추정 물체도 함께 보인다. ⓒ연합뉴스
    ▲ 지난달 16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 개발 현장을 찾은 김정은과 김주애. 군사정찰위성 추정 물체도 함께 보인다. ⓒ연합뉴스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기간이 지난 11일로 만료되면서 향후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실패한 발사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5월31일 오전 6시29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로켓 1발을 발사했다. 이 발사체는 오전 8시6분쯤 서해 어청도 앞 200km 해상에 추락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곧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 사고 발생'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날 오전 6시27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실은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이 추진력을 상실해 서해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다음날인 6월1일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군사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 궤도에 정확히 진입해 임무 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앞서 북한은 IMO에 "5월31일 0시에서 6월11일 0시에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은 예고 첫날 '천리마-1형'을 발사했다. 군과 정보당국은 해당 기간에 추가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지난 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예고했던 기간 내에 또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까지 북한의 추가 발사는 없었다.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역시 따로 언급할 만한 추가 동향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아직 발사체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2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동창리 발사 관련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긴밀한 공조하에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 대비를 하고 있고, 해당 지역을 중점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언급한 '천리마-1형'은 액체연료 기반의 '백두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의 ICBM인 '화성-15형'도 이 백두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이번 발사 실패와 관련해 북한은 천리마-1형에 도입한 신형 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만큼, 문제 해결을 검증하기 위해 '천리마-1형'이 아닌, 기존 ICBM을 발사해 시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럴 경우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설사 실패하더라도 이를 감출 수 있을 뿐더러 ICBM의 안전성과 신뢰성도 확보할 수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 신승기 연구위원은 "보통은 더미 탄두나 더미 위성을 탑재한 상태에서 추진체계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한 뒤 보조위성이나 실제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누리호도 마찬가지였다"면서 "북한의 '천리마-1형'은 한 번도 시험발사를 해보지 않았다. 발사체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만 다시 쏘아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시간에 쫓기는 북한으로서는 누리호처럼 여러 차례의 시험발사를 거치지 않고 '천리마-1형'을 발사할 가능성도 공존한다. 누리호는 세 차례 발사 만에 성공했다.

    이미 우리나라가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상황이라 자존심을 구긴 북한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올해 안에 어떻게든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한 뒤, 군사정찰위성을 우주 궤도에 진입시키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그렇기에 누리호처럼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계를 생략한 채 발사에 집착할 수도 있다. 여분의 '천리마-1형'과 '만리경-1호'는 실패에 대비해 사전에 준비해뒀을 가능성이 크다. 다음 발사 시기는 9월 전후로 예상된다.

    신 위원은 "누리호에 문제가 생겼을 때 8개월 정도가 지난 다음에 발사됐다. 단순하게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꼼꼼하게 점검하다보면 그 정도의 시간이 당연하게 필요하다"며 "북한은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해서 2차 발사를 완벽하게 성공시켜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 위원은 "북한은 2단에서 연소가 안 됐다고 밝혔으나, 그것은 내부를 뜯어봐야 하는 문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 개선책이 모두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신이 난 북한이 위성과 탄도미사일의 다른 부분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들을 너무 과신해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발사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 ⓒ연합뉴스
    ▲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발사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