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도 들고 있는 노동자 포착돼… 경찰 다가서자 쇠파이프 휘둘렀는데민주당 "노동자 곤봉으로 두들겨 패"… 국회뿐 아니라 장외투쟁도 검토민주당 건설노동자 탄압 TF 출범… TF 확대해 노동운동 전반 살피기로
  •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건설노동자 탄압 TF 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건설노동자 탄압 TF 1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건설노동자 탄압 TF 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건설노동자 탄압 TF 1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을 규탄하며 대응 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건설노동자 분신 사망으로 촉발된 당내 기구지만, 전남 광양제철소 불법시위 진압 과정에서 다친 노동자 등도 정부의 '탄압'이라고 보고 TF를 확대해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당내 각종 사법 리스크 국면 전환을 위해 '탄압 딱지'를 붙이는 것이라며 정당한 공권력에 무력으로 대항하는 노조의 불법행위를 방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두들겨팼다" "무차별 폭력" 경찰 진압 규탄

    민주당은 2일 국회에서 '윤석열정부 건설노동자 탄압 및 과잉수사 대응 TF' 1차 회의를 열었다. TF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함께해 대응책을 내놓기로 했다.

    민주당은 회의에서 플라스틱 경찰봉을 곤봉으로 표현하고, 전남 광양 불법시위 현장에서 압수된 정글도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광양에서 경찰관이 노동자에게 무차별적으로 곤봉을 휘둘러 유혈사태가 벌어졌다"며 "노동자를 전쟁에서의 적으로 간주하고 대응하는 정권의 태도에 걱정된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TF 단장을 맡은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경찰이 노동자를 곤봉으로 두들겨패는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고 언급했다. 

    진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건설노조 탄압에 대응하기 위한 TF인데, 광양사태에서 보듯 노동운동 전반으로 정부 탄압이 확대됐다"며 "TF 확대개편을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TF 회의에서는 주무부처 장관에게 정치적 책임을 강하게 묻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대정부질문, 국회 상임위원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등에 집중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회에서의 투쟁뿐만 아니라 장외투쟁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의견이 나와 앞으로 상황을 보면서 일정을 잡아나가기로 했다.
  • ▲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가 손에 정글도를 들고 있다.ⓒ연합뉴스
    ▲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가 손에 정글도를 들고 있다.ⓒ연합뉴스
    방어용으로 사용했다는 쇠파이프에 경찰 부상으로 병원행

    전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5월31일 오전 5시30분쯤 전남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높이 7m의 철제 구조물(망루)을 설치하고 고공농성 중이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김준영 사무처장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사다리차 2대를 이용해 망루에 접근했고, 김 사무처장은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저항했다. 이에 경찰은 플라스틱 경찰봉으로 김 사무처장을 제압하고 허리띠에 안전고리를 채운 뒤 망루에서 내려왔다.

    격하게 반발하던 김 사무처장은 머리에 출혈이 발생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해당 농성 현장에서 길이 42cm의 정글도와 쇠파이프·석유통 등을 압수했다.

    한국노총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준영 사무처장은 정글도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았고, 쇠파이프도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 망루에서 뜯어낸 것이며 방어용으로만, 그리고 방패 등에만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 등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처음에 방패를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던 김 사무처장은 경찰이 가까이 접근하자 속도를 높여 양쪽으로 번갈아 휘둘렀다. 경찰관 3명도 이 과정에서 쇠파이프 등에 맞아 어깨·손 등에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김 사무처장이 쇠파이프를 놓치자 경찰은 즉각 경찰봉 사용을 멈추기도 했다.

    김 사무처장이 망루 꼭대기에서 검거됐지만, 같은 날 바로 아래에서 한 손에 정글도를 든 그의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與 "이재명, 노조의 폭력저항 부추기는 행위"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이 경찰 과잉진압 프레임을 씌우자 여권은 폭력집회에 동조하는 발언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이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국면 전환을 위해 불법집회 진압에 나선 공권력에 무력으로 대항하는 노조의 행동을 감싼다는 지적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는 '야만과 폭력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의심하는 분들이 계신다'고 망언을 퍼부었다"며 "정글도 시위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은 공당의 대표로서 무지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안전장치 하나 없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고공농성을 하던 간부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도 이 대표가 과잉진압 운운한다면 불법을 방조하는 행위이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언행"이라고 질타했다.

    이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불법시위를 시작하고 폭력으로 대응한 노조가 아닌 정당하게 대처한 경찰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이야말로 노조의 폭력적 저항을 부추기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사안을 바라보는 공당 대표의 인식수준이 참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주당에 묻는다. 불법을 방치하자는 말이냐. 불법의 온상이 된 민주당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불법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유지하는 동력"이라며 "이제라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불법과 결별하기 바란다. 더이상 '탄압 딱지'로 국민을 속이려 들지 말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