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진화포럼, '한강의 기적' 남덕우 전 총리 10주기 추모 토론회 개최'한국경제의 도전과 대응'… 현오석 전 부총리 등 주요 원로들 참석"문재인정권 5년 동안 한국경제 기반 20년 전으로 퇴보했다"
  • ▲ 한국선진화포럼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의 도전과 대응'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이봉서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이 연단에 나와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서성진 기자
    ▲ 한국선진화포럼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의 도전과 대응'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이봉서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이 연단에 나와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서성진 기자
    '한강의 기적'을 이끈 남덕우 전 국무총리 10주기를 맞아 한국선진화포럼이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선진화포럼은 31일 오후 3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의 도전과 대응'을 주제로 제121차 토론회를 열었다.

    이봉서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도와 부강한 대한민국 경제의 기반을 만드신 지암 남덕우 국무총리 10주기를 맞이해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개최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축사를 맡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세미나가 정말 좋은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축하한다"고 말했다.
  • ▲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서성진 기자
    ▲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서성진 기자
    현오석 "미움과 향수에서 벗어나 혁신·형평·경제안보 세워야"

    이후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의 기조강연이 진행됐다. 현 전 부총리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도 이제 1년이 지나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삼각파도에 직면해 있다"며 "우크라이나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점철되는 경제안보시대의 도래와 팬데믹에 따른 투자 및 소비 위축이 지속되는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거시경제도 고금리, 고인플레, 금융기관 파산 등 시장의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 전 부총리는 글로벌 경제의 대변혁기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프레지던트노믹스(presidentnomics)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바이든노믹스가 있듯이 단순한 선거공약의 연장이 아닌 경제정책 청사진이 분명하게 제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새로운 정책환경에 맞서 일관성 있고 효율적인 카드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 핵심은 정책경쟁력"이라는 것이다.

    현 전 부총리는 포스트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프레지던트노믹스를 위해 경제정책 담당자가 '막연한 미움과 향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움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념과 진영을 떠나 접근하는 것"이고 "향수에서 벗어나는 것은 과거의 성공 경험에 갇히지 말고 바뀐 세상을 직시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 전 부총리는 이어 "새로운 정부의 프레지던트노믹스는 미움과 향수에서 벗어나 혁신과 형평 및 경제안보라는 세 축을 기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 ▲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서성진 기자
    ▲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서성진 기자
    신세돈 "지난 5년 동안 한국경제 기반이 20년 전으로 퇴보"

    토론의 좌장을 맡은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지난해에도 이 자리에서 수출, 수출, 수출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지금 우리는 수출 목적도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2015년 이후 우리나라 수출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위기는 예전의 위기와는 또 다른 차원"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지난 5년 동안 한국경제 기반이 20년 전으로 퇴보한 것 같다"며 "남덕우 총리가 서거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의 여러 축이 부러졌다"고도 주장했다.

    발제는 권남훈 건국대 교수가 맡았다. 권 교수는 한국경제의 진화에 따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1997년 이전인 고성장기에나 적합했던 성공 공식의 상당부분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뿌리 깊은 관치와 내수산업에 대한 이중적 시각, 대학입시 과몰입, 사교육 과열 등을 예로 들었다.

    권 교수는 "양적인 선진화는 됐으나 질적인 변화에는 한계가 노출됐다"며 "현재 겪고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한 경고음은 이미 예전부터 울려왔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특히 "지난 정부는 포퓰리즘적 접근으로 문제를 오히려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예로 권 교수는 "소득주도성장론에 기반한 최저임금 급상승 및 공공 일자리 확대로 인해 사업 여건이 악화했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실패했다"며 "대안 없는 탈원전정책으로 관련 산업 기반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윤석열정부의 지난 1년을 두고는 "방향성의 전환에는 상당부분 성공을 거뒀다"고 봤다. 다만 "아직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며, 지속적 추진이 필요하다"며 "중장기 전략 수립과 체질 전환, 구조 개혁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당면한 대외 여건 악화의 극복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저출산고령화의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국민 모두, 특히 청년에게 미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가 △글로벌 질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 3대 중·장기 도전과제를 제시하며 참석자들에게 대응방향을 물었다.
  • ▲ 권남훈 건국대 교수. ⓒ서성진 기자
    ▲ 권남훈 건국대 교수. ⓒ서성진 기자
    박정수 "저출산고령화, 외국인 인재 유치로 대응해야"

    첫 토론자로 나선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심화'에 따라 "우리 경제의 경쟁력인 다이내미즘, 신속성, 유연성, 변화 수용성이 저하된다"며 "이는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이를 외국인 인재 유치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식 기반 산업경쟁력 유지에 필요한 인력을 유치해야 한다"며 "외국인유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문화 체득, 정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어 "대부분의 고용이 저생산성·저임금 소기업에 집중돼 있다"며 "비교국이 대부분 개선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오히려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및 임금격차도 상대적으로 크다"며 "차라리 중소기업정책을 기업성장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저생산성 영세기업이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 정책 실효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민세진 "과제 지속성에 비해 정권·입법부 연속성 현저히 낮아"

    민세진 동국대 교수는 "3대 중장기 도전 과제에 공감한다"면서도 "과제의 지속성에 비해 정권 및 입법부의 연속성이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범 부처적 고민 및 협조가 필요함에도 거버넌스가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본질적인 접근 방법들의 대중성도 현저히 떨어진다"며 "예컨대 저출산고령화위원회의 성과 평가를 시작으로 거버넌스 이슈의 개선 방향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중성이 떨어지는 접근 방법의 경우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 김동호 중앙일보 경제에디터. ⓒ서성진 기자
    ▲ 김동호 중앙일보 경제에디터. ⓒ서성진 기자
    김동호 "재도약 위해 자세 고쳐야… 정치논리가 앞서면 경제는 뒤로 간다"

    김동호 중앙일보 경제에디터는 "고도성장에 취해 한국은 실존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과도한 정치논리가 경제 시스템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짚었다.

    김 에디터는 "무분별한 재정 포퓰리즘으로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섰고, 고령화와 저출산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았다"며 "설상가상으로 한국경제의 견인차이자 버팀목인 수출이 비상이다. 2022년 세계 무역에서 한국의 수출 비중은 2.7%로 쪼그라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에디터는 "윤석열정부에서도 경제 재도약을 위한 여러 개혁을 선언했지만, 가시적인 진전이 없다"며 "역시 관건은 실천이다. 그렇다면 기본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에디터는 세 가지 자세를 제시했다. "첫째는 설익은 선진국 증후군에서 벗어나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둘째는 한국경제 재도약에 필요한 비전을 향해 구체적인 과제를 차질 없이 실천하는 노력이다. 셋째는 포퓰리즘과의 단절"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에디터는 "무엇보다 들뜨지 말아야 한다"며 "한국의 G8 논의가 나올 만한 경제적 위상을 갖춘 것은 사실이나 한국은 기축통화국도 준기축통화국도 아니고, 사람 말고는 아무런 자원이 없는 나라"라고 질타했다.

    김 에디터는 이어 "한국은 우선 수출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수출은 결국 기술력에서 원동력이 나온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수출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에디터는 "정부가 수차례 교체되는 동안 경제정책의 정치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그 결과, 한국이 꼭 해야 할 일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지속했다. 경제는 좌우가 없다. 경제는 필요한 일을 하면 앞으로 가고, 정치논리가 앞서면 뒤로 간다는 점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한국선진화포럼은 대한민국의 선진화전략에 관한 연구와 지적 교류를 통해 국가가 직면한 문제에 관한 국민들의 이해 증진과 공공정책 형성 및 경제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책토론회·좌담회 등을 개최하고 국가정책 제언을 국회·정부·언론·학계와 시민·사회단체에 건의한다.
  • ▲ 한국선진화포럼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의 도전과 대응'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성진 기자
    ▲ 한국선진화포럼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의 도전과 대응'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