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참, 일반 국민들에게 사건 기록 일일이 설명해야…일반 재판보다 오래 걸려검찰 "원본 증거 재생 조사만 40시간…국보법 특수성도 고려해야"
  •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법. ⓒ정상윤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법. ⓒ정상윤 기자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된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관계자 측이 지난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재차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하면서 '시간 끌기' 전략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강두례)는 8일 국가보안법 위반 및 범죄단체 활동 등 혐의로 기소된 황모 씨(60세·신발 제조 회사 대표) 등 4명의 4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종결한 뒤 본격 재판에 돌입하려 했으나, 국민참여재판 진행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싶다는 변호인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입증계획을 보면 국정원 수사관 51명을 비롯해 경찰청 수사관과 디지털포렌식 입회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인 등 총 66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증인은 단 2명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185페이지 분량의 공소장에서 법관에게 예단을 심어줄 수 있는 증거 인용 부분을 삭제한 다음 정리하면 8페이지"라며 "공판준비기일에서 증거 채부 판단을 위한 절차를 진행한 뒤 국민참여재판 기일에서 핵심 증거만으로 서증조사를 진행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배심원 재판제도로, 만 20세 이상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형태의 재판이다.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 국민을 불러 방대한 양의 사건 기록 등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재판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검찰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경우 영상 및 녹음파일 등 원본 증거 재생 조사에만 총 40시간이 소요될텐데 하루 8시간씩 재판을 한다고 해도 5일이 걸린다"며 "당일 배심원들에게 증거를 한 번에 설명해야 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는 진행이 어렵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국보법 위반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 진행이 어렵다"며 최근 국보법 위반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내린 광주지법 사례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변호인 측이 주장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에 대해선 "범죄사실의 특정을 위해 필요한 내용만을 공소사실에 기재했다"며 "사실을 바탕에 기재한 것이므로 법관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맞섰다.

    지난달 24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검찰은 자통 측의 국민참여재판 요구에 대해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시간 끌기 전략에 불과하다"며 반대의견을 낸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자통 측의 국민참여재판 요구와 관련해 "수사 방해를 하고 기소돼서는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종결한 뒤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황씨 등 4명은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반정부 단체 자통민중전위를 결성한 뒤 2016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북한 대남공작사업 총괄 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공작금을 수수하고 국내 정세를 수집해 북한 측에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자통민중전위는 ▲미제국주의 침략세력과 친미예속적 지배세력 타도 ▲정치·군사·경제·문화 등 전 영역에서 미제국주의 잔재 청산 ▲연방통일국가 수립을 통한 조국통일과업 완수 등을 주요 강령으로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연고지인 창원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관할 위반을 주장했으나, 최근 기각 결정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