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7일 한일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서 역사관 밝혀"역대 日 내각 역사 인식 계승… 정부 입장 흔들리지 않아"징용문제 언급… "고통스럽고 슬픈 일 겪으신 것 마음 아파"尹-기시다, "히로시마 평화공원 韓 원폭 희생자 위령비 참배"
  • ▲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일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7일 서울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일제시대 징용 문제와 관련해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지난 3월 우리 정부가 발표한 징용 해법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지난 3월6일 발표된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신 데 대해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방일하셨을 때 저는 1998년 10월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렸다"며 "이같은 정부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한 양국 간에는 수많은 역사와 경우가 있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선인의 노력을 이어받아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측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일본 총리로서의 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거주했던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저의 히로시마 방문 계기에 우리 두 정상은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함께 참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피폭지 히로시마에서 평화공원을 방문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기로 의견을 일치했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의 지난 3월 방일에 대한 답방으로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방한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헌화 및 참배를 했다.

    기시다 총리는 배우자 유코 여사와 현충원을 입장하면서 '국기에 대하여 경례' 구호에 맞춰 태극기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태극기 옆에는 일본 국기도 게양됐다.

    이어 그는 분향 후 한국의 순국선열을 향해 고개 숙여 참배했다. 기시다 총리의 현충원 참배에는 기하라 세이지(木原誠二) 관방부장관,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등도 동행했다.

    참배를 마친 기시다 총리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각하의 한국 방문'이라는 뜻의 영어 문구가 준비된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일본 현직 총리가 국립현충원에 참배한 것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일본 총리의 방한 이후 12년 만이다.

    한편, 과거사 인식에 관한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양국 참모진들의 협의 또는 사전 조율 없이 이뤄진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하며 "저희 생각엔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오실 때 나름 생각한 본인의 인식, 발언을 직전에 준비했다가 자발적으로 말씀하신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평화공원 참배도 일본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 김 차장은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방문 계기에 한국 정상과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을 (일본 측에서) 제안했다. 앞으로 말과 행동으로 과거사에 대해 진정성 있는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표현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