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방연구원 보고서 "화성-18형 외형, 러시아 ICBM들과 매우 유사""北, 단일 탄두 ICBM인 '토플-M', 다탄두 ICBM인 '야르스' 수준으로 개발 목표""현재는 초기형이나, 성능개량되면 Mt급 또는 5~6발 다탄두 탑재 전망""러시아 신형 SLBM과 유사한 '북한판 불라바'까지 개발할 것"
  • ▲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과 러시아의 ICBM인 '토폴-M'과 '야르스'. ⓒ한국국방연구원 보고서 갈무리.
    ▲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과 러시아의 ICBM인 '토폴-M'과 '야르스'. ⓒ한국국방연구원 보고서 갈무리.
    최근 북한이 공개한 고체연료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 메가톤(Mt)급 수준의 고위력 단일 탄두 또는 최대 5~6발가량의 다탄두를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군사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화성-18형 최초 시험 발사 평가 및 함의' 보고서에서 '화성-18형'의 외형이 1990년대부터 러시아가 개발한 ICBM '토폴-M(RT-2PM2)' 및 '야르스(RS-24)'와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토폴-M'은 지난 1997년 최초 전력화된 러시아의 고체연료엔진 ICBM으로, 500kt의 단일 탄두를 탑재한다. 사거리는 1만1000km이다. '야르스'는 2007년 최초 비행 시험에 성공한 러시아의 다탄두 ICBM로 3발의 탄두를 장착하고 있으며, 각 150~200kt의 위력을 갖고 있다. 사거리는 1만500km이다. 

    신 위원은 '화성-18형'의 이동식발사대(TEL)가 9축 차륜형에 실려 있는 점을 토대로 전장은 대략 23m 전후, 직경은 대략 2m 전후, 중량은 대략 55~60t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토폴-M'과 '야르스'보다 조금 크다.

    그러나 탑재중량은 이들과 유사한 수준인 1.1~1.2t으로 전망했다. 미국이나 러시아가 개발 및 운용 중인 소형 ICBM의 발사중량 대비 탑재중량 비율이 2.4~3.3%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들 국가보다 고체연료엔진 관련 기술 수준이 낮은 북한이 개발한 '화성-18형'의 경우 탑재중량은 '2% 전후'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신 위원은 분석했다.

    신 위원은 "'화성-18형'은 실질적인 대미 전략적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단일 탄두와 더불어 다탄두 탑재도 염두에 두고 개발해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화성-18형'은 단일 탄두 탑재형인 '토폴-M'을 다탄두 탑재형으로 성능개량 및 발전시킨 '야르스' 수준의 성능을 목표로 개발돼 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현재는 초기형…성능개량되면 최대 5~6발 다탄두 탑재"

    신 위원은 북한이 지난달 최초 공개한 '화성-18형'이 고체연료엔진 ICBM 초기형에 해당한다며, 향후 공개될 성능개량형에 대해 주목했다. 신 위원은 "향후 공개될 가능성이 큰 '화성-18형' 성능개량형은 초기형 대비 성능과 효율(추력 및 비추력 등)이 개선된 고체연료엔진을 탑재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형 ICBM으로 예상되는 '화성-18형' 성능개량형은 메가톤(Mt)급 수준의 고위력 단일 탄두 또는 최대 5~6발가량의 다탄두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북한판 불라바(RSM-56)'까지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러시아가 개발한 '불라바'는 최대사거리 8300km의 고체연료엔진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최대 10개(보통 6개)의 다탄두(100~150kt)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최초 시험 발사 이후 2013년 전력화됐다. 

    러시아 역시 '토폴-M'에서 '야르스', '불라바(RSM-56)'와 같은 과정으로 신형 ICBM급 탄도미사일의 개발 및 성능개량, 그리고 신형 전략급 SLBM 개발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한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밟아가면서 미사일을 개발해나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 ▲ 북한이 공개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연합뉴스
    ▲ 북한이 공개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연합뉴스
    신 위원은 "북한 역시 전형적인 진화적·연속적·동시병렬적 개발 방식을 통해 '북극성-4ㅅ·5ㅅ'에서 '화성-18형(소형 ICBM)', 다시 '화성-18형 성능개량형(중형 ICBM) 및 북극성 계열 성능개량형(북한판 불라바), 신형 대형 ICBM과 같은 과정으로 고체연료엔진 ICBM 및 SLBM을 지속 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北 ICBM 성숙단계 진입…TTP 사용 및 GEMS 개발 가능성"

    신 위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영상과 사진에 기초할 경우, 1~3단 추진체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화성-15형', '화성-17형', '화성-18형' 등을 활용한 다수의 시험 발사 과정을 통해 사실상 성숙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시험 발사에서 안정적인 단 분리 차원에서 '추력 중단 포트(Thrust Termination Port, TTP)'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TTP는 단 분리 과정에서의 본체와 분리체의 충돌을 막기 위해, 분리체에서 본체 반대방향으로 추력을 발생시켜주는 장치를 가리킨다.

    신 위원은 "단 분리 후에도 1단 추진체계 상단부에 추진 제트로 보이는 화염이 관측된다"며 "일반적으로 노들이 위치하지 않은 추진체계 상단부에는 단 분리 과정에서 어떠한 추진 제트도 관측돼서는 안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단 분리 후에도 1단 추진체계 상단부에서 추진 제트로 보이는 화염이 관측되고, 1단 추진체계가 빠르게 후방으로 이탈하는 영상은 1단 추진체계 상단부에 TTP가 장착돼 단 분리 시 작동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북한이 '화성-18형'을 통해 '에너지관리 조종기법(General Energy Management Steering, GEMS)'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GEMS는 비교적 최신 유도조종방식으로, 미 전략핵잠수함에 탑재된 '트라이던트-Ⅱ D5'와 러시아 '토폴-M' 등에 적용돼 있다.

    신 위원은 "GEMS는 설정된 타격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하기 위해 요구되는 속도에 도달하기 전까지 탄도미사일이 비행 궤도를 변경하면서 탑재된 추진체를 완전히 소모하는 유도조종 방식"이라며 "북한도 부스트 단계에서 한미연합의 미사일 방어체계의 탐지·추적·요격을 회피하거나 어렵게 하기 위한 차원에서 GEMS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판단했다.

    신 위원은 "5월 중 감시정찰위성을 먼저 발사해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키고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이후 화성 계열의 신형 ICBM을 정상각도로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농후해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발사할 것이 확실해보이는 감시정찰위성을 통해 신형 ICBM의 정상작도 최대사거리 구현과 재진입체의 안정적인 대기권 재진입 여부, 정밀 기폭 및 탄착 정확도 등을 확인·검증하고자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부연했다. 

    북한은 지난달 14일 오전 7시23분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고체연료엔진 ICBM인 '화성-18형'을 최초 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