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史 어떻게 볼 것인가' 세미나대한민국역사와미래, 정치권 역사 인식 비판이진곤 "정치 논리가 역사 영역 들어가 판관 행세"김형석 "정치적 성격 띈 4.3보고서, 새로운 시각 제시해야"
  • ▲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부설 대한민국사연구소가 3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대한민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 논란이 된 정치권의 역사 인식'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있다.ⓒ서성진 기자
    ▲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부설 대한민국사연구소가 3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대한민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 논란이 된 정치권의 역사 인식'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있다.ⓒ서성진 기자
    정치권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지적하고 대한민국의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해야 한다는 취지의 학술 회의가 개최됐다.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부설 대한민국사연구소는 3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대한민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 논란이 된 정치권의 역사 인식'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손병두 전 KBS 이사장과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등을 비롯해 50여명의 우파 지지자들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김인영 전 KBS 보도본부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 역사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옳은지 갈증이 생겨났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활동이 이뤄져 정치권이 역사 문제 바라보는 전환점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 김형석 박사(역사학자, 대한민국 역사와 미래 이사장)가 '제주 4.3사건을 통해 본 정치권의 역사 인식'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김형석 박사(역사학자, 대한민국 역사와 미래 이사장)가 '제주 4.3사건을 통해 본 정치권의 역사 인식'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정치적 성격 띈 제주 4.3 사건 보고서… 실체적 평가 연구서 아니다"

    김형석 박사(역사학자, 대한민국 역사와 미래 이사장)는 '제주 4.3사건을 통해 본 정치권의 역사 인식'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김 박사는 4.3 사건 특별법과 진상규명조사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경선과정에서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였다",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전략에 당한 것" 등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김 박사는 태 최고위원의 발언을 역사 왜곡으로 규정하는 논리는 4.3사건 진상규명조사보고서를 잘못 해석한 결과라고 봤다.

    4.3 진상규명조사보고서는 '4.3특별법의 목적에 따라 사건의 진상규명이나 희생자 유족들의 명예회복에 중점을 두고 작성되었으며, 4.3사건 전체에 대한 성격이나 역사적 평가를 내리지는 않았다. 이는 후세 사가(史家)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은 보고서에 4.3사건에 대한 성격이나 평가를 내리지는 않은 이유가 정치적인 성격이 반영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양점심 실장은 "정부의 공식 보고서이기 때문에 특별법이 규정한 사건의 정의와 목적의 범위 안에서 서술이 이뤄져야만 했다"면서 "4.3특별법은 그동안 치열하게 전개된 진상규명운동의 성과였지만, 한편으로 현실 정치와의 타협물이기 때문에 '학살'과 '희생'이란 인식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 박사는 보고서의 내용과 양 실장의 발언을 짚으면서 "이처럼 4.3사건 관련 보고서와 특별법은 희생자의 명예 회복을 바라는 정치권의 제정 취지에 따라 만들어진 '정치적인 성격의 보고서'일 뿐, 역사적 4.3을 실체적으로 평가한 연구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이어 4.3 사건은 정치적인 논쟁만 무성했을 뿐 역사적 관점에서 행해진 연구는 거의 없다고 전제하고, 4.3사건 특별법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했다. 

    4.3 사건 특별법은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7년 7개월간에 걸쳐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 박사는 이에 대해 "남로당의 5.10 선거 방해책동에서 비롯된 폭동이라는 4.3사건의 본질을 희석시키기 위해 1년여 전에 발생한 별개 사건인 3.1사건을 소환한 정치적 해석"이라며 "이것은 마치 2.8독립선언을 3.1운동에 포함시키는 것과 같은 논리의 전개"라고 지적했다.

    또한 "4.3사건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배제된 것으로 여겨지는 1차 사료들을 재정리해 4.3사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 통합에 기여하기 위한 역사학계의 토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본 주제의 토론을 맡은 남정옥 전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4.3특별법이나 진상보고서 서문에 이 사건의 성격을 역사에 맡긴다고 명시했는데, 뒷 내용에는 '무장공비'라는 표현을 쓰는 등 슬그머니 성격을 내비치고 있다"며 "모든 것을 이분법화하는 좌익 세력이 4.3사건의 진실도 바꿔 역사를 혼동스럽게 하고, 대한민국 전통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남 책임연구원은 "4.3 보고서에도 좌파 세력들이 불리한 것은 빼놓고 유리한 것은 미화, 과장, 조장하는 기법이 곳곳에 심어져 있다"고 했다.
  • ▲ 이진곤 박사가 김형석 박사(역사학자, 대한민국 역사와 미래 이사장)가 '포퓰리스트들의 역사독점 기도'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이진곤 박사가 김형석 박사(역사학자, 대한민국 역사와 미래 이사장)가 '포퓰리스트들의 역사독점 기도'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5.18 역사왜곡처벌은 포퓰리즘 시대 산물… 자유민주주의 시계 거꾸로 간다"

    이진곤 박사(전 국민일보 주필)는 '포퓰리스트들의 역사독점 기도'라는 주제의 발표를 맡으며 태 최고위원의 설화 논란에 대한 정치권의 불합리한 태도와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처벌 조항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이 박사는 해당 논란에 대해 "태 최고위원은 김일성의 음모를 가리킨 것일 뿐, 김구를 공격한 것이 아니다"면서 "김구는 통일 조국을 열망했고, 김일성은 그런 김구를 속였다. 역사적 사실인데, 포퓰리즘 시대에는 반역어가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 박사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경험을 토대로 "국민의힘의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과 역사적 정체성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 박사는 "역사 문제를 법의 틀에 거두려는 사례로 5.18 역사왜곡처벌법은 유신정권의 긴급 조치에 해당될 만큼 자유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면서 "소리 큰 집단이 진리를 독점하는 포퓰리즘 시대의 산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18역사왜곡처벌법은 1995년 12월 21일 제정돼 1979년의 12·12사태, 1980년 5월 18일의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적 징벌의 요건을 갖추기 위한 특별법이다. 법 조문 가운데 제8조에 해당하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금지'에 관한 개정법률안은 2020년 12월 9일 신설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광주 북구을)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역사왜곡처벌법'으로 불렸다.

    이 박사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평가는 '주관'의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남들과 다르게 역사적 사실을 평가하면 왜곡인가? 역사인식의 국가기준이 정해져 있는가?"라며 "이는 실정법상의 용어가 아니라 법 개정안을 만들고 통과시킨 사람들의 용어이긴 하지만 이런 의식으로 입법을 한 것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이어 "역사적 사실에 대한 모범답안을 만들어두고 이에 벗어나는 생각이나 말을 하는 사람은 처벌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역사왜곡일 수 있다"며 "정치 논리와 국가 권력이 역사의 영역을 치고 들어가 역사의 판관 행세를 하는 것은 정당한가?"라고 역설했다.

    이민원 대한민국역사연구회 연구위원장은 다른 발표자들의 발언에 대해 공감하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분들이 야당 국회의원 다수인 것으로 아는데, 이 분들이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대해 자유 탄압이라고 비판했다"며 "4.3 사건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강요하는 것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놓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