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안 유지해야 하는데 국민참여재판이라니… 사건 진행 막으려는 지연전략"피고인 측, 재판 중지 요청도… 변호인 "번갯불에 콩 볶듯 재판 안 돼" 주장
  • ▲ 동남아 국가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가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동남아 국가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가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창원간첩단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관계자 측이 "국민 앞에서 당당하게 심판을 구하자"며 법원에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에 불과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강두례)는 자통 총책 황모 씨 등 4명의 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피고인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국가보안법이 최초 제정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우리 사회도 변했다"며 "국민의 상식적 판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정한 재판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국가보안법의 특성상 국민참여재판은 적절치 않다"며 "일반 사건과 달리 보안 유지할 사항이 많다. 예정된 증인들도 대부분 국정원 직원이라 인적사항·얼굴 등이 노출되면 업무에 지장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정된 증인 60여 명 중 대부분이 국정원 직원인데, 이들이 일반인과 마주보고 진술하게 될 경우 향후 국가안보 업무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지적이다.

    검찰은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한다는 것은) 이 사건의 진행을 막으려는 재판 지연전략으로 보인다"며 "아무런 상관 없는 주장이고, 타당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 검토 미비를 이유로 재판 절차 중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창원과 서울을 오가며 피고와 상의하기 너무 힘들다"며 "검사들은 이 사건을 6~7년 전부터 수사했기 때문에 기록 대부분을 파악했겠지만, 우리는 기록을 지난주에야 받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그러면서 "재판을 번갯불에 콩 볶듯이 해서는 안 된다"며 "변호인의 변론권과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그 부분은 충분히 고려해 되도록 오전에 일정을 잡지 않으려 하고 있다"면서도 "이미 3회째 준비기일을 진행했고, 검찰이 이미 제출한 증거를 정식 기일을 진행하며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창원간첩단사건 4인, 北 지령 받아 반정부활동 혐의

    지난 3월15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국가보안법 위반 및 범죄단체활동 혐의로 자통 총책 황씨 등 관계자 4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결성된 반정부단체 자통 활동가로, 2016년부터 북한 대남공작사업 총괄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자통을 김일성·김정일주의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고, 김정은의 영도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완수를 목표로 비밀리에 활동하는 범죄집단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북한이 국내정세를 실시간 파악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 투쟁 방법으로 △노동자대회, 시민단체 연대, 촛불집회 등을 활용한 정권퇴진·반미운동 △유튜브·SNS상 유언비어 유포,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활용한 여론전 △국내 선거 일정과 정치상황을 반영한 반정부투쟁 △노동자·농민·학생단체에 침투해 조직원 포섭 △대한민국 정부를 비난하고 여론 분열을 조장하는 선전활동 등 지령을 지속적으로 하달하고, 피의자들이 그 지령대로 실행·추진한 사실을 수사 결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 받은 자통 4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황씨 등은 2021년 5월7일쯤 북한의 대남공작 총괄기구인 문화교류국에서 보낸 지령문을 받았다.

    북한은 지령문에서 "방사능 오염수 방류문제를 걸고 지역사회의 반일 민심을 부추길 것"을 당부하며 "이사회(자통을 의미)에서 운영하는 여론 유포팀들이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괴물고기 출현, 방사능 오염수에 의한 기형아 출생과 같은 괴담들을 인터넷 공간에 대량 유포시켜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또 자통 측에 환경운동가와 해양전문가들을 방송 토론에 출연하게 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논증하게 하거나, 어민들을 내세워 집단 단식과 삭발농성 등을 전개하는 방안을 지시했다. 청와대에 도쿄올림픽 참가 거부, 일본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일본상품 불매운동 등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발송해 압박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