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건축왕' 피해액 125억원→380억원까지… 최대 500억원 추정구리에선 500명 전세금 반환 못 받아… 화성·수원도 50여 건 피해부산에서도 집주인 잠적으로 89세대 전세사기 피해 호소
  •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세 사기 피해'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세 사기 피해'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전세사기 피해가 인천을 넘어 전국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피해자 수는 현재 2000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피해액은 3099억원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을 넘어 비수도권 지역까지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전국적인 혼란이 예상된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 전세사기' 피해금액은 지난달 31일 기준 약 380원으로 파악됐다. 불과 10여 일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 3월15일 '건축왕' 남모(61) 씨가 구속 기소될 당시 전세사기 피해액은 125억원 규모였다. 최종 피해액은 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2700여 채를 보유하고 있던 남씨는 공범 60명과 함께 320명을 상대로 전세 계약한 뒤 263억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남씨의 범행을 견디다 못한 3명이 사망했다. 남씨의 변호인은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피고인의 자산은 8000억원이지만 빚도 6000억원"이라며 "(보증금 반환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 사례는 수도권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에서는 피해자가 500명이 넘는 전세사기사건이 발생해 현재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구리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중개업자 등 20여 명을 형사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만기가 도래한 전세 계약임에도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진정 다수가 접수됨에 따라 경찰 조사 대상에 올랐다.

    경기도 화성과 수원 등에서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A씨와 공인중개사 등 일당 4명은 최근 경찰에 의해 출국금지됐다. 이들 역시 50건이 넘는 전세사기를 벌였다는 의혹이 일면서 현재 수사선상에 올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임차인 67명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최모 씨를 구속 송치했다. 최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강동·양천·구로·영등포·강북·강서·금천구, 경기도 부천·김포·고양시, 인천 등지에서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임대(전세)하고 계약만료 이후에도 세입자들에게 약 40억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수도권뿐만이 아니다. 부산시 동래구에서도 200여 명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피의자는 그 일대 원룸과 오피스텔 100여 채를 소유한 인물로 알려졌는데, 전세계약 체결 후 보증금을 챙긴 뒤 잠적했다 붙잡혀 검찰에 송치됐다.

    부산시 부산진·사상·동구에 오피스텔 등 건물 4채를 소유한 부부도 최근 연락이 끊겨 89세대 세입자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잠적한 이들 부부가 소유한 건물 4채에는 40억원 넘게 근저당이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실시한 '전세사기 특별단속' 결과 피해자는 무려 1705명으로 집계됐다. 피해금액은 3099억원 규모다. 

    남씨와 같은 전세사기범은 전국에서 2188명이나 붙잡혔으며, 이중 209명은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됐다. 피해 사례는 보증금 미반환과 같은 사례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계한 전국 전세보증 사고금액은 3199억원인다. 이 수치는 2019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전세보증 사고금액(3442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증사고는 세입자가 전세계약 해지나 종료 후 1개월 안에 전세보증금을 되돌려받지 못하거나, 전세계약 기간 중 경매나 공매가 이뤄져 배당 후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경우를 기준으로 집계됐다.
  • ▲ 대전경찰이 단속해 공개한 '바다이야기' 게임기. ⓒ연합뉴스
    ▲ 대전경찰이 단속해 공개한 '바다이야기' 게임기. ⓒ연합뉴스
    "민주당 유력 정치인이 전세 사기 배후"… 바다이야기 파문 재조명

    특히 이번 전세사기사건에 '더불어민주당 유력 정치인이 배후로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십수년 전 벌어졌던 '바다이야기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DJ정부에서 시작돼 노무현정부에서 밝혀진 권력형 도박·비리 게이트 '바다이야기사건'은 국회의원 보좌관, 상품권과 게임업자, 문화관광부 공무원은 물론 양은이파·신반도파 등 조직폭력배까지 연루돼 153명이 형사처벌 받은 대형 사건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친조카인 노지원 씨가 바다이야기의 유통·판매업체인 지코프라임에서 영업이사로 근무했으며, 노무현정권 실세의 동생이 성인오락실 운영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배후설 논란이 있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사건과 다른 지역에 있는 유사한 사건의 주범인 남헌기의 배후에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인천지역 유력 정치인이 관련됐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면서 전세사기범들과 민주당 인사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남씨가 다른 지역에 가서 투자사업을 벌였는데, 그 과정에서 고위정치인들이 청탁과 압력을 가했다는 제보가 있기 때문에 특별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씨의 과거 행적은 민주당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2011년 인천 미추홀에 직원 5명 규모로 상진종합건설을 세워 건설업을 시작한 남씨는 2017년 갑자기 강원도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해 8월16일 '동해이씨티국제복합관광도시개발유한회사(동해이씨티)'라는 특수목적법인을 세운 남씨는 이듬해 11월 무려 6674억원 규모의 대규모 부지 개발사업인 강원도 동해 망상1지구 개발사업자로 선정된다.

    해당 사업은 민주당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국제관광도시' 조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것이었다. 지역경제와 직결된 대형 프로젝트가 아무런 경력도, 지역 연고도 없는 신생회사에 넘어간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서 인천 출신 민주당 유력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력 정치인의 이름으로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오르내린다. 실제로 송 전 대표가 인천시장 시절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자청)에 근무했던 측근들이 2016년 여름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동자청)으로 회사를 옮겼고, 이후 망상1지구 개발사업자 선정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남씨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상진종합건설 대표에서 동해이씨티국제복합관광도시개발 대표, 대한민국파워리더대상 대회장, 한글세계선교센터 총재 등으로 명함을 바꿔온 남씨는 '2021 대한민국파워리더대상' 시상식에 대회장 신분으로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검찰 출신 민주당 김회재 의원에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