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송영길 경선 캠프 관계자 9명 압색… 9400만원 불법 교부 혐의파리 거주 중인 宋 "내가 모르는 사안… 나 있을 때 수사하지" 주장민주당 "美 정부 도·감청 의혹 덮으려는 尹 정부의 기획물" 강변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이 정치권을 크게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사건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반발하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지난 12일 송영길 전 당대표 경선 캠프 관계자 9명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이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표몰이 등을 목적으로 민주당 의원과 당 관계자들에게 현금 9400만원을 살포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서 피의자로 적시된 인원은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박모 씨, 인천시 전 부시장 조모 씨 등이다. 검찰은 이들에게 현금을 받은 현역 의원은 10명 이상, 당 관계자는 50~6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화 녹음이라는 핵심 증거를 근거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민주당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돈 봉투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윤관석 의원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윤 의원은 "보도에 언급된 인물들 이야기에 제가 거론됐다는 것조차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검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사전 조사를 요청한 적도 없었다. 명백한 증거를 제시한 적 없는 (상황에서) 본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성만 의원도 "(저는) 보도된 의혹들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사실무근"이라며 "정치 탄압에 몰두하는 검찰의 야만적, 정치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가 미국 정부의 도청 의혹을 덮으려는 기획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1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의원은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2년 전 일을 빌미로 압수수색한 것이 의아하다"고 했다. 압수수색 당일 통화 녹취록이 언론에 풀린 것에 대해선 "검찰의 제공 가능성이 높은 녹취 파일이 당일 보도된 것도 검찰의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13일(현지 시간) 파리정치대(시앙스포)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전날 동아일보·채널A 인터뷰에서) 도의적 책임을 사과한 건 (이 전 부총장이) 1심 유죄 판결이 났기 때문이지, 지금 나오는 문제는 내가 모르는 사안"이라며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조사하고, 그때 보자 했으면 갔을 것. (이 전 부총장 수사 당시와) 같이 처리해야지, 왜 이런 식으로 정치적으로 (하느냐)"라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으로 주춤하던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의혹은) 민주당이라는 당명까지 사라져야 할 초유의 돈봉투 게이트"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1의 전당대회가 '쩐대'로 불리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돈 봉투를 주고받는 대화 자체가 매우 자연스럽고 일상적이었다고 한다"며 "범죄행각에 대한 일말의 죄의식조차 없는 '더넣어 봉투당'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손으로는 돈봉투를 챙기고 입으로는 정의를 앞세우며 '노란봉투법 통과'를 외치는 표리부동한 이중 작태에 국민이 또 속았다"며 "봉투의 일상화로 뿌리째 썩은 민주당의 민낯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또한 "쩐당대회 몸통인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모두 범죄 혐의에 싸인 민주당은 이제 국민 민폐 정당이 됐다"며 "송 전 대표는 외국에 도피해 개인적 일탈이니, 검찰 조작이니 하는 궤변으로 국민을 속이지 말고 즉각 귀국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는 송 전 대표가 즉각 귀국해 수사에 응하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가세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하려는 '돈풀리즘 DNA'가 전당대회마저 '쩐의 전쟁'으로 타락시켰다"며 "그들은 서로를 형님, 오빠, 동생하며 돈 봉투를 돌렸고 당직도 나눠 맡으며 공공기관에 낙하산 취업까지 시켰다. 이게 바로 전형적인 좌파비즈니스의 먹이사슬"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러고도 검찰 탓만 하는 못된 버릇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라며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민주당 전체가 검수완박법에 목숨 걸었떤 이유가 있었다. 이재명 대표 한명을 지키자고 그런 난리를 친 게 아니라 모두가 제 목숨 줄 지켜보겠다고 사생결단으로 덤볐던 것"이라고 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들한테 훔쳐낸 돈이니 만큼 도덕적으로 굉장히 형편없는 문제"라며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겠다고 말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검찰의 기획이라 한다"고 비판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송 전 대표의 당선에서 잘못된 과정이 드러난다면 민주당은 해산해야 한다"며 "유지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