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이 주인인데 왜 내려가나?" "왜 윤석열 아니라 이재명을 비판하나?"'단결' 요구 일축…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 민주당 중진들에 거센 항의
  • ▲ 더불어민주당 주최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가 2월17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가운데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파란 풍선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주최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가 2월17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가운데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파란 풍선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중진의원들이 1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을 향해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 동참을 권하며 비명계를 향한 폭력적 행위를 멈출 것을 당부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단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그러나 민주당 당원들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겨냥해 "의원들이 반성해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등 항의를 쏟아냈다.

    해결하려고 왔는데… 개딸에 '촌철살인' 당한 중진 

    4선의 우원식·김상희·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2층에 위치한 당원존에서 '2023 버스에서 내려와, 당원과의 대화' 행사를 열었다.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은 2016년 촛불시위 당시 일부 집회 참가자가 경찰버스에 올라가는 등 과격시위를 하자, 다른 참가자들이 "버스에서 내려와"라며 자제를 촉구한 것에서 유래했다.

    우 의원은 이 자리에서 "빨리 만나면 좋았을 텐데 만남이 늦었다"며 "강경한 주장에는 이유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유도 잘 들어서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왔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당의 통합을 도모하기 위한 중진의원들의 의도와 달리 "국민이 주권자이지 않나. 정당 주인은 당원"이라며 "그런데 왜 당원들이 (버스에서) 내려와야 하나"라고 반발했다.

    스스로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젊은 지지자'라고 소개한 한 당원은 마이크를 잡고 "국회의원들이 무엇을 잘못했을까를 반성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당원은 "윤석열정부가 이재명 대표를 향해 하는 수사 방향에 대해 모두가 잘못됐다고 말하는데, 왜 민주당 일부 의원은 윤석열정권 비판은 하지 않고 이재명 대표를 당과 분리해야 한다고 하시나"라며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있는가. 과연 민주당의 정당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 표현이 먼저 아닌가"라고 항의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1월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을 찾아 설날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1월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을 찾아 설날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조롱·멸시·폄훼한다"… 비명계 향한 반감 드러내

    또 다른 당원은 우 의원의 자제 요청에도 "지금 여기 앞자리 박수 치고 하는 분들이 다 악성 팬덤에 정치 훌리건"이라고 비꼬았다.

    이 당원은 자신을 포함한 모임 참석 당원들을 두고 "'악성 팬덤' '정치 훌리건'이라고 '천원짜리 당원'이라고 조롱하고 멸시하고 폄훼했던 그자들(비명계 의원)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 때, 방 얻어 오고 헌신적으로 전국의 보궐선거 지원했던 '악성 팬덤' '정치 훌리건'"이라고 소개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박용진·김종민 의원 등을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비명계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개딸이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이원욱 의원 지역 사무실 앞에서 규탄집회를 벌이자 "팀을 망치고 축구를 망치는 훌리건처럼 '정치 훌리건' '악성 팬덤'은 정당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박살낸다"고 질타한 바 있다.

    비명계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1000원 당원 중심으로 가게 되면 동원(되는) 당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김 의원은 지난 1월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 활동 내용을 당원 권리행사 기준으로 삼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우 의원은 이 당원의 비명계를 향한 공격적 발언이 이어지자 "재미있게 하려는 것은 알겠지만, 자신들을 훌리건으로 계속 표현하는 것은 썩 좋지 않은 듯하다"며 자중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이 당원은 "우리는 그자들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멸시하는 거다. 폄훼하는 거"라고 쐐기를 박았다.
  •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민주당 중앙당사 2층 당원존에서 열린 '2023 버스에서 내려와, 당원과의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갈무리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민주당 중앙당사 2층 당원존에서 열린 '2023 버스에서 내려와, 당원과의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갈무리
    우원식 "단결과 통합이 재집권 가능성을 넓히는 것"

    우 의원은 개딸의 날 선 항의가 지속되자 "당을 잘 단결시키고 통합시키는 것이 재집권 가능성을 넓혀가는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저는) 이재명 대표가 당내 갈등을 끌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을 하나로 단결, 통합시킬 기회를 이제 이재명 대표한테 줘도 된다"고 부연했다.

    앞서 김상희·우원식·정성호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년 전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들이 발표한 공동제안서에는 민주당 소속 4선 의원 11명 중 비명계 홍영표 의원을 제외한 10명(김상희·우원식·정성호·안규백·노웅래·김영주·김태년·우상호·윤호중·이인영)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김상희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전반적인 정치환경과 문화를 강성 지지자와 유튜버들이 주도해가는 현실이 굉장히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도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에 동참한다"며 "이재명의 동지라면, 민주당을 사랑하는 지지자분들이라면 내부 공격과 갈등 대신 설득과 화합의 길에 앞장서 달라"고 힘을 보탰다.

    반면 비명계로 분류돼 개딸의 공격을 받아온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극단적 양극화는 정치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홍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연대와공생' 모임 토론회에서 "태극기와 개딸로 상징되는 극단적 팬덤정치가 한국의 현주소인데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