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ICBM급 탄도미사일 전력화 위해 20~30차례 시험발사… '화성-18형'은 이번이 처음기존 '화성-17형' '화성-15형'도 시험발사 횟수는 한 자릿수 불과… 지난해 발사 실패하기도"北 몇 번 발사하고 신뢰성·안전성 확보 주장하지만, 사실은 실패해 계속 시험하는 것"
  • ▲ 북한이 공개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연합뉴스
    ▲ 북한이 공개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연합뉴스
    지난 13일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과 관련, 북한이 '화성-18형'이라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해 우리나라의 3축 체계 중 '킬체인(Kill-Chain)'을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로 꼽힌다.

    북한이 지난해 '고체연료 준중거리급' 탄도미사일에서 체급을 키워 이제는 '고체연료 ICBM급'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까지 시행함으로써 자신들의 기술적 발전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고체연료 ICBM급' 탄도미사일은 이번이 첫 시험발사로 파악돼 양산이나 전력화 등 실질적인 무기로써 제 기능을 수행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2023년 4월1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무력의 끊임없는 발전상을 보여주는 위력적 실체가 자기의 출현을 세상에 알렸다"며 "공화국 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 주력 수단으로, 중대한 전쟁 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 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8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번 발사는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ICBM 발사체의 성능과 단 분리 기술을 확인하는 등 군사적 효용성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1단은 표준 탄도비행 방식으로, 2~3단은 고각 방식으로 설정해 각 단의 기술적 특성들을 확인했다. 시험발사한 미사일의 단 분리가 2차례 이뤄져 각각 함경남도 금야군 호도반도 앞 10km 해상, 함경북도 어랑군 동쪽 335km 해상에 낙탄했다. 

    통신은 "신형 전략무기체계의 모든 정수들이 설계상 요구에 정확히 도달되였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발표는 13일 우리 군이 파악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13일 오전 7시23분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고각발사된 미사일은 약 1000km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이 미사일은 고각발사됐음에도 비행거리가 1000km를 넘어선 것으로 미뤄 우선 ICBM급 미사일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날 미사일은 3000km 고도까지 상승한 뒤 떨어졌는데, 정상각도로 발사했을 때 5000~6000km까지 비행거리가 늘어난다.

    이번 미사일의 경우 발사 장소가 이전과 다르고, 발사 순간 나타나는 화염의 모양도 기존의 것들과는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평양 순안'이나 '평양 용성'이 아닌, 평양 외곽 동남쪽 지점에서 이번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고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는 반면 액체연료 미사일은 촛불과 비슷한 형태로 화염이 모이는데, 한미 군 당국은 이 같은 차이점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이날 처음 공개한 '화성-18형'은 아직 미완으로 평가된다. 사실 북한이 보유한 기존 ICBM들인 '화성-15형'이나 '화성-17형'도 온전한 무기로 제 기능을 갖췄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러시아의 경우 ICBM급 탄도미사일을 전력화하기 위해 20~30차례의 시험발사를 진행하는데 '화성-18형'은 이번이 첫 시험발사일 뿐이다. 북한이 주력 미사일이라고 자랑하는 '화성-17형'과 '화성-15형'도 시험발사 횟수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더욱이 '화성-17형'은 시험발사에서 실패한 사례도 있어, 정상 작동 여부는 알 수 없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군사연구실 연구위원은 "ICBM급 미사일은 매 시험 차수에 따라 평가하는 항목들이 있다. 고체연료 기반의 '화성-18형' 시험발사는 이번이 최초로 파악되고 있다"며 "무기체계가 클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리스크들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런 위험성을 없애면서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여야 양산이 되고, 전력화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형 ICBM 추정체. ⓒ연합뉴스
    ▲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형 ICBM 추정체. ⓒ연합뉴스
    신 위원은 "북한은 ICBM을 발사한 이후 항상 관영매체를 통해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이야기하면서 개발 완료를 주장한다"며 "그러면서 미사일 양산을 했다고 하는데, 사실 그 물량을 갖고 계속 시험발사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고체연료를 활용한 ICBM급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기술이 진일보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과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600mm 초대형 방사포 'KN-25' 등 기존 고체연료 계열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더해 지난해 12월18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고체연료 기반의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시험발사도 진행했다.

    또 현재 북한의 기술수준으로는 군사용 정찰위성에 적용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 위원은 "화성-18형은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발사체를) 당장 정찰위성에 사용할 수 없다. 계속 기술을 고도화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안전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보면 시험발사 실패 전력이 있는 '화성-17형'보다 '화성15형'을 쓰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아직은 무리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와 달리 발사 전에 따로 연료를 주입하지 않고 발사할 수 있다. 발사 준비 시간이 없다는 점에서 '선제타격으로 인한 미사일 무력화' 개념인 킬체인을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된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14일 "북한이 시행한 화성-18형' 시험발사는 고체연료 방식의 장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중간단계의 시험발사"라며 "체계 개발 완성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수준으로 평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변인실은 이어 "고체연료 다단계 발동기, 단 분리, 시간 지연분리 시동 방식 등 오늘 북한 발표에 나온 기술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탄도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통상적인 기술요소이며, 우리는 이보다 더 효율적이고 첨단화한 방식의 고체 추진 탄도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실은 그러면서 "킬체인 무력화에 대한 우려는 기우로, 우리 군은 한반도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탐지, 타격,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의 3축 체계는 과거 최소설계 개념에 고착되는 것은 아니며, 북한의 위협 변화 추세에 따라 북한 전 지역에 대한 실시간 표적 탐지 및 분석능력, 지해공 기반의 초정밀 신속타격 능력, 복합다층 미사일 요격 능력, 고위력 탄도미사일 능력 등을 기술적으로 계속 진화·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