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통령실 여론 수렴‥ '중복투표' 등 공정성 의문""수신료는 '시청 여부' 관계없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
  •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전경. ⓒKBS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전경. ⓒKBS
    대통령실이 최근 한 달 간 진행한 '국민제안' 토론에서 "KBS를 시청하지 않는 가정에도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강제부과하는 징수방식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96.5%로 높게 나온 상황에도, KBS가 "수신료는 시청의 대가가 아닌, 공익사업의 소요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상 KBS를 보지 않아도 TV수상기를 보유한 가정은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수신료, '시청의 대가' 아냐… 공익사업 위한 특별부담금"

    KBS는 10일 배포한 공식 입장문에서 "대통령실이 'TV수신료 징수방식'에 대한 국민 의견을 청취한 결과, 5만6000여명이 넘는 많은 참여자들이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고, KBS에 대한 비판과 수신료 폐지를 주장하는 내용의 게시 글도 다수 있었다"며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비판과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하겠다"고 반성했다.

    특히 "보도와 방송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대한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작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충분히 파악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판단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KBS는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같이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하신 국민들이 납부해주고 계신 수신료는 시청의 대가가 아니"라며 "수신료는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소요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수상기 소유자에 대해 공평하게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분리징수에 대한 논의는 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KBS는 "이번 대통령실의 국민제안은 ▲수신료가 방송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입장 ▲분리징수를 하더라도 수신료 납부 의무가 유지된다는 점 ▲프랑스의 경우 주민세 폐지로 인해 함께 부과되던 수신료가 폐지되는 대신, 전체 수신료와 동일한 37억유로(약 5조3000억원)를 정부가 조달하기로 한 점 등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실관계들이 누락돼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로 인해 국민제안 참여자들에게 오해와 혼돈을 줌으로써 정확한 여론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며 대통령실이 진행한 '국민제안' 토론을 에둘러 비판한 KBS는 "또한 여러 보도에서 거론된 바와 같이 국민제안 추천 시스템에서 동일인의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는 의문이 제기됐고, 정당 차원의 투표 독려가 이뤄지는 등 여론 수렴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면서 이번 조사를 "방송장악을 획책하는 여론조작 시도"로 매도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의 주장을 답습했다.

    독·영·일 사례 거론… "KBS 수신료 징수방식은 효율적"


    KBS는 "전 세계적으로 공영방송에 대한 공적재원은 수신료, 세금, 정부의 교부금 등 나라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조성되고 있다"며 "전력회사를 통한 수신료의 납부와 징수는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여러 국가들이 국민들의 납부편의와 징수비용의 효율성을 고려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수신료를 통합징수하고 있는 타국의 예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연간 220유로(31만5605원), 영국의 159파운드(26만1157원), 일본의 1만4700엔(14만5502원)에 달하는 수신료의 5분의 1, 10분의 1에 불과한 KBS의 수신료이지만, 그나마 효율적인 통합 징수방식 덕분에 수신료의 낭비 없이 재원을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라며 "수신료 통합징수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넓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외에도 KBS는 "지난 50년간 한류의 세계화를 이끄는 콘텐츠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과 더불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여러 기능들을 수행해왔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재난보도 ▲최근 발생한 대형산불 상황보도 ▲'태종 이방원' 같은 대하 사극 ▲'히든 어스' 등 고품격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방영했고, 대다수 국민이 직접 체감하지 못하는 ▲국제방송 ▲대외방송 ▲장애인 방송 등도 수신료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KBS는 "이번 '국민제안' 결과를 계기로 보다 엄격한 시선으로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시청자를 위한 공적 책무를 강화하는 진지한 성찰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힌 뒤, '분리징수'라는 화두를 던진 대통령실에 대해서도 "이번 국민제안의 결과와 함께 공영미디어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이어져 '공공 인프라'로서의 책임과 역할, 지원 방안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발전적인 방향의 정책을 입안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