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가보훈처, 5일 뉴욕에 유해 봉환반 파견… 10일 인천공항 도착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직접 영접… 영정과 함께 대전현충원 운구
  • "그대는 나아가시오. 나는 한 걸음 물러나니….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

    열차 안에서 일본군에 쫓기던 고애신을 구하기 위해 유진 초이는 뒤돌며 권총으로 열차와 열차를 잇는 고리를 쏴 맞춘다. 고애신이 타고 있던 열차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유진 초이와 일본군이 타고 있던 칸은 동력을 잃고 서서히 뒤로 멀어져간다.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고, 조국의 독립을 염원했던 유진 초이는 그렇게 장렬히 순국한다. 살아남은 고애신은 만주 어딘가에서 독립운동의 다른 말인 '불꽃'을 키우며 이름 없는 독립투사들에게 사격술을 가르친다.

    '미스터 선샤인'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던 이들의 아린 삶을 그린 드라마다. 조선에서 종으로 태어나 모진 풍파를 겪은 유진 초이는 선교활동을 위해 조선을 찾은 신부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미 해군 대위가 됐고, 조국으로 돌아와 독립운동을 하다 순직했다. 

    드라마는 조선인으로 태어났으나 미천한 신분으로 조국에 분노만 가득했던 유진 초이가 사대부 집안이었던 고애신을 만나 사랑하고, 그를 도와 독립운동까지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유진 초이는 독립운동을 했던 실존인물을 모티프로 했다. 황기환 애국지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다만, 황 지사는 드라마와 달리 1923년 4월17일 심장병으로 뉴욕에서 눈을 감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독립활동은 주로 프랑스에서 이뤄졌으며, 총과 칼보다 미국과 프랑스 언론을 통해 불합리한 대한민국의 상황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드라마라는 특성상 많은 부분에서 각색이 이뤄졌지만, 황 지사가 유진 초이처럼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황 지사는 1886년 4월4일생으로, 19세가 되던 1904년 미국 하와이로 유학을 떠났고,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자 1918년 5월18일 미군에 자원입대했다. 프랑스에 배치된 황 지사는 중상을 입은 병사들을 구호하는 역할을 했고, 종전 이후에도 유럽에 남아 거주한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 ▲ 1904년 하와이 호놀룰루 입항자 등록 카드에 영문으로 황기환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국가보훈처
    ▲ 1904년 하와이 호놀룰루 입항자 등록 카드에 영문으로 황기환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국가보훈처
    1919년 6월 파리로 건너간 황 지사는 베르사유에서 개최되는 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를 찾은 김규식을 만난다. 김규식은 이승만이 설립한 구미주차한국위원회의 원동지역 대표였다.

    황 지사는 김규식을 도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한 선전활동을 펼쳤다. 황 지사는 프랑스 '라 프티트 레퓌블리크' '뉴욕헤럴드' 등과 인터뷰를 갖고 일본의 한국 강점을 비판하는 한편, 한국의 정당한 독립운동을 전 세계에 알렸다.

    1920년 1월에는 파리에 주재하는 한국선전단 선전국장으로서 불문 잡지를 창간, 한국의 독립을 세계 각국에 호소했다. '영일동맹과 한국'이라는 서적을 편집해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것은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분할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조국의 독립과 해외 거주 한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황 지사는 미국 뉴욕에서 심장병으로 순국했다. 그의 유해는 뉴욕 소재 마운트올리벳(Mount Olivet)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정부는 1995년 황 지사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이후 황 지사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고자 했으나 유족의 동의 없이는 이장이 불가하다는 난관에 봉착했다. 국가보훈처가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 ▲ '뉴욕 헤럴드'에 보도된 황기환 애국지사 인터뷰기사. ⓒ국가보훈처
    ▲ '뉴욕 헤럴드'에 보도된 황기환 애국지사 인터뷰기사. ⓒ국가보훈처
    보훈처는 뉴욕총영사관을 비롯해 뉴욕시 홀든(Holden)·보렐리(Borelli) 의원, 뉴욕시 관계자, 김광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황 지사의 유해가 안장돼 있는 마운트올리벳 공동묘지 측과 유해 봉환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던 지난 1월31일(현지시간) 파묘가 극적으로 합의되면서 황 지사를 본국으로 모셔올 수 있게 됐다.

    보훈처는 오는 5일 미국 뉴욕으로 황 지사 유해 봉환반을 파견한다. 봉환반은 9일 뉴욕을 출발해 10일 오전 황 지사의 귀국 절차를 밟는다. 황 지사가 그토록 염원했던 독립된 조국의 땅을 100년 만에 밟게 되는 것이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당일 오전 9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황 지사의 유해를 직접 영접한 뒤 영정을 들고 운구할 예정이다. 황 지사는 10일 오후 2시 대전현충원 현충탑 앞에서 거행되는 유해 봉환식 후 독립유공자 7묘역에 안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