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전직 직원들 모임 '양지회' 장종한 신임회장 인터뷰 제 1편12대 회장 장종한, 1979년 중앙정보부 시절 입부해 약 30년간 재직취임일성은 억울한 동료들의 명예회복, 대공수사권·국가보안법 수호"음지에 머무르던 양지회, 대공수사권·국가보안법 폐지 시도에 결심""후배들의 입과 울타리로서…음지에서 일한 보람 양지에서 이어갈 것"
  • ▲ 장종한 양지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양지빌딩에서 가진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 장종한 양지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양지빌딩에서 가진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양지회는 국정원 후배들의 울타리로서 오로지 체제 수호와 국민의 안전, 자유, 행복을 위해서만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상윤 기자
    "음지(陰地)에서 일한 보람 양지(陽地)에서 이어가자"

    국가정보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의 회훈(會訓)이다. 국정원 재직 시에는 양지를 지향하며 음지에서 일했지만, 퇴직한 후에는 양지에서 활동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양지회를 아는 국민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름 없는 별' 19개가 국정원 보국탑에서 이름도 직책도 공개하지 않은 채 순직요원을 조용히 기리듯이, 무사히 살아서 퇴직한 양지회 회원들 역시 여전히 음지에 머무르고 있는 듯했다.

    제12대 회장에 취임한 장종한 신임회장은 "양지회 선배들이 후배들의 입과 울타리가 돼 주겠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양지에서 활동할 것임을 밝혔다. '국정원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억울하게 사법처리당한 40여 명의 명예회복,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회복과 국가보안법 폐지 저지가 달린 지금 장 신임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장 회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취임식에서 "지난 정권에서 △원장이 앞장서 정보기관의 메인서버를 열어줘 △적폐청산 미명하에 250여 명의 요원들을 검찰조사를 받게 했고 △40여 명의 간부들이 구속돼 옥고를 치르게 했다"며 "국가안보를 지키고 국정원을 뒷받침하는 양지회가 되는 데 앞장서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회복과 국가보안법 폐지 저지 활동을 다각도로 추진하면서 지난 정권에서 억울하게 사법처리된 동료, 선‧후배들의 명예회복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 회장의 취임 일성에 대해 더욱 자세히 듣기 위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양지빌딩'을 찾았다. 양지회 전용 휴게실이 있는 지하 1층 입구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전직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국가안보를 위해 안보전사로서 목숨을 걸고 일했던 이들은 이제 양지회에서 동료들과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었다.

    '회원 간 친목도모'와 '국가안보에의 기여'를 조직의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양지회 정관 제1조. 이날 인터뷰를 다 끝마칠 때쯤에야 그 숨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장 회장이 들려주는 취임 일성을 2회로 나눠 소개한다.
  • ▲ (왼쪽)국정원 보국탑의 '이름 없는 별' 19개가 순직요원들을 기리고 있다. 이 조형물에는 '소리 없이 별로 남은 그대들의 길을 좇아 조국을 지키는 데 헌신하리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오른쪽)국정원 OB모임인 양지회 회장실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양지회의 회훈은 '음지에서 일한 보람 양지에서 이어가자'다. 국정원의 원훈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를 퇴직 후에도 계승하고 있다. ⓒ청와대(左)·정상윤 기자(右)
    ▲ (왼쪽)국정원 보국탑의 '이름 없는 별' 19개가 순직요원들을 기리고 있다. 이 조형물에는 '소리 없이 별로 남은 그대들의 길을 좇아 조국을 지키는 데 헌신하리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오른쪽)국정원 OB모임인 양지회 회장실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양지회의 회훈은 '음지에서 일한 보람 양지에서 이어가자'다. 국정원의 원훈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를 퇴직 후에도 계승하고 있다. ⓒ청와대(左)·정상윤 기자(右)
    다음은 장종한 제12대 양지회장과의 일문일답

    -제12대 회장인 장종한 개인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몇 년도에 국정원에 입사했나. 담당했던 대표적인 직무를 살짝 소개한다면?

    "1979년, 당시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 때 입부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국정원 직원은 퇴직 후에도 현직 때 일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 다만 막 입부해서 교육받던 시절에 10.26 사태를 겪은 중앙정보부 마지막 세대라는 정도까지만 소개하겠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활약상도 자랑할 수 없을 것 같다.

    "다 자랑하고 싶다. 국민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내용들이 많지만 얘기하기는 좀 어렵다. 재직 시의 일을 언론에 밝히거나 책을 출간하려면 먼저 국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국정원직원법도 준수해야 한다. 그러니 좀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양지회 회원 규모와 조직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회원은 1만 명 미만이고, 조직은 일반 사단법인과 비슷하다.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이사회와 대의원총회를 두고 있고, 부회장과 감사도 있다. 연간 사업계획을 만들고 자체 감사를 거치는데, 매월 회계법인이 양지회의 예산과 회계 서류를 검토하며 철저히 관리한다."

    -6층 취미교실이 유명하다고 들었다.

     "6층 전체를 '양지교실'로 운영하고 있다. 회원 간 친목도모도 하고, 컴퓨터 활용법, 유튜브용 영상 제작법, 블로그, 그리고 포토샵, 한글 등 오피스 프로그램 활용법 등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그림교실 '화우회', 서예교실 '묵향회', 한지공예 교실도 운영한다. 수지침, 국선도, 영어, 중국어도 가르친다. 회원들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지식 공유도 하고 있다. 양지회 부설 '한국통합전략연구원'(이하 '통합연')에서 2주에 한 번씩 회원들이 시사, 국제정세, 북한정세, 대공수사, 보안 문제를 서로 강의, 토론하며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회원비가 얼마 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양지교실 운영이 가능한가.

    "회원들은 실비 정도를 연회비로 내고, 양지교실을 수강할 때는 약간의 수강료를 별도로 부담하고 있다. 회비 및 회원들이 각자 형편에 따라 내는 발전기금(수십만 원, 때로는 수백만 원 이상)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사실 음지에서 일한 보람을 양지에서 이어가겠다는 회훈과 달리, 양지회의 활약상이 금방 떠오르지는 않는다.

    "사실 지난 정권의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시도 이전까지는 국가안보 관련, 나름대로 불만은 있었으나 그냥 지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회원간 친목도모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으나,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를 보면서 '이제는 안 되겠다. 우리도 양지로 나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계속 양지로 나간다고 해놓고 이때까지는 계속 음지에 머물고 있었다. 이제 양지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다."

    -취임 일성에서 대공수사권과 국가안보법 폐지 저지를 강조했는데 양지회 차원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양지회 차원의 공식적 활동은 없었다. 다만 뜻을 같이하는 일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국정원 전직 직원 모임'을 만들었고 기금도 마련했다. 내곡동 청사와 국회, 헌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토론회도 개최했으며, 유력 일간지에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과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는 언론 광고도 여러 번 발표했다. 여기에는 특별히 '국정원 퇴직 대공수사관 일동'이 앞장서 왔음을 밝혔다. 그렇지만 결국 대공수사권 박탈을 막지는 못했다." 
  • ▲ 지난 2021년 6월 4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원훈석 제막식을 마친 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 개정된 국정원법을 새긴 동판을 증정받고 있다. ⓒ청와대
    ▲ 지난 2021년 6월 4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원훈석 제막식을 마친 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 개정된 국정원법을 새긴 동판을 증정받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정권 당시 기억에 남는 일은 없나.

    "국정원 정문 앞에서 한여름 땡볕에 피켓을 들고 후배들 출근길 가운데에 서서 아침 6시 반부터 시위를 했다.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으로 20년을 복역하다 특별사면된 '국보법 위반사범' 신영복의 글씨체를 원(院)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원훈석에 새겼기 때문이다. 만감이 교차했다. 사상 초유의 전직 선배들의 피켓시위를 보면서 후배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사실 시위 초기에는 현직 후배들도 생소한 모습이라서 그런지 덤덤한 모습들이었으나 나중에는 박수치며 '감사합니다'를 외치곤 했다." 

    -'신영복 원훈석'에 새겨진 글귀에는 문제가 없었나.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신영복 원훈석'에 새겨진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에서 국가는 우리 국가가 아니고 '통일연방국가'라고 생각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과 국내 보안정보 수집권한을 다 없애는 개정법의 슬로건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한없는 충성'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그들이 생각하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아니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해야 권력의 분산과 상호견제를 통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박탈해 경찰에 집중시키는 것이 견제와 균형인가. 대공수사의 대상은 간첩과 종북세력이지 일반 국민이 아니다. 그런데 북한 공산집단을 수사하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에 견제와 균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그 권한을 축소하려 한다.

    국정원과 경찰 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논리도 말이 안 된다. 정보기구에는 국가정보기관이 있고 부문정보기관이 있는데, 국정원은 국가정보기관이고, 경찰‧군‧외교부 등 행정부처는 부문정보기관이다. 부문정보기관은 국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자기 부문에서 수집하는데, 그렇게 수집된 정보가 전부 국가정보기관에 모인다. 국가정보기관과 부문정보기관간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은 쉽게 말해 서울시청과 서울시 내 426개 동사무소(주민센터)가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

    그런데 좌파들은 국정원 '안보수사조정권'의 근거인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 규정' 폐지를 외쳐왔다. 국정원이 이 규정에 따라 부문정보기관에 일관된 지침을 내리고 각 부문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국정원이 종합해온 것이 '부처 간섭'이라는 주장이다. 각 부문정보기관이 제한된 범위에서 수집한 정보의 파편만으로 정보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나. 간첩 잡는 게 무슨 죄길래 간첩을 못 잡게 하는가. 한국적 안보의 3축인 △안보정보 △보안정보 △안보저해 범죄수사는 반드시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민주당의 목표인 영구집권을 실현하기 위한 단계 중 하나가 국보법 폐기라고 하셨다. 그런데 범민주 진영에서는 국보법 전면 폐기보다는 '제7조(찬양‧고무 등)'라도 우선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보법 폐지는 종북 좌파집단의 숙원이었다. 그들은 폐지가 어려우면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7조(찬양‧고무 등)만이라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지난 2021년 '국보법은 존치하되 찬양‧고무죄 등은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제7조 폐지 전략에는 국보법 사문화라는 '고지' 점령을 위한 '9부 능선'을 돌파하려는, 매우 위험천만한 저의가 담겨 있다. '족집게' 식으로 제7조만 폐지해도 국보법 제2조 반국가단체 규정이나 국보법 전체가 무력화, 사문화되기 때문이다."

    -국보법 폐지론자들은 국보법 제7조가 양심‧언론‧출판‧집회‧결사‧학문‧예술의 자유 등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과 논리는 지난 1991년 5월 31일 제7차 국보법 전부개정(법률 제4373호)에 이미 모두 반영됐다. 그런데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제7조가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대법원은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적극 동조하는 내용이 담긴 일기장이나 개인 수첩은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지만, △북한의 대남선전 내용에 동조할 목적으로 제작된 각종 책자 △이적단체의 구성을 목적으로 제작된 강령‧규약집 △이적단체에 가입할 목적으로 취득한 자료집 △이적단체 구성원으로서 허위사실을 유포할 목적으로 소지하고 날조한 유인물 등은 이에 해당한다고 판시해왔다. 

    대법원은 북한공산집단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해 △주체사상 △미제국주의론 △북한의 민족사적‧혁명사적 정통론 △남한의 미제국주의 예속사회론 △남한 정부의 반동파쇼론 △자주민주통일 노선을 통한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론 △주한미군 철수론 △평화협정 체결론 △미제의 적대시정책 철회론 △국보법 철폐론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및 해체론 △선군정치에 입각한 핵개발 당위론 △주체사상에 입각한 '우리민족끼리' 주장 △우선 '낮은 단계 연방제론' 등을 제시함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 ▲ 북한 청소년 유튜버 '송아'(위)와 '유미'(아래)가 각각 평양의 '과학기술전당'과 '통일거리운동센터'를 홍보하며 북한 체제와 김정은을 찬양하는 모습. ⓒ유튜브채널 샐리 팍스(Sally Parks)와 유미의 공간(Olivia Natasha- YuMi Space DPRK daily) 캡처.
    ▲ 북한 청소년 유튜버 '송아'(위)와 '유미'(아래)가 각각 평양의 '과학기술전당'과 '통일거리운동센터'를 홍보하며 북한 체제와 김정은을 찬양하는 모습. ⓒ유튜브채널 샐리 팍스(Sally Parks)와 유미의 공간(Olivia Natasha- YuMi Space DPRK daily) 캡처.
    -북한이 유튜버 등을 이용해 체제선전에 적극 나서고 있는 지금 제7조가 더 필요해진 것 아닌가.

    "북한의 위협은 '하드파워'로 불리는 무력뿐 아니라, '소프트파워'라고 불리는 문화나 생활영역에서도 실재한다. 북한 대남 사이버 공작기관은 해외사이트를 활용해 남한 내 빈부격차, 지역갈등, 정파대립 등 남남갈등을 조장하며, 북한을 찬양하고 주체사상을 홍보하는 등 심리‧사상전을 벌여왔다. 청주간첩단 사건은 민주당이 우선 폐지하자는 제7조가 북한 대남공작의 가장 큰 걸림돌이며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제수단이라는 사실을 잘 알려준다. 제7조가 없었더라면 청주간첩단이 가져왔을 안전보장에 대한 위협을 차단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폐지론자들은 '국보법 처벌규정이 기존의 형법 처벌규정과 중복된다'고 주장한다.

    "국보법과 형법은 범죄구성 요건이 달라 국보법을 폐지하면 처벌의 공백이 생긴다. 국보법 제7조의는 △내란 예비‧음모‧선전‧선동죄(형법 제90조, 제87조) △외환 예비‧음모‧선전‧선동죄(형법 제10조, 제92~99조)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죄(형법 제114조) △폭력범죄단체 구성‧가입‧활동죄'(‘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등 형법상의 범죄구성 요건과 다르다."

    -북한은 우리 헌법상 '국가'가 아니므로 형법상 내란죄도 성립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 북한은 헌법 제3조에 따라 국가로 볼 수 없으므로, '적국'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형법상 외환죄(간첩죄 포함)는 적용할 수 없다. 형법상 내란죄(형법 제91조)도 마찬가지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