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서울시 청년탈모 치료 지원 조례안' 본회의 상정 논의이소라 민주당 시의원 발의, 만 19~39세 대상… 탈모환자 비율, 청년층 38.6% < 중년층 42.3%청년, 일자리·주거문제 해결 1순위로 꼽아… 市 "형평성 고려 및 우선순위 따른 예산 배분"국힘 "연 최소 30억~최대 70억 소요, 심사숙고해야"… 민주당 "소외 대상 반발은 당연히 존재"
  • ▲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5회 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5회 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탈모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치료비 일부를 지원해 주는 서울시 '청년탈모 지원 조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 조례가 우선순위·형평성 등에 맞지 않는다는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청년정책으로는 탈모 치료보다 일자리·주거문제 해결이 더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과제이며, 탈모는 청년세대보다 중 세대가 더 높은 비율로 겪고 있어 선별지원 시 세대갈등 또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3일 오전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도계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서울특별시 청년탈모 치료 지원 조례안'을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했다. 

    이 조례안은 지난달 15일 이소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대표발의한 조례로,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서울시 청년이 경구용 탈모 치료제를 구입할 경우 시가 치료비 일부를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원 금액과 예산 규모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청년탈모 치료 지원 조례' 본회의 상정 논의

    이날 서울시와 시의회는 모두 청년탈모 지원 조례에 부정적 견해를 표했다. 먼저 지원 대상을 청년으로 한정하는 '청년 지원 특수성'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장에 따르면, 지난해 탈모층 치료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 탈모를 겪는 2030 청년세대 비율은 38.6%였지만 4050 중년세대 비율은 42.3%로 집계됐다. 

    또 조성준 도계위 수석전문위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탈모환자 증가율은 청년세대보다 중년세대에서 훨씬 높았다. 탈모질환 본인부담금 역시 중년세대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비율이나 증가율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한다면 중년세대와 함께가 아닌 청년세대만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할 당위성은 떨어진다. 청년만 지원할 경우 세대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또 서울시가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한정적인 만큼 청년들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느끼는 일자리·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에 먼저 예산을 배분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봤다. 

    2020년 서울연구원이 실시한 청년정책 수요조사에 따르면, 서울 거주 청년들은 '청년 일자리 보장제'와 '청년 주거 안심제'를 단기·중장기 모두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선정했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정책 복지욕구조사 결과에서도 일자리, 주거, 청년의 정책 참여 등이 1순위로 꼽혔다. 

    조 위원은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책을 고려해 우선순위에 따라 재원을 배분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탈모 치료 지원은 필요성과 당위성 등을 확보한 다음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 역시 "탈모 치료 지원은 논리가 비약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 ▲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전경. ⓒ정상윤 기자
    ▲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전경. ⓒ정상윤 기자
    2022년 탈모환자 비율… 청년층 38.6% < 중년층 42.3%

    서울시의회 의원 역시 청년탈모 지원 조례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수많은 의료보험 비급여 대상 중 탈모만 지원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며, 이 조례를 관할하는 서울시 청년기획단은 의료전문성이 없어 조례안 통과 여부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영철 시의원(국민의힘, 강동구)은 "탈모증은 의료보험 비급여 대상인데, 여기에는 여드름과 같은 피부질환과 치아 교정, 과로성 스트레스 질환 등 여러 증상이 포함돼 있다"며 "이러한 질환을 겪는 청년들은 '왜 탈모만 지원해 주고 나는 지원 안 해 주나'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상혁 시의원(국민의힘, 서초구)은 서울시가 조례와 동일한 내용의 정책을 시행할 경우 최소 30억원에서 최대 70억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며 "미래청년기획단은 시급성과 예산의 한계 등을 고려해 청년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데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훈 시의원(국민의힘, 양천구)은 "미래청년기획단이 탈모 지원사업을 청년 지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집행하기에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의료기관 지정 및 운영·관리 방안 등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진다. 심리상담 지원 또는 청년 이사비 지원과 같은 문제들과는 결이 다르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단장은 "미래청년기획단보다 더 준비가 돼 있고 기존 의료체계와 협업 또는 접근성 등 인프라와 전문성을 갖춘 부서에서 고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허 의원은 "서울시가 이 조례를 도입하게 됐을 때 다른 지자체들 역시 중요하다 판단하고 따라올 수 있다"며 "그만큼 서울시는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더 심사숙고해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청년정책 수요조사 결과… 일자리·주거문제 해결 1순위

    반면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이 같은 탈모 지원 조례를 둘러싼 지적에 적극반박했다. 특정 연령과 집단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는 소외 대상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청년 지원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미래청년기획단이 청년세대에 공감하고 이들을 위하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만균 시의원(민주당, 관악구)은 "청년정책은 청년 외 중장년층이 소외돼 반발이 있을 수 있고 노인정책은 노인이 아닌 계층이 반발할 수 있다. 노인 무임승차 관련 갈등이 그렇다"며 "세대갈등은 특정 연령과 계층을 상대로 하는 정책에 당연히 존재한다.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정책을 실현시킬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임 의원은 그러면서 "미래청년기획단은 기본적으로 진보적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조례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전혀 없는 점이 아쉽다"고 부연했다.  

    서준오(민주당, 노원구) 시의원 역시 "청년세대가 중년세대보다 탈모를 겪는 비율이 적다는 숫자를 보면 안 되고, 취업·결혼 등 예민한 시기인 청년세대의 고통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이 조례와 관련 "지원의 우선순위 등을 잘 가려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2일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청년탈모의 경우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는 것은 한 번 고민해볼 만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비급여 질병 중 탈모 지원하는 것보다 라식 등을 지원하는 것이 더 급한 것 아니냐는 등 우선순위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른 질병과 비교해서 무엇이 더 시급한지 또 필요한 것인지 토론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