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지하철 삼각지역 벽면 및 기둥 청소… 전장연 시위 스티커로 가득청소노동자 "스티커 떼도 먼지 붙어 까매져… 2~3일에 한 번씩은 계속 닦아야 해""제거 약품물 독해 마스크·장갑 필수적… 쉬는 시간 반납, 밤낮 매시간 청소"공사 "전장연 '2배로 붙이겠다' 으름장"… 시민들 "부착물 보기 나쁘고 어지러워"
  • ▲ 서울교통공사가 27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부착한 시위 스티커를 제거하고 있다. ⓒ안선진 기자
    ▲ 서울교통공사가 27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부착한 시위 스티커를 제거하고 있다. ⓒ안선진 기자
    "바닥에 붙인 스티커, 시민 안전사고 위험 있고 불법이라 바로 떼야 해"(서울교통공사 관계자)

    "허리 굽히고 일해야 해 몇 배로 힘들어… 제거에 쓰는 약품 독해 건강도 걱정"(청소 노동자)

    "어지럽게 붙은 스티커에 눈 피곤해… 시위 할 거면 깨끗하게 해야" (지하철 이용객)

    27일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남기고 간 시위 흔적들로 가득했다.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화하라' '오세훈 서울시장, UN 탈시설 가이드라인 준수' 등 문구가 적힌 알록달록한 스티커들이 역사 내부 벽면과 서너 개의 기둥 전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이리저리 얽힌 스티커들 위로 서울교통공사 측이 설치한 큰 현수막이 보였다. "역사 내 승인 없이 시설물 설치는 금지되고 있으며 관계법령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공사 측의 경고가 무색해 보이는 장면이었다. 
  • ▲ 27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구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부착한 스티커로 어지러운 모습이다. ⓒ안선진 기자
    ▲ 27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구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부착한 스티커로 어지러운 모습이다. ⓒ안선진 기자
    서울교통공사, 전장연 시위 스티커 청소 실시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공사는 전장연 측이 무단으로 부착한 스티커를 제거하는 청소를 실시했다.

    이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청소노동자 이선숙 메트로환경 주임은 "스티커가 너무 많이 붙여져 있어 시민들 보기 부끄럽고 제거하기도 힘들다"며 "시민들이 출근시간에 바닥에 붙여진 스티커 위를 뛰는데 끈적거려 신발에 붙어 불편해 한다"고 말했다.

    이 주임은 "스티커를 제거하기 위해 약품물을 사용하는데 많이 독해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한다. 노동자들 건강에 좋지 않아 걱정된다"며 "그래도 바닥이 더러우면 시민들이 불편하다. 휴게시간을 반납하고 주야로 나뉘어 매시간 청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사 내 벽면과 비교하면 바닥은 스티커 없이 깨끗한 상태였는데, 이는 지난 13일부터 청소노동자들이 밤낮으로 수세미와 약품을 사용해 여러 번 청소한 결과라고 구기정 삼각지역장은 말했다. 

    구 역장은 "바닥을 한두 번, 하루 이틀 청소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끈적이가 또 올라오고 있어 완전한 청소는 불가능하다"며 "노동자들의 본업무는 스티커 제거가 아닌 화장실·승강기 청소다. 업무량과 강도가 엄연히 다르다. 오늘 벽면 청소는 또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스티커 청소에 투입된 노동자는 메트로환경 소속 15명과 공사 관계자 등 약 30명 정도였다. 이들은 벽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스티커를 스크래퍼로 긁어내기 시작했다. 대부분 50~60대로 추정되는 여성노동자들이 허리를 구부린 채 쪼그려 앉았다.

    강성숙 메트로환경 주임은 "벽면 한 칸을 청소하는 데 10~20분 걸린다. 이마저도 먼지가 붙으면 새까매져 더 보기 싫어진다"며 "거의 2~3일에 한 번씩은 계속 닦아야 한다. 전장연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이 아닌 대화로 시위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 서울교통공사가 27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부착한 시위 스티커를 제거하고 있다. ⓒ안선진 기자
    ▲ 서울교통공사가 27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부착한 시위 스티커를 제거하고 있다. ⓒ안선진 기자
    스티커 떼어낸 곳 여전히 찐득… "이틀에 한 번은 닦아야"

    실제로 청소노동자들이 스티커를 떼어낸 자리를 만져보면 찐득한 물질이 남아 있었다. 스크래퍼를 이용해 몇 번을 긁어낸다 해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 물질이었다. 

    이선숙 주임은 "벽면 청소는 차라리 낮다"며 "바닥을 닦을 때는 허리를 구부려야 해서 배로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를 지켜보던 구종성 서울교통공사 홍보과장은 "작업에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며 "인력을 더 투입하든지 외주를 주든지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과장은 "전장연 측의 스티커는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안전상 문제도 있어 당연히 떼어야 하고 법적으로도 금지된 행위이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전장연은 스티커를 제거하면 2배로 더 붙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상황"이라고 당혹해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역시 전장연 측이 부착한 스티커들이 미관상 지저분하며 이를 청소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지연(여, 20대 후반) 씨는 "스티커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어 눈이 피곤하고 불법 부착물이다 보니 좋게 보이지 않는다"며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한씨는 그러면서 "청소하는 분들의 고충이 이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김모(30대 후반) 씨는 "스티커들이 지저분하게 느껴지고 청소하는 분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생각된다"며 "시위는 자유지만 할 거라면 깨끗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모(여, 60대 여성) 씨는 "시위를 하는 장애인들 처지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이런 시위 방식이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 서울교통공사가 27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부착한 시위 스티커를 제거하고 있다. ⓒ안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