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박해수·박은석·원진아 출연…3월 31일~4월 29일 LG아트센터 서울
  •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괴테(1749~1832)가 쓴 '파우스트'의 마지막 구절이다. 괴테가 22살 때 집필을 시작해 죽기 직전인 82살에 완성한 필생의 대작 '파우스트'가 연극으로 관객과 만난다.

    연극 '파우스트'는 3월 31일~4월 29일 LG아트센터 서울 SIGNATURE(시그니처) 홀에서 공연된다. 샘컴퍼니 연극 시리즈의 다섯 번째 공연이자, LG아트센터 서울이 지난해 10월 마곡지구 이전 후 처음으로 제작하는 연극이다.

    원작은 악마 메피스토의 유혹에 빠져 현세의 쾌락을 쫓으며 방황하던 파우스트가 마침내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천상의 구원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 190여년간 연극·음악·미술·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변주되며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파우스트'는 그레첸이 등장하는 제1부와 헬레나가 등장하는 제2부로 나뉜다. 이번 연극은 1부를 중심으로 파우스트의 비극과 그레첸과의 사랑 이야기를 펼쳐낸다. 노학자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의 유혹에 넘어가 자신의 영혼을 팔아버리고 젊음과 사랑을 얻으며 향락의 극치를 추구하게 된다.
  • 양정웅 연출은 2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세속적이고 끝없는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현대인에게 질문과 화두를 던질 것"이라며 "원작의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문학적인 아름다움을 최대한 반영해 요즘 보기 힘든 대극장만의 스펙터클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박해수(42)가 '메피스토' 역을 맡는다. 박해수가 무대에 오르는 건 2020년 11월 막을 내린 융합극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연극은 2018년 '두산인문극장 - 2018 이타주의자'의 하나로 선보인 '낫심' 이후 약 5년 만이다.

    박해수는 "무대에 대한 생각이 간절할 때 '파우스트'가 찾아와준 느낌이다. 감사하면서도 두렵고 무섭게 임하고 있다. 쉽지 않은 역할이라는 걸 알면서도 악몽과 함께 시작했다. 즐거운 악몽과 괴테의 세계관, 대본 안에서 놀아보고 싶다.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는 하루하루"라고 말했다.

    1996년 동명의 작품에서 '메피스토' 역을 연기한 유인촌(72)이 '파우스트 박사'로 출연한다. 유인촌은 "파우스트는 인간으로서 최고의 지성을 가졌 많은 것을 누렸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열망한다. 내가 파우스트처럼 학식이 높고 종교적인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연기로 흉내낼 수 없는 영역이라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 박해수는 2011년 초연한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로 그해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유인촌과 첫 호흡을 맞추게 된 그는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화술 연기를 보여주신다. 첫 리딩 때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 같아서 소름이 끼쳤다. 나중에 공부하려고 조용히 녹음도 했다"고 밝혔다.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박은석은 "유인촌 선생님의 첫 리딩을 보고 언어의 힘을 느꼈다. 말 맛을 낼 수 있는 그릇이 넘사벽이었다"며 "외국에서 살다 한국에 와서 우리말을 다시 배워 연기를 시작했기에 언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이 작품을 통해 그 부분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많이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듣던 유인촌은 지난해 '햄릿'에 이어 젊은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파우스트' 제작을 높이 평가했다. "세대가 다른 배우들이 한데 모이는 게 쉽지 않다. 요즘엔 더욱 그렇다. 같이 작품을 하면서 서로의 관점과 표현 방법도 다르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저 역시 배우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원진아는 우연히 만난 젊은 파우스트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여주인공 '그레첸'으로 분해 첫 연극에 도전한다. 그는 "무대에서 하는 연기는 어떨지 궁금하고, 꿈과 환상 같은 그림으로 생각했다. 평소 겁과 걱정이 많은 편인데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무조건 하고 싶다는 이상한 욕심이 생겼다. 무대를 완성해가는 과정 안에서 모두가 응원하고 선배님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