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대기권 재진입 실패했다면 탄착신호 수신 못해… 풋내기들" 비난 軍 "北 ICBM 정상 각도 아닌 고각으로 발사… 정상 각도로 쏴야 판단 가능"美 "ICBM 만든 나라 중 재진입 못한 나라 없다… 北 확보했을 것" 평가
  • ▲ 북한이 지난 18일 북한 평양국제비행장에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뉴시스
    ▲ 북한이 지난 18일 북한 평양국제비행장에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수준을 두고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기술 수준에 부정적 시각을 견지한 반면, 미국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해당 기술을 확보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지난 18일 발사한 '화성-15형'을 언급하며 우리 군과 연구자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몰상식한 것들이 사진을 보고도 탄두와 분리된 2계단 비행체도 가려 보지 못하며 고각발사시에 탄두와 분리된 2계단 비행체의 거리가 당연히 가까와지게 되는 리치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여정은 "언제인가도 설명했지만 만약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이 실패했다면 탄착 순간까지 탄두의 해당 신호자료들을 수신할 수가 없게 된다"며 "이런 개념도 없는 형편없는 풋내기들이 소위 전문가랍시고 지지벌거리는 소리를 곧이곧대로 믿어봤자 마음상 위안이 될런지는 몰라도 실제 미국과 남조선이 직면한 위기가 뜻하는 대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여정의 주장은 결국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이 요지다. 이번에 발사된 '화성-15형'은 지난해 11월 발사한 '화성-17형'과 마찬가지로 단 분리가 이뤄졌고, 대기권 상승 이후 포물선을 그리며 목표물을 향해 하강하는 탄두가 탄착지점에 떨어지는 순간까지의 시간을 제시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화성-15형'이 5768.5km까지 상승해 거리 989km를 4015초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그러나 김여정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같은 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한 주장이 다 맞는 것은 아니고, 의도된 발표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언급했다.

    군 관계자도 북한의 ICBM을 두고 "고각발사를 했는데, 재진입 기술을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정상 각도에서 발사해야 한다"며 "(발사된 탄두가) 수직 형태로 떨어지게 되는데, 각도나 마찰에 따라 열이 발생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그것을 견딜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성공과 실패를 논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해로 떨어지는 시험발사이기 때문에 지상에서도 수신할 수 있는 범위"라며 "대기신호나 그런 것들에 의해 할 수도 있고, 탐지 레이더에 의해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핵심은 결국 '열 관리'에 달려 있다. 지상에서 발사된 ICBM이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그 충격파에 의해 표면온도가 5000~6000도까지 올라가는데, 이 열을 버티면서 목표지점에 탄착하는 것이 재진입 기술의 핵심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18일 '화성-15형'을 정상 각도가 아닌 고각발사로 쐈는데, 이럴 경우 미사일이 대기권을 통과하는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표면온도 역시 낮을 수밖에 없다. 군 당국의 주장은 결국 북한이 '정상적인'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 확보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국방연구원 신승기 북한군사연구실 연구위원은 "정상 각도로 발사된 ICBM이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수천 도의 열을 버티면 실제 개발이 끝났다고 본다"며 "고각발사는 짧은 시간에 낮은 온도만 발생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ICBM으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ICBM 재진입 기술이 완성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는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루이스 소장은 "그런 사실(북한의 ICBM 재진입 기술 확보)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ICBM을 만든 나라 중 재진입체를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없고, 북한이 이미 2016년 재진입체 지상시험을 했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소장은 "고각발사를 하면 최소 에너지 궤적의 발사 때와 약간 다른 온도를 발생시키지만, 둘 다 재진입체에 많은 부하를 주기 때문에 재진입체가 고각발사 시험에서도 살아남는다면 더 정상적인 궤도의 시험에서도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미국 정보당국과 자신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을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충분히 크고 튼튼한 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승기 위원은 "결국 김여정이 '태평양도 우리의 사격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ICBM을 정상 각도로 쏴서 재진입 기술이 완벽하게 개발됐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선언"이라며 "올해 중에는 한미연합훈련 등 어떤 핑계를 대고서 태평양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