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여부·시점 두고 대통령실 촉각"순방 기간, 국내정치 문제로 대통령 시선 분산시키면 안 돼"나경원 측 "불출마는 대통령실의 희망사항"… 고민 계속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의 빠른 불출마 결정을 바라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동과 스위스 등 순방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중진 정치인으로서 나 부위원장이 자신의 직책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며 "국내정치 문제로 순방 기간 대통령의 시선이 분산되는 것은 나 부위원장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스위스를 연이어 방문하는 일정으로 해외 순방을 떠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함께하는 일정으로 윤 대통령이 원전과 경제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순방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에서는 나 부위원장이 당대표 출마 등의 문제를 빨리 정리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나 부위원장의 사의 표명에도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지 않고 있는 듯한 모습은 나 부위원장의 마지막 결정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으로 읽힌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이 정부의 성공을 원한다면 정부를 위해 14일 이전까지는 좋은 결정을 빨리 내려 줘야 한다"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시간을 끌고, 그 시간을 즐기는 듯한 모습은 각별히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뉴시스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나 부위원장은 공개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전당대회 참전 여부를 두고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나 부위원장 주변 인사들도 섣불리 출마, 불출마를 확언하지 못해 나 부위원장의 최종 결정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나 부위원장은 미세하게나마 출마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나 부위원장의 한 측근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조만간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사의 표명한 후 상황 변화는 없다"며 "내일 불출마를 선언한다는 것은 대통령실의 희망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측근은 이어 "본인이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았는데 주변 인사들이 모일 이유가 없다"며 "출마와 불출마는 51 대 49 정도"라고 덧붙였다.

    나 부위원장의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고, 출마 선언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먼저 안철수 의원은 나 부위원장의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겉으로는 경선 흥행이라는 이유를 들지만, 나 부위원장의 출마에 따른 친윤 표심 분산을 꾀하는 모양새다. 영남권인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에 맞서 인천이 지역구인 윤상현 의원과 더불어 나 부위원장과 수도권 연대론에 불을 지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안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수도권 연대론은 확대해석"이라며 "당원들이 다양한 선택과 고민을 할 수 있게 후보군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총선 화두인 수도권 승리를 위해 당이 더 깊이 고민했으면 하는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기현 의원 측은 표면적으로는 전당대회 출마는 나 부위원장이 선택하는 것이라는 원론적 견해를 내고 있지만, 속으로는 친윤 표 분산을 걱정하고 있다. 결선투표가 도입된 만큼 1차 투표에서 압도적 당심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전국을 돌며 친윤 후보로서 이미지를 굳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대구에서 열리는 영남지방자치연구원 개원식, 경북 경산 윤두현 의원의 의정보고회 참석으로 당의 핵심 지지층인 TK(대구·경북) 공략에 나섰다.

    오는 14일에는 경북 구미시 박정희로(路)에서 경북선거대책본부 출정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친윤계 박성민·박수영·배현진 의원 등 여당 친윤계 의원들이 참석한다.

    15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막걸리 회동을 할 예정이다. 이후 김태흠 충남지사 등 국민의힘 출신 지방자치단체장들로 만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