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감사원법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 유죄로 판단국장 등 3명 징역형 집행유예 2년 선고… "감사원 요구 자료 삭제"산업부 공무원, 재판 과정서 "관행 따른 자료 삭제… 고의 없어" 주장조기 폐쇄 부당성 은폐 목적 인정… 수사 칼날, '윗선' 백운규 전 장관 겨냥
  • ▲ 대전 법원. ⓒ연합뉴스
    ▲ 대전 법원. ⓒ연합뉴스
    월성 원전 1호기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박헌행)는 9일 감사원법 위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방실 침입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과장 B씨와 서기관 C씨에게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고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 등을 받는다. 부하직원인 C씨는 같은 해 12월 2일 오전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이 잡히자 일요일인 전날 오후 11시쯤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월성 원전 1호기와 관련된 자료 530건을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부는 감사원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해당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앞선 행위들이 불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는 차원이었으며, 삭제된 자료 중 상당수가 최종본이 아닌 중간 단계 파일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고의적 감사 방해… 삭제된 자료들은 '공용전자기록'"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가 고의적으로 이뤄진 감사 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C씨가 감사원 면담 조사 및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뒤, 이들은 전화 통화 등으로 연락을 하며 일부 자료만 제출하기로 공모했다"며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일부 자료가 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협의해 선별한 소수의 자료만 제출하고 삭제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중간 단계의 파일'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감사를 위해서는 원전 조기 폐쇄 결정이 내려지기까지의 과정을 순서에 따라 살펴봐야만 할 수 있고, 중간본·수정본 또한 필요한 자료라는 것을 예상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삭제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라고 지시했던 것'이라는 A씨의 주장에는 "'감사원이 불필요하게 오해할 수 있는 자료, 즉 한수원의 원전 조기 폐쇄 결정과 관련해 개입했다고 보일 수 있는 자료들의 정리'로 봐야 하며, 정리하자는 의미에는 삭제하자는 의미가 상당하다"고도 지적했다.

    또 피고 측이 삭제된 자료를 '공용전자기록'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과 관련, 재판부는 "C씨가 삭제한 자료를 보면 중간보고 자료이기는 하나 상급자나 청와대에 보고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고, 중간보고까지 마쳐진 이상 그 자료는 보고 시점에서는 객관화된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파일 삭제를 위해 타 부서 사무실에 들어간 행위를 두고는 "이전에도 감사 대응을 위해 해당 사무실을 오간 적이 있어 다른 직원이 보고도 제재하지 않았고 '사실상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위'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방실 침입'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한편,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하도록 압력을 넣어 한국수력원자력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도 현재 대전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됨에 따라,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백 전 장관 관련 재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