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특파원 출신 기자가 바라본 영국의 과거와 현재'신사의 나라' 이면에‥ 냉철한 '실리·현실주의' 내재
  • "Manners, Maketh, Man."

    '영국 신사' 하면 의례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단정히 뒤로 벗어 넘긴 머리 스타일에, 주름 하나 없는 깔끔한 슈트를 입고, 검은색 장우산을 손에 든 중년의 남성. 여기에 우아한 영국식 악센트와 유머러스한 화술, 품위 있는 태도까지 더하면 영락없는 '킹스맨(Kingsman)'이다.

    영화 '킹스맨'의 해리 하트(콜린 퍼스 분)는 이 같은 영국 신사의 표본을 보여준다. 고급진 뿔테 안경을 쓰고, 화이트 셔츠에 완벽한 슈트 핏을 자랑하는 그는 악당들에게도 '매너'를 가르칠 정도로, 뼛속까지 예의가 들어찬 남자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과 차분함을 잃지 않는 해리 하트의 등장은 런던 거리를 활보하는 모든 영국 남성이 '젠틀맨'일 것이라는 환상을 영화 팬들에게 심어줬다.

    물론 영국이 '젠틀맨의 나라'인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 실체적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영국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신사의 나라로 인정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킹스맨' 개봉 이후 이 같은 인식은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영국에는 젠틀맨이 없다((주)북랩 刊)'를 쓴 저자는 영국을 그저 젠틀맨의 품격 있는 나라로만 보는 것은 영국을 반만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젠틀맨이 매너·언행·차림새 등 영국인의 외적인 모습을 표현했다면, 그 내면에는 대영제국을 건설한 원동력, 즉 '실리주의자'와 '현실주의자'라는 진면목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조선일보 런던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영국인들의 국민성이 형성된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누구보다 생생하고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관찰했다. 그리고 영국의 과거와 현재를 파고들었다.

    이 책은 유럽의 섬나라에서 세계를 호령하는 제국으로 발돋움한 영국과 영국인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환상이 아닌, 베일 속에 숨어 있던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역사를 통해 영국인이 어떻게 실리를 추구하는 냉철한 현실주의자가 될 수 있었는지 파악하는 단계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가 영국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보고 듣고 느낀 영국인들의 진짜 모습을 진솔하게 담으려고 한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이 책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장점은 자칫 잘못하면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영국의 역사를 쉽게 풀어준다는 점이다. 다양한 시각과 수많은 자료를 빨아들인 뒤, 알기 쉽게 추리고 설명한 덕에 자연스러운 흥미를 자아낸다.

    젠틀맨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 앙숙이라고 알려진 영국과 프랑스는 왜 앙숙이 되었을까? 영국 왕실은 어떻게 수많은 국민의 애정과 존경을 받을 수 있었을까?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영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떠오르는 수많은 물음표를 해결할 답을 하나씩 제시한다.

    특히, 영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영국이 경쟁한 상대인 프랑스와 에스파냐(스페인) 등에 대한 얘기도 쉽고 재미있게 해설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제 관계를 쉽게 조망할 시각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국부', '법치', '실용', '노블레스 오블리주', '글로벌'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영국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했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한발 더 발전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국제 사회에 우뚝 서기 위해선 이 다섯 가지 키워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영국이 맞이할 미래를 전망함과 동시에, 현재 영국이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설파하며 이 책을 마무리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진단한 영국은 사회·경제적 난항을 겪고 있지만, 다시 글로벌 사회의 리더로 발돋움할 국가다.

    21세기 글로벌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이런 영국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의 폭넓은 시야를 통해 영국이 그리는 '새 아침'이 어떤 모습인지도 엿볼 수 있다.

    ◆ 저자 소개

    장일현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석사학위 논문 '민주화에 따른 청와대비서실의 구조와 기능 변화에 관한 연구(1994)'는 월간지 '세계와 나'에 3개월간 연재됐다. 1997년 2월부터 조선일보에 재직 중이다. 사회부와 정치부, 영남취재본부, 산업부, 주말뉴스부, 여론독자부 등을 거쳐 현재 국제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4년 6월부터 약 8년 동안 국방부를 출입했다. 2015년 말부터 2017년 11월까지 영국 런던 주재 유럽 특파원을 지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