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태원국정조사특위,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간담회주호영 "지금도 상상 안 돼… 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말아야"유가족 "우리가 그렇게 우습나… 국정조사 당장 복귀하라" 촉구
  •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눈물 흘리는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눈물 흘리는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3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단독으로 강행한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이 2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앞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와 이태원특위 위원들은 지난달 21일 참사 유족들을 만났지만,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 위원들이 유족들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이 '선(先) 예산안 처리, 후(後) 국정조사'라는 합의를 야3당이 깼다며 국정조사 보이콧에 돌입한 만큼, 이날 간담회장에는 국정조사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는 유족들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 위원들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회의실 앞에서 유족들을 기다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엄숙한 표정을 한 채 2시쯤 간담회실을 찾은 유족들을 악수를 하며 맞이했다.

    이태원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 뒤 마이크를 잡은 주 원내대표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이런 일이 대한민국 서울에서 일어날 수 있었는지 지금도 상상이 안 되고 이해도 잘 안 된다"며 "그런데 소중한 자녀나 형제를 잃은 여러분들은 오죽하겠나"라고 위로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진상규명을 통해 철저히 책임을 물을 것 ▲철저한 배상·보상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촘촘히 짤 것 등을 강조하며 "두 번 다시는 어처구니 없는, 몇몇 사람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대비하고 준비했으면 막았을 수도 있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들의 요청사항과 비통한 마음을 듣고 국정조사나 이런 과정에서 우리 당이 뭘 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될 것인지, 그런 말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밝힌 주 원내대표는 "진작 뵀어야 했는데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희생자들이 협상 도구인가"… 유가족들 울며 '호소'

    주 원내대표 발언 이후 마이크를 잡은 유가족들은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에 참석할 것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앞서 지난 19일 민주당과 정의당·기본소득당은 국정조사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고 국정조사 일정과 증인 명단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진행하기로 한 합의를 야3당이 일방적으로 깼다며 국정조사에 불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종철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국정조사가 동네 이장 회의인가.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이게 뭐 하시는 건가"라며 "희생자들이 협상의 도구인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예산안 처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해임안 결의가 이태원참사국정조사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라며 "애들 장난인가. 우리가 그렇게 우스운가"라고 울며 호소했다. 

    "예산안 심의하고 이태원 참사 희생된 분들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가. 왜 딜을 하고 협상을 하십니까"라고 거듭 따져 물은 이 대표는 "여기가 시장판인가. 정중하게 말씀드린다. 내일이라도 복귀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의 발언을 들은 다른 유가족들도 울음을 터뜨렸다. 또 이 대표가 발언하는 과정에서 감정에 북받치자 주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자리로 직접 찾아가 위로하기도 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도 "저희는 다른 것 바라지 않는다. 국정조사를 제대로 (참여)하셔서 아이들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 그 정도는 알아야지, 아이들을 어떻게 쳐다볼 수 있겠나"라며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해 주시고 철저히 진상을 밝혀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 ▲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오열하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오열하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간담회는 2시간20분에 걸쳐 진행됐다. 유가족들은 간담회를 통해 ▲국정조사에 복귀해 진상과 책임규명 ▲유가족 대상 2차 가해에 따른 조치 ▲녹사평역에 위치한 분향소 시설 보완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조특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간담회 후 브리핑을 통해 "이유를 불문하고 참사 발생이 50여 일 지나서 유가족을 만나게 된 점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며 "유가족분들께서도 늦었지만 자리가 마련돼서 다행이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국정조사가 늦어진 것에 대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면서 늦어진 사유와 현 상황에 대한 말씀이 있었다"며 "국조특위가 언제든지 가동될 수 있도록 양당 간사 간 협의가 계속해서 이뤄져 왔다는 말씀도 드렸다"고 설명했다.

    '국정조사에 당장이라도 복귀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자 이 의원은 "제가 입장을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주호영) 대표님도 그 내용을 충분히 듣고 갔고 국조 위원들도 모여서 계속 회의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또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거취와 관련해 이야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에는 "여기서 그 말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도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다 했다"며 "주 원내대표가 잘 이해해 줬고 조속히 국정조사에 복귀하도록 최대한 협조해 준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사과 요구 관련 발언이 있었느냐'고 묻자 "더이상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는 필요없다"며 "이제 저희는 저희 아이들을 고스란히 추모하는 데 의미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소속 국조특위 위원들은 유가족 간담회 직후 성명을 내고 "유가족협의회 간담회를 통해 형언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진 유가족 여러분의 애끓는 마음을 위로하고 무엇보다 유가족과의 지원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집권여당으로서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 달라는 원내대표님의 말씀이 있었다"며 국정조사에 복귀를 선언했다.

    위원들은 이어 "야당의 일방적인 국정조사로 인한 정쟁화를 막고 참사의 진상과 책임규명, 그리고 재발 방지대책 마련이라는 국정조사 본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국정조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