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본지, '김홍희 전 청장' 공소장 입수… 檢 "월북 과련 내용, 졸속으로 진행된 허위사실"서훈 공소장엔 "허위 내용담긴 자료, 전후관계를 모르는 부처 담당자들에게 배포" 적시
  •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10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10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DB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자진 월북 근거가 발견되지 않자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몰아가고자 '정신적인 공황 탓에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허위사실을 발표하도록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뉴데일리가 입수한 '김홍희 전 청장'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우리나라 사회통념상 월북이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행위에 해당해 본인과 가족에게 낙인을 찍어 큰 사회적 영향을 끼칠 것임을 알면서도 피고인 김홍희 전 청장은 유족과 고인의 명예를 고의로 훼손했다"며 범행 배경에 대해 적시했다.

    "월북이라는 해경 발표, 근거 부족하고 의도적인 허위"

    검찰은 피고인 김 전 청장의 지시로 당시 윤성현 전 해경 수사정보국장과 보안계 직원이 작성한 2차 발표문 내용 중 △이씨가 발견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 △실종자 인적사항을 북측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이 확인된 점 △실종자가 연평도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의 월북 관련 내용이 졸속으로 진행된 것으로서,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며 월북으로 보기 어려운 내용을 의도적으로 반영한 허위 내용이라고 적시했다.

    이어 검찰은 피고인 김 전 청장의 지시로 윤 전 국장과 김태균 전 해경청 형사과장이 작성한 3차 발표문에 대해서도 "피격 사망한 사실에 대한 국민적 비난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리 정한 자진 월북이라는 결론에 맞춰 졸속으로 진행된 허위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로써 피고인 김 전 청장이 허위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 고(故) 이대준씨과 그의 아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결론지었다.
  • ▲ 김홍희 전 해경청장 검찰 공소장 일부.
    ▲ 김홍희 전 해경청장 검찰 공소장 일부.
    잘못된 더미 실험 결과 은폐하려 한 혐의도

    검찰은 또 김 전 청장은 이씨 실종 당시인 2020년 9월21일과 더미 실험을 진행했던 같은 달 26일의 조류 흐름을 비롯한 수온, 조석 등 환경이 달라 "결과의 객관성이 낮아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건의를 받고도 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이틀 뒤인 28일, 잘못된 실험 결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4개 기관에 '조류 예측분석'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유족 측에서 해경에 '더미 실험 조류예측 분석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하자 김 전 청장은 잘못된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2020년 11월 초 부하 직원을 통해 "(유족에게) 자료를 주지 않는 쪽으로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후 김 전 청장의 지시에 따라 수색구조과장은 같은 달 10일 '인체모형 표류실험 관련 4개 기간 조류예측분석서는 없음'이란 정보공개결정통지서를 작성했고, 이는 유족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을 고의로 은폐하고, 사건을 왜곡 발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경우 "허위 내용이 기재된 공문서인 국가안보실 명의의 답변 자료를 작성하고 그 전후관계를 모르는 외교, 안보관계 부처 담당자들에게 배포해 이를 행사하게 했다"고 서 전 실장 공소장에 적시하기도 했다.

    한편 김 전 청장과 서 전 실장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20일 오전 11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