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박홍근 등 포함된 SNS서 집회 공지, 참여 독려이재명 캠프 선대본부장이 개설…논란 일자, 집회 취소"이재명과 함께 '진일보' 민주당으로 변화하자" 슬로건
  • ▲ 촛불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5일 오후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촛불집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촛불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5일 오후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촛불집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기륭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대의원과 권리당원 다수가 포함된 '친(親) 이재명' 성향 단체가 전국적으로 버스를 대절해 가며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주최하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가자를 동원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단체의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의 상임본부장이었다. 그리고 그가 집회 공지와 참가 독려 등에 활용한 텔레그램 '1번방'에,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현역 의원 최소 10명과, 전국 각지의 민주당 소속 전현직 시·군·구의원이 최소 수십여명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심민심'이란 단체, 촛불행동 집회에 전세버스 운영

    지난달 19일 '이심민심'이란 단체의 텔레그램 단체방에 '중요공지'가 하나 떴다.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한 서울 총집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등 촉구대회!!!" "10월 22일 오후 5시, 서울 시청역 7번 출구 앞 대로에서 진행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당일 이심민심은 전국 27개 지역에서 대절 버스를 띄워 서울로 참가자를 실어 날랐다. 공지를 올린 지 10분도 안 돼 "탑승 가능한 버스가 공지한 각 지역별로 1~3대인데, 거의 만차이므로 시간상 오늘까지만 신청을 받는다"는 주최 측의 공지가 다시 올라왔다.

    공지가 사실이라면 이날 하루에만 이심민심이 최소 27대, 최대 81대 버스를 대절해 집회 참가자를 서울로 실어나른 것이다.

    그런데 공지에 나온 장소에서 열린 집회는 이심민심이 아닌 '촛불행동'이란 단체가 개최한 '정권 퇴진 촛불 문화제'였다.

    촛불행동은 대선 직후인 올해 4월 조국백서 저자 김민웅 씨를 상임대표로 추대해 출범한 뒤, 8월부터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를 열어온 단체다. 일각에선 이 단체를 '시민단체'라고 부른다.

    그날 촛불집회에는 경찰 추산 2만명이 참가했다. 이심민심의 버스대절 공지는 29일의 집회를 앞두고도 나왔다.

    서울시내 모든 경찰 기동대가 오후 도심에서 열린 집회 질서 유지에 투입됐고, 그날밤 이태원에선 참사가 벌어졌다.
  • ▲ 촛불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5일 오후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촛불집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촛불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5일 오후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촛불집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기륭 기자
    "민주당과 연관짓지 말라"는데… 단톡방에는 전·현직 의원들이

    이심민심은 '우리를 민주당과 억지 연관을 짓지 말라'는 입장이다. 이심민심이 공개한 조직 소개엔 '민주당 대의원·권리당원·일반당원 등 5만명 회원 보유 단체'라고 나온다. "이재명과 함께 진일보하는 민주당으로 변화해 새희망 새시대를 열자"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이심민심의 상임대표는 임동현 씨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서 각 영역 시민단체들을 총괄하는 시민소통본부 상임본부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이심민심이 운영하는 여러 메신저 단체방 가운데 '제1번방(본방)'이란 제목의 1200명 규모 텔레그램 단체방이 있었다.

    조선닷컴 확인 결과, 이 대화 참여자 명단에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확인된 것만 송영길 전 당 대표를 비롯해 현직으로는 박홍근 원내대표, 김남국·김두관·김용민·도종환·문진석·박용진·박주민·윤호중·이수진(동작)·임오경·임종성·장철민·정성호·정청래·진성준 의원과, 최민희·김진애 전 의원 등이었다.

    특히 최민희 전 의원은, 주로 '일방적인 공지 사항 전달 창구'로 활용된 이 대화방에 직접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제1번방' 멤버 가운데 한명인 김용민 의원은 지난달 8일 실제로 촛불집회에 참가했고, 단상에 올라 "윤석열 정부를 5년 채우지 못하게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빨리 퇴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외치기도 했다.

    국회의원만이 아니었다. 단톡방엔 조직폭력단 성남마피아파 출신으로 이재명 당 대표를 수행했던 이모 씨도 있었다. 또 전직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비롯, 민주당 현직 경기도의원과 광명시의원, 대구 동구의원 등 전·현 지방의원들, 민주당 지역위원회 산하 소위원회 위원장들도 참가자 리스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 ▲ 촛불행동은 5일로 예고했던 윤석열 퇴진 시위를 이태원 추모 시위로 변경했다. ⓒ촛불행동 페이스북
    ▲ 촛불행동은 5일로 예고했던 윤석열 퇴진 시위를 이태원 추모 시위로 변경했다. ⓒ촛불행동 페이스북
    이태원 참사 벌어지자 "추모집회로 열자"… 비판 제기되자 '취소'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자,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를 '참사 추모 집회'로 바꿔서 열자고 우선 제안한 것도 이심민심이었다. 이심민심은 지난달 31일 "11월 5일(토)은 이태원 대참사 추모집회로 진행합니다"라는 공지사항을 단톡방에 올렸다.

    이심민심이 시위 명칭을 바꾸자 촛불행동도 바로 시위 명칭을 바꿨다. 촛불행동 측은 하루 뒤인 1일 페이스북에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촛불행동 13차 집회는 '이태원 참사 추모촛불 집회'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촛불집회가 '이태원 참사 추모'를 내건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이심민심 측은 5일 집회를 취소한다고 했다.

    이 단체가 3일 띄운 공지문에는 "수구보수언론과 수구보수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재명 대표님 및 송영길 전 대표님, 민주당과 억지 연관을 지어서 부득이하게 취소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에 따라 5일 광화문에서는 이심민심의 버스 동원이 사라진 상태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 참가자 수는 9000명. 이심민심이 가담했던 지난달 22일 집회 인원(2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다.

    5일 집회서 "무책임한 정부가 참사를 불렀다" 주장


    집회에서 촛불행동은 "무책임한 정부가 참사를 불렀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당초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진행하려 했으나, 서울시에서 "정식으로 신청하지 않았고 신청 기간도 지났다"는 이유로 거부해 시청역 인근 도로로 장소를 옮겼다.

    이들은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윤석열 정부와 여당 등은 참사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희생양 만들기를 중단하라"며 참사의 책임자를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다시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권력자의 횡포에 의해 후진국으로 후퇴해서는 안된다"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