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선 위한 용도로 쓰려나 생각은 했다… 어디에 썼는지는 몰라""총 42억5000만원 준 뒤 '나는 이제 됐다' 생각… 돈은 현금이나 수표로"
  • ▲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10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10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2014년 6월 성남시장선거를 앞두고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거액을 빌려준 인물로 지목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 이모 씨가 "남욱 변호사가 '시장선거도 있고 돈이 너무 급해'라고 해서 돈을 빌려줬지만 어디에다 썼는지는 모른다"며 "2014년 6월 성남시장선거 전에는 3억~4억원을 보내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2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 돈이 당시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자금으로 사용된 것이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남욱 "시장선거도 있고, 돈이 급하다" 요청

    이씨는 지난 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14년 초부터 남 변호사가 '시장선거도 있고. 형, 돈이 너무 급해'라고 해서 돈을 준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후보로 출마했던 2014년 6월 성남시장선거 이전에 남 변호사에게 12억원을 빌려줬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2014년 6월은 위례신도시 분양이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그런 거액을 남 변호사에게 줄 이유도 없었고 당시 그럴 만한 돈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씨가 운영 중인 A분양대행업체는 2014년 대장동 일당이 시행을 맡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A2-8블록)의 분양대행을 맡았다. 이후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시행을 맡은 대장동 5개 블록 아파트 분양대행도 독점했다.

    이씨는 당시 "남 변호사가 (위례신도시) 분양대행 계약을 하게끔 도와주던 상황이었다. 남 변호사에게 신세를 졌고 분양대행 수익도 예상이 됐다보니 남 변호사가 돈이 필요하다, 빌려달라고 해서 3억~4억원 사이 빌려준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이 본격화한 2014년 8월부터는 남 변호사에게 큰 돈을 빌려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때(2014년 9월)는 위례신도시 분양도 잘되고 수수료도 나오다 보니 돈이 좀 있었다"며 "빌려준 돈은 위례신도시 개발에 대한 대가성이 아니라 대장동 분양을 하기 위해 운영비를 지원해 달라고 해서 보낸 것"이라는 것이다.

    "돈 쪼개서 보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알지 못해"

    이씨는 "남 변호사에게 빌려준 자금은 총 42억5000만원"이라며 "이렇게 돈을 주고서 '자, 이제 나는 끝이다'라고 생각했다. 대장동 개발 운영비 댄다는 약속은 그것으로 '클리어'가 됐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를 남 변호사에게 나눠 보냈느냐는 질문에는 "돈은 다 쪼개서 보냈다. 현금으로 뽑거나 수표로 뽑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다. 메모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씨는 그러나 자신이 남 변호사에게 빌려준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가 2014년 6월 성남시장선거 전에 자신에게 빌린 돈 중 1억원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통해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5000만원이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건네졌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시장선거에 도움을 주려고 그러나보다 정도는 생각"

    이씨는 "이 대표가 또 성남시장이 되는 것이 남 변호사 등에게 크게 도움이 되니까 시장선거에 도움을 주려고 그러나보다는 정도는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남 변호사가 나뿐 아니라 사방에다 얘기를 하면서 돈을 구할 당시였을 것이다. 남 변호사가 잘돼야 나에게도 도움이 되니까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행상 인허가를 받으려면 로비도 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남 변호사가 당연히 그런 쪽으로 쓰겠지 하는 상상은 했다. 당연히 그 전부터 하던 모든 프로젝트는 그쪽(이 대표 측)과 뭔가 관계가 있지 않았겠나"라는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그러면서 "대한민국 어느 건설현장에서도 지자체장이 바뀌면 프로젝트에 변수가 엄청나게 생긴다. 새로운 시장이 갑자기 '안 된다'고 해버리면 몇 년을 준비했던 프로젝트도 무산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