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법안 발의됐지만… 장관 호소도 안 먹혀채이배 한 명만 '법안 찬성'… 나머지 여야 한목소리로 반대
  • ▲ 15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불로 현재 카카오톡, 포털사이트 다음 등 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연합뉴스
    ▲ 15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불로 현재 카카오톡, 포털사이트 다음 등 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연합뉴스
    데이터센터의 화재 등 재난 대비를 골자로 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당시 여야 의원들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를 기점으로 여야 의원들 모두 재발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네이버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당시 법안이 법사위에 가로막혀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는 지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년 전 KT 사태 겪고도 재난 대비 법안 막혀

    17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2020년 5월20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개정안'을 심사했다.

    2018년 11월24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KT 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KT 통신망으로 연결된 ATM이나 신용카드 단말기 사용 문제가 생기자 국민 일상에 지장을 초래하는 통신재난에 대비하자는 취지의 법안이었다.

    당시 국회는 2019년 4월 노웅래 민주당 의원, 2019년 4월 윤상직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2020년 3월 박선숙 민생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통합, 조정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대안을 심사했다.

    여야 의원들은 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재난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기업과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 대상에 부가통신사업자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통신시설의 등급 지정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주요 통신사업자가 우회 통신경로의 확보, 통신시설 출입제한 조치, 재난 대응 전담인력 운용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통신시설을 관리 △주요방송통신 사업자가 수립 지침에 따르지 않고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을 수립한 경우 과기부장관과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완을 명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당시 과기부장관 "데이터센터 재난 대비하지 않으면 큰 혼란"

    최기영 당시 과기부장관도 회의에 참석해 "데이터센터가 재난을 대비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개정안은) IDC 사업자가 재난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이행하고, 재난이 발생하면 과기정통부에 보고하는 것"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법사위 소속 대부분의 의원은 이 법안에 반대 의견을 표했다. 이미 정보통신망법의 영향을 받는데 방송통신발전기본법까지 카카오·네이버 등을 포함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당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관련 단체에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는데 이게 (부가통신사업자의) 산업 발전에 저해되는 과잉규제 요소가 있다는 점도 일리 있는 쟁점이 될 것"이라며 "지상파 방송사업자 등과 IDC 사업자를 같이 포함하고 있는데, 사실 앞에(지상파방송 사업자 등 기간통신 사업자)는 엄격하게 허가를 득해서 운영되는 사업자이고, IDC는 그런 사업자가 아니지 않나. 동법에 규제 대상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체계상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법이 논의되는 과정을 검토해보니 죽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빠져 있었다. 그런데 막판에 들어갔다"며 "IDC는 이 법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 좀 더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의견"이라고 부연했다.

    정점식 새누리당 의원은 최 장관에게 "정보통신망법 46조 1항, 시행령 37조 1항 2호에서 '정보통신시설의 지속적·안정적 운영을 확보하고 화재·지진·수해 등의 각종 재해와 테러 등의 각종 위협으로부터 정보통신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물리적,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지 않냐. 무슨 차이냐"고 물었다.

    이에 최 장관은 "사후적 조치로 사고가 났을 때 그것을 과기부에 보고하는 것이 (개정안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또 개정안의 법률체계 미비점을 지적하는 송기헌 민주당 의원에게 "정비하면 (법안을) 더 깔끔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이것은 민생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법안 찬성 채이배와 반대 의원들 신경전 벌여

    법안에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내비친 경우는 채이배 민생당 의원뿐이었다. 채 의원은 "(KT) 아현국 화재사고 이후 정부가 빠르게 대응한다고 했지만 이제야 법이 만들어지는, 어떻게 보면 국회가 책임을 굉장히 늦게서야 지는 것 같다"며 "조속히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에 찬성하는 채 의원과 여야 의원들 사이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송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하시지요"라고 하자, 채 의원은 "상임위에서 논의해서 여기다(개정안에) 넣기로 한 것인데 여기 와서 저희가 다시 체계 자구가 안 맞다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장제원 의원은 "이것은 21대 가서 해도 늦지 않는다"며 "(개정안의) 체계가 안 맞는다. 체계 자구 심사는 법사위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네이버 서비스 먹통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이미 2년 전 방지 관련 법안이 국회 차원에서 논의된 사실이 밝혀지자 20대 국회에서부터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데이터센터 재난 방지 설비에 따른 비용문제도 있었겠지만, 당시 법안이 통과됐더라면 (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소 잃고 외양간을 약간 고친다' 정도는 맞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