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외 복수 제보자도 재연 배우 사용'PD수첩', 5명이 한데 모여 증언한 것처럼 연출'음성 대독'만 고지…'김 여사' 논란일자 수정해MBC, 정치권 반발에 사과… '다른 재연'엔 침묵
  • ▲ '재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첫 방송 화면(상단)과, 다음날 '재연 고지'를 추가한 수정본. ⓒMBC 'PD수첩 - 논문저자 김건희' 방송 화면
    ▲ '재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첫 방송 화면(상단)과, 다음날 '재연 고지'를 추가한 수정본. ⓒMBC 'PD수첩 - 논문저자 김건희' 방송 화면
    지난 11일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다루면서 '재연' 표기 없이 김 여사와 유사한 외모의 '대역'을 출연시켜 논란을 빚은 MBC 'PD수첩('논문저자 김건희' 편)'이 '국민대 대학원 내부 관계자'가 증언하는 다른 화면에서도 대역 배우 5명을 고지 없이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14일 쿠키뉴스에 따르면 'PD수첩'은 같은 방송에서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내부 관계자의 증언을 방영할 때 '재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음성 대독' 사실만 공지했다.

    이날 PD수첩은 김 여사의 국민대 대학원 시절을 기억하는 관계자 5명이 한 공간에 앉아 관련 증언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을 방영했다.

    이들은 "김명신(김건희 여사의 개명 전 이름)이 박사 한 번에 땄다고 하니 비웃죠. 모여서 '말이 돼' 이러면서"라고 말하며 김 여사가 한 번에 논문 심사를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이때 제보자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됐고, 음성은 'PD수첩' 제작진이 대독했다.

    이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 화면 좌측 상단에는 '음성 대독'이라는 알림 자막이 떴다. 그러나 화면에 등장한 이들이 '재연 배우'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PD수첩, '국민대 내부자' 대역 사실도 미고지

    방송 이후 'PD수첩'이 김 여사의 '대역'을 사용한 사실을 알리지 않아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9조(재연·연출)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일자, MBC는 12일 "10월 11일 방송된 'PD수첩('논문저자 김건희' 편)'의 프롤로그 등 일부 장면에서 '재연' 표기 없이 김건희 여사의 이미지가 재연된 화면이 방영됐다"며 "부적절한 화면 처리로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 드렸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MBC는 'PD수첩'이 국민대 대학원 내부자들의 대역을 사용한 사실은 밝히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쿠키뉴스에 따르면 MBC는 당초 재연 고지를 하지 않았던 제보자들의 등장 영상에 '재연' 표시를 추가한 수정본을 지난 12일 MBC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다.

    이와 관련, 쿠키뉴스는 "(김 여사의 대역 배우 등장 신을) 수정하는 과정에 다른 화면의 재연 고지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與 관계자 "허위제보를 사실로 꾸며 시청자 호도"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른 부분도 대역 배우를 써놓고는 재연 공지를 안 해 논란이 발생하자 수정된 영상에 살짝 재연이라고 짚어넣었다"며 "특히 사과문에서도 김건희 여사 재연 미공지뿐 아니라 다른 재연 장면에 대한 사과도 있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논문 심사 당시인 2007년 관계자를 15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찾아내 음성 대독에 재연 배우까지 동원한 것도 허위제보를 사실인 것처럼 꾸미려는 악의적 의도가 보인다"며 "근무했던 회사의 특허사업계획서를 통째로 베꼈다는 부분도 당시 회사의 허락을 받아 인용했는데도 마치 무단 복사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보자까지 대역 배우를 쓰면서 화면을 모자이크로 처리하고 한꺼번에 5명이나 집단으로 대역 배우까지 동원한 것은 처음부터 시청자들을 호도하려는 꼼수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민대 "논문, 한 번에 패스? 사실무근"

    쿠키뉴스에 따르면 국민대 측은 학교 내부 관계자가 증언한 내용 중 "김건희 여사가 한 번에 논문심사를 통과했다"라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5번의 심사를 거쳤고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불합격된 기록이 있음에도 학교 측에 아무런 확인 없이 한 번에 통과됐다는 허위사실을 'PD수첩'이 여과 없이 방송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대는 MBC 측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기로 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