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 규정한 조항이재명 "여당일 땐 상관없었는데 지금은 야당… 검찰 권력 행사가 문제"박용진 "우리가 야당 때 만든 것… 여당 때 야당 때 도덕기준 달라야 되겠나"윤영찬 "이재명 후보를 위한 당헌 개정… 한 사람 위해 법 바꿀 수 없어"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상윤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이 기소 시 당직 자격을 정지할 수 있는 당헌 80조 개정 논란과 관련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특히 검찰의 야당 탄압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며 개정 찬성 의견을 내비쳤다.

    이재명 "나는 부정부패에 해당하지 않아"

    이 의원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주관 민주당 대표후보자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여당일 때는 상관없는 조항인데 지금 야당이 됐는데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검찰의 지나친 권력 행사가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제가 알기로 이게 이미 바꾸자, 이런 무슨 당원들의 운동이 생기기 전에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추진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것을 개정하려는 것이 저 때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은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 당헌 80조 개정 및 삭제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다. 이 조항은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같은 요구는 각종 의혹 수사에 연루된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겨냥한 청원으로 풀이됐다. 이 청원은 지난 5일 5만 명이 넘는 당원의 동의를 받아 당 지도부의 응답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여기 내용을 보면 '반드시 정지해야 된다'가 아니다"라며 "부정부패 중에서도 뇌물수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을 한 경우라고 돼 있다. 나는 그런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용진 의원은 이 의원을 향해 "여당일 때는 상관없는데 야당일 때이니까 문제라고 얘기했는데, 우리가 이것 야당 때 만들었다"며 "'여당 됐을 때, 야당 됐을 때 도덕적 기준이 다르다' 이런 내로남불 논란, 사당화 논란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반박했다.

    강훈식 의원은 "당헌 개정을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것이 맞고,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검찰공화국이라는 문제인식 속에서 기소만으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1심 판결까지 지켜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이른바 '노룩 악수' 논란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박 의원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어쨌든 그날 제가 다른 것을 보고 집중하느라 충분히 예를 못 갖췄는데 미안하다"며 "많이 섭섭했을 텐데, 앞으로는 제가 잘 챙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제주지역 당 대표 및 최고위원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마친 박 의원이 악수를 청하자 휴대전화를 응시한 채 손만 내밀고 악수해 논란이 됐다.

    윤영찬 "'이재명 구하기' 오해 벗어날 수 없어"

    민주당 내에서는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당헌 80조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후보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8일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당헌 80조 개정과 관련 "이것은 당의 최소한의 도덕성 방어를 위한 기준이고 원칙"이라며 "이것을 흔든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로 나오는 이 시점에 이재명 후보를 위한 당헌 개정 아니냐. 예를 들어 국민 한 사람을 위해서 헌법을 바꿔야 된다, 이러면 어느 국민이 동의를 하겠나"라며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1인 사당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이재명 후보 1인 구하기'라는 오해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고 지적한 윤 의원은 "시점도 마땅치 않고, 그 다음에 논의의 시발점도 순수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장파로 꼽히는 조응천 의원도 "특정인을 위해 당헌을 바꾸냐라는 비난이 얼마든지 가능한 경우"라며 "민심은 위인설법(爲人設法), 내로남불로 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전준위는 이달 중순께 당헌 80조를 포함한 당헌·당규 개정을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는 이를 바탕으로 공식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