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전국 17개 시·도와 예산 협의… 당 내 정책 주도권 쥐기李, 재심·가처분 안 해… 전국 돌며 당원과 만남, 장기전 대비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이종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았지만,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다수 시민과 만나는 공개 행보에 돌입했다.

    여의도와 거리를 두면서도 여론전을 통해 정치권에 메시지를 던지는 장기전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전국 순회를 시작한 가운데 '원톱' 권성동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로 이 대표의 서진(西進)정책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이준석, 당 윤리위에 재심 청구 안 해

    1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 윤리위 재심 청구 기한인 전날 밤까지 재심 신청을 하지 않았다. 

    당 윤리위 규정 26조에 따르면, 징계를 받은 자가 불복할 경우 의결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윤리위에 재심 신청을 할 수 있다. 윤리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재심 청구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이 대표는 별도의 징계 효력정지가처분 신청도 하지 않으며, 공개적 반발에 나설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뒤집었다. 이 대표가 이처럼 무대응하는 이유는 주변 인사들의 조언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지도부 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 대표에게 (권성동 당대표권한대행 체제에 관한) 당헌·당규 검토 결과를 공유하며 당 대표가 당 혼란이 신속하게 정리되는 데 책임이 있다고 했다"며 "가처분 신청 등 법적인 절차는 안 된다고 조언했고, 이 대표는 가만히 들었다"고 말했다.

    총력전 대신 여론전으로 지지 기반 유지 나서

    이 대표는 윤리위 재심 청구 기한인 전날(17일) 밤 페이스북에 "부산 광안리 수변공원에서 무려 4시간이 넘게 당원들과 각자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정치와 정당에 대해 토론하고 이야기했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다음 행선지는 강원도"라고 적었다. 지난 13일 광주 무등산에 오른 사진을 공개한 후 영남을 거쳐 강원지역 방문을 예고한 것이다.

    함께 공개한 사진에는 이 대표가 공원 내에 돗자리를 펼쳐 놓고 앉아 시민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담겼다. 

    다만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일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강원도를 언제 방문할지 우리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리위에 재심 청구를 해도 상황이 뒤바뀔 가능성이 적은 만큼 이 대표가 호남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을 도는 장기 여론전으로 지지층 다지기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도 연달아 게시하며 사실상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당원 가입 독려와 지역 당원 접촉을 통해 자신의 고유 자산인 2030세대의 지지를 유지하며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후일을 도모하는 장기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수사기관에서 이 대표를 불기소하거나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 새롭게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윤리위 규정 26조 4항과 5항에 따르면, 의결된 사건에 관해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때, 직무가 정지된 자가 무죄 판결을 받는 등 사정 변경이 있는 때에는 그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

    이준석 행보 시작하니 권성동도 호남 시작으로 전국 순회

    이 대표가 전국 순회 여론전에 돌입하자 당대표 사고로 '원톱'이 된 권 원내대표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호남권(광주·전북·전남) 예산정책협의회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시·도 예산정책협의회에 나섰다.

    지역별로 필요한 예산과 입법조치를 논의하면서 민심을 공략한다는 방침이지만, 첫 행선지로 호남을 택한 것은 이 대표의 서진(西進)정책을 자신이 주도해 이끌며 당 내 리더십을 입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 후 호남에서 첫 당 예산정책협의회를 여는 취지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호남이 아픈 지역"이라며 "우리 당의 지지도도 낮고 당에 대한 인식도 그렇게 높지 않은 곳이기에 호남에 가까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왔다. 우리 당의 지지도가 낮은 곳부터 먼저 (방문)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