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녹취록 법정 공개… '대장동 이익 나누기' 공모, 구체 금액, 대상 나와일부 사업이익만 320억 추정… 김만배 "이기성까지 되겠네" 1인당 50억씩 계산
  • ▲ 대장동 개발 로비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대장동 개발 로비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사업의 예상이익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한 내용이 공개됐다.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중 하나로 꼽히는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일부 사업의 개발이익으로 320억원을 추정했고, 이를 1인당 50억원씩으로 나누자는 취지의 발언이 확인돼 재판 선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지난달 29일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정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의 공판기일을 열어 정 회계사가 녹음한 파일을 재생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정 회계사 녹취록의 핵심 쟁점은 대장동사업을 둘러싼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의 특혜와 로비 정황이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불리는 인사들에게 2020년 대장동 개발사업의 예상이익을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한 내용이 담겼다.

    공개된 파일에서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50개 나갈 사람 세 줄게"라며 "박영수·곽상도·김수남·홍선근·권순일·최재경"이라고 불러 주었다. 그러자 정 회계사는 "5억씩이냐, 50억씩이냐"고 되물었고, 김씨는 "50억이야"라는 대화가 오갔다.

    앞서 거론된 이들은 각각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그룹 회장,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민정수석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계사는 "50, 50, 100, 200, 300"이라며 특정인에게 돌아갈 분배액을 세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며 관련된 대화를 내내 이어갔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수사도 안 받고 언론도 안 타니 비용 조금 늘어도 좋은 상황"이라며 "리스크 없이 (대장동) 사업을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녹취파일에서는 박 전 특별검사의 친척이자 대장동 아파트 분양대행업을 맡은 이기성 씨에게도 금원을 지급하고자 논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씨가 "320억이면 이기성까지는 되겠네, 그치?"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네. 50개씩"이라고 답했다.

    이후 검찰은 또 다른 추가 녹취록을 재생하며 "해당 파일에는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뇌물 공여와 관련해 피고인들을 협박하는 내용, 서로의 약점을 이용한 긴장관계 등이 녹음돼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녹취파일에 등장한 인물 중 곽 전 의원은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특별검사와 권 전 대법관을 비롯한 나머지 인물들의 혐의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