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통용되는 ‘북한 핵 소형화’ 기준은 직경 0.9미터, 탄두중량 500~1000킬로그램미국, 1960년대 초반 무게 20킬로그램대 소형 핵무기 개발…소련은 ‘핵가방’ 개발해 배치해외 전문가들 우려하는 ‘北 핵 소형화’는 탄두 200킬로그램…대구경 방사포의 ‘핵무기’화
  • ▲ 미국이 1963년부터 생산했던 155mm 핵포탄의 탄두부. ⓒ미국 에너지부 제공.
    ▲ 미국이 1963년부터 생산했던 155mm 핵포탄의 탄두부. ⓒ미국 에너지부 제공.
    한미 당국과 양국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머지않아 7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이 ‘전술핵탄두’ 개발을 위한 ‘핵 소형화’ 실험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이 생각하는 ‘핵 소형화’의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이 잘 모른다.

    국내 언론 등이 말하는 핵 소형화…“직경 1미터, 무게 500킬로그램 이하”

    현재 국내 언론들이 말하는 핵 소형화는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크기로 핵폭탄을 소형화·경량화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북한이 주한미군·주일미군 기지 타격용으로 배치한 스커드·노동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크기다. 스커드 미사일 탄두부의 직경은 0.9미터 안팎, 탄두중량은 500킬로그램~980킬로그램이다. 이보다 더 큰 노동 미사일은 직경 1.3미터, 탄두중량은 1200킬로그램 가량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크기와 중량의 핵탄두는 북한이 2019년 5월부터 지난 4월 16일까지 수십여 차례 시험 발사했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장착하기 빠듯하다. 국내 언론들은 때문에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기 위해 핵 소형화 실험을 준비 중이라고 분석한다.

    국내외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 KN-23의 추정 직경이 약 0.9미터, 탄두 중량은 500킬로그램을 조금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KN-24 신형전술유도무기는 직경 1.1미터, 탄두 중량 400~500킬로그램으로 추정한다.

    국내 기준으로 보면, 북한 소형 핵탄두는 직경 300~400밀리미터로 추정되는 대구경조종방사포에 탑재할 수 없다. 그나마 가능성이 엿보이는 게 구경 600밀리미터 초대형 방사포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방사포와 이란제 단거리 탄도미사일 ‘파테-110’과 흡사하다고 보고, 직경 0.6미터 이상, 탄두 중량 450~600킬로그램으로 추정하고 있다.

    1960년대 초반 155밀리미터 ‘핵포탄’ 만든 미국…‘핵가방’ 250개 만든 소련

    하지만 이런 ‘핵 소형화’ 분류는 사실 국내용이다. 195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냉전이 시작된 뒤 핵보유국 사이에서 통용되는 ‘핵 소형화’ 분류는 범위가 넓다. 분류를 살펴보려면 먼저 지금까지 만들어진 핵무기 가운데 파괴력과 크기가 작은 무기부터 봐야 한다.

    지금까지 실제 실험한 핵폭탄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은 1962년 7월 네바다 사막에서 실험을 했던 미국의 W54로 알려져 있다. M388 ‘데이빗 크로켓’이라는 무반동총으로 쏘는데 직경 27센티미터, 무게는 23킬로그램에 불과했다. 사거리는 4킬로미터 정도였다. 이 W54는 ‘핵 만능시대’에 개발된 것으로 일반 보병의 전선 개척용으로 만들었다.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며 폭발력을 TNT 10~20톤 정도로 대폭 약화시켰다. W54는 1989년 모두 퇴역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것 중에 가장 작은 핵무기는 미국의 155밀리미터 핵포탄이다. 말 그대로 155밀리미터 견인포 포탄이다. 길이는 86센티미터, 무게는 54킬로그램, 유효사거리는 14킬로미터였다. 폭발력은 TNT 72톤 규모였다. 1963년부터 생산해 1992년까지 실전배치했다. 이 핵포탄은 한때 주한미군에도 배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 냉전이 끝난 뒤 1990년대 후반에 실체가 확인된 구소련의 '핵개방' 내부.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냉전이 끝난 뒤 1990년대 후반에 실체가 확인된 구소련의 '핵개방' 내부.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구소련의 경우 유명한 전술핵 미사일 SS-21에 탑재했던 소형 탄두조차 폭발력이 100킬로톤(kt=TNT 10만톤의 폭발력)일 정도로 대부분 위력이 강했다. 구소련의 초소형 핵무기로는 ‘핵가방(Suitcase Nuke)’이 그나마 잘 알려져 있다.

    1960년대 미국이 W54 핵폭탄을 개량해서 만든 ‘핵배낭’에 맞서고자 만든 ‘핵가방’은 1997년 5월 미국 의회 대표단이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맡았던 소련 장군을 만나면서 실체가 확인됐다. 당시 러시아 장군은 “구소련 때 만든 핵가방 250개 가운데 80여 개를 분실했다”고 털어놨다. 이 핵가방의 무게는 22~27킬로그램 정도지만 “대도시에서 터지면 10만 명의 사상자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당시 알려졌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의 전통적 핵보유국이 생각하는 ‘핵 소형화’는 이처럼 핵무기를 초소형·초경량화 해서 어떤 플랫폼에서든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걸 말한다.

    IAEA 전 사무차장의 북한 핵 소형화 기준…탄두중량 200킬로그램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1일 북한의 핵 소형화 상황에 대한 전직 고위관료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그 가운데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중량 200킬로그램’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지 물었다. 방송은 이에 더해 “미국은 무게 100킬로그램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하이노넨 선임연구원이 말하는 중량 200킬로그램 핵탄두는 KN-23과 KN-24뿐만 아니라 북한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대구경조종방사포에도 충분히 탑재할 수 있는 무게다. 즉 구경 300밀리미터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구경조종방사포 KN-25을 ‘핵무기’로 만든다는 뜻이다. 북한 대구경조종방사포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중국 웨이시(WS) 다련장 로켓 가운데 WS-3은 200킬로그램의 탄두를 장착한다.

    유도장치를 부착하고 2단 추진체를 쓴다고 해도 방사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비해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낮다. 기술진입 장벽도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 낮은 편이다. 북한이 2019년 5월 이후 최근까지 시험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1~2년 새 수백 발을 생산하기 쉽지 않다. 즉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양산과 함께 관련 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고 생산이 수월한 대형 방사포까지 ‘핵무기’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게 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