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숨진 KBS 기자 직속상관‥ '국장급'으로 영전"특별감사 진행 중인데, 감사 대상이 승진" 비판여론유족·KBS노조 반발 커지자‥ 경영진, 승진 인사 '철회'
  • ▲ 여의도 KBS 본관 전경. ⓒKBS
    ▲ 여의도 KBS 본관 전경. ⓒKBS
    지난 1월 KBS 디지털뉴스부 소속 기자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한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국·부장단 인사에서 한 단계씩 승격해 논란을 빚은 A씨의 '직속 상관'들이 승진한 지 열흘 만에 '평직원'으로 강등된 것으로 밝혀졌다.

    KBS는 지난 11일 디지털뉴스주간인 B씨와 디지털뉴스1부장인 C씨를 모두 보도기획부 평사원으로 전보 발령하는 직원 임용 공고를 냈다.

    디지털뉴스부에서 각각 부장과 팀장으로 일하던 B씨와 C씨가 지난달 31일 주간(국장급)과 부장으로 승진한 것을 두고 "상식 밖의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경영진이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이 같은 후속 인사를 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자가 숨진 사건과 직무 간의 연관성 여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감사 대상'인 고인의 상관들을 승진시킨 것은 향후 나올 감사 결과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는 '악수(惡手)'라는 지적이 쇄도한 데다, KBS 양대 노조는 물론 유가족까지 이번 인사를 보류하거나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경영진 입장에선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A씨, 지난 1월 "업무 스트레스" 유서 남기고 숨져


    올해 초 세상을 떠난 기자는 11년차 A씨였다. 2015년 한 보수경제지에서 KBS로 이직한 A씨는 경제부를 거쳐 디지털뉴스제작1부에서 일하다 지난 1월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유서를 통해 기자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A씨가 평소 주변 동료들에게 KBS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A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A씨의 부모 등 유가족은 A씨가 속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2노조) 간부와 김의철 KBS 사장, 법률전문가를 차례로 만나 산업재해 신청 등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이에 김 사장이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청해 KBS 감사실에서 특별 감사를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감사 결과가 발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A씨의 직속 상관들이 부서 내에서 수직 승격하는 인사가 이뤄지자, 유족들은 다시 KBS를 찾아가 (4월 말로 예정된)1차 감사 보고서 발표 전까지 현 디지털뉴스부 인사를 보류하거나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를 지난 8일 유족으로부터 직접 들은 김 사장은 인적자원실을 통해 B씨와 C씨의 승진을 철회하는 내용을 담은 후속 인사를 단행했다.

    KBS는 지난 11일자 직원 임용 인사에서 B씨와 C씨를 타부서 평직원으로 돌리는 것을 포함해 총 16명의 팀장급 간부를 평사원으로 전보 발령했다.

    "1주일 만에 '인사 발령' 번복… 의사결정구조에 큰 하자"

    KBS 내부에선 "사장이 단행한 인사 발령이 불과 1주일 만에 번복된 것은 회사의 의사결정구조에 심각한 하자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지난 11일 이번 인사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 KBS직원연대는 "회사가 1주일여 만에 A기자 관련 승진자 2명을 슬그머니 평직원으로 전보 발령했다"며 "이번 인사 발령이 명백히 잘못된 인사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하면, '전보 발령'이 아니라 '발령 취소'의 형식을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전보 발령' 형식을 취한 것은 잘못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데 인색한, 김 사장 체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단정한 KBS직원연대는 "애초에 상식선에서 제대로 판단했으면 유가족이 격렬하게 항의하거나, 생업 중 번거롭게 회사를 방문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인사는 회사의 의사결정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KBS직원연대는 "이 모든 논란의 1차적 책임은 관련자들의 승진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보도본부장에게 있다"며 "그런 만큼 보도본부장에 대한 문책 인사는 불가피하고, 최종 결정권자인 김의철 사장의 사과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으로 사안을 이처럼 키운 주체는 '감사실'이라고 지목한 KBS직원연대는 "특별 감사 종료를 불과 20여 일(4월 말 예정) 앞둔 시점까지 유족과 감사 범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감사실은 애초의 말과 달리 이 사안을 한 점 의혹 없이 해결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 만큼 유족들이 주장하는 'A기자가 귀가한 후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전 기간'이 감사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한 KBS직원연대는 "필요하면 감사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이 사안의 갈등을 키운 한 축이 아무런 사과와 후속 조치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