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지난해 10월 '윤상현 캠프 매크로 작업설' 대서특필"내가 매크로 작업했다" 홍보대행사 대표 녹취파일 공개檢 "안상수 측근이 '尹캠 여론조작 의혹 보도 공모' 정황"KBS노조 "허위제보로 뉴스 도배… 방송시점까지 공작해"
  • ▲ 지난해 10월 6일 '윤상현 의원 캠프에서 이른바 매크로 작업을 통해 불법으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한 KBS. ⓒKBS 방송 화면 캡처
    ▲ 지난해 10월 6일 '윤상현 의원 캠프에서 이른바 매크로 작업을 통해 불법으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한 KBS. ⓒKBS 방송 화면 캡처
    KBS가 지난해 10월 6일 단독 보도한 '윤상현 캠프, 총선 때 매크로 작업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당시 안상수 전 의원 측으로부터 허위제보를 받아 작성된 것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 25일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호성호)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 전 의원의 측근 A씨(전 미래통합당 인천시당 사무국장 협의회장)가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예비경선에 참여한 안 전 의원을 돕기 위해 모 홍보대행업체 대표 B씨와 공모한 공소사실을 공개했다.

    B씨는 2020년 4.15 총선 때 안 전 의원과 경쟁했던 당시 무소속 윤상현 의원 캠프에서 홍보 업무를 맡았다고 주장한 인물.

    지난해 금전적인 이득을 노리고 A씨를 만난 B씨는 자신이 4.15 총선 때 안 전 의원에 대한 네거티브성 기사의 포털 검색 순위를 끌어올린 실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홍보비 명목으로 1억1300만원을 건네며 "안 전 의원의 경선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상파 방송 기자를 B씨에게 소개했고, B씨는 방송사 기자에게 "(2차 예비경선이 열리기 전인) 10월 4일 전에 윤 의원에 대한 (네거티브성) 기사가 보도됐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검찰 "'매크로 여론 조작' 보도는 허위제보에 따른 것"

    당시 A씨와 B씨는 '4.15 총선 때 윤상현 캠프의 여론조작으로 안 전 의원이 억울하게 졌다'는 동정 여론을 조성하려는 공모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소개로 B씨를 만나 몇 차례 인터뷰를 진행한 지상파 방송 기자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예비경선 투표 첫째 날인 지난해 10월 6일 '4.15 총선 당시 윤상현 캠프에서 이른바 매크로 작업을 통해 불법으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단독보도했다.

    방송 이후 A씨는 해당 기사 링크 주소를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SNS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 안 전 의원은 이튿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4.15 총선에서 억울하게 졌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윤상현 캠프가 매크로를 동원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기사는 B씨의 허위제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판에서 A씨를 심문하며 B씨와의 공모 혐의를 밝힌 검찰은 "(A씨의 부탁을 받은) B씨는 안 전 의원에 대한 네거티브성 기사의 포털 노출 순위를 올리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사실이 없다"며 "B씨는 A씨로부터 더 많은 대가를 얻기 위해 방송사와 인터뷰를 갖고 해당 내용이 보도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전체방송 6분 30초, 반론은 달랑 20초… 이런 게 악마의 편집?"


    지난해 B씨와 인터뷰를 갖고 윤상현 캠프의 매크로 작업설을 단독보도한 기자는 KBS의 이OO 기자였다.

    이 기자는 지난해 10월 6일 '[단독] 윤상현 캠프, 총선 때 매크로 작업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20년 12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윤상현 의원의 측근인 C씨가 B씨를 만나 줄기차게 휴대전화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폐기할 것을 종용하는 대화 녹음파일이 있다"며 "'매크로 작업'이라는 또 다른 혐의가 포착될 우려가 있어 증거 인멸을 종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 기자는 "B씨는 매크로 작업으로 윤 의원 홍보글을 잘 보이도록 포털 상단에 올리고, 경쟁 후보를 흠집 내는 내용의 지역 언론 기사도 잘 노출되도록 작업했다고 털어놨다"며 "취재진 앞에서 매크로 작업을 간략하게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KBS노동조합에 따르면 해당 기사를 보도한 이 기자는 현재 KBS 보도본부에서 사회부 기획반장과 주말 뉴스 앵커를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8일 '허위제보로 뉴스 도배하고 사기꾼과 방송 시점까지 공작하는 KBS 뉴스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해당 기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KBS노조는 "6분 30초가량 되는 전체방송 중에서 윤상현 의원 측 반론은 달랑 문장 3개로 '20초'만 방영됐다"며 "이런 걸 '악마의 편집'이라고 했던가"라고 비꼬았다.

    "허위제보로 뉴스 도배… 방송 시점까지 공작"


    KBS노조는 "사기꾼에게 낚시질 당한 '허위사실'을 '의혹 제기'라고 당당하게 보도하는가 하면, 그 사기꾼이 사주한 것으로 보이는 보도 시점까지 선거판 직전에 맞춰 방송해주는 '섬세 신공'까지 부리는 걸 보면, 이건 뭐 언론인이 아니라 '흥신소 공작원'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라고 통탄했다.

    KBS노조는 "안상수 전 의원 측은 KBS 뉴스9 보도를 인용해 방송 바로 다음 날 윤상현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면서 '제2의 드루킹과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저 안상수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힘을 보태달라'며 선거전에 KBS 뉴스를 악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KBS 취재진이 안상수 측과 공모해 흑색선전 방송을 했다는 의혹을 윤상현 의원 측이 제기해도 할 말이 없다"고 개탄한 KBS노조는 "KBS 보도본부는 오보를 방송하고 제멋대로 떠들어도 앵커도 시켜주고 주요뉴스의 기획반장 역할로 키워주는 이해할 수 없는 조직이 돼버린 것이냐"고 분개했다.

    끝으로 KBS노조는 "김의철 사장은 물론 제작책임자들은 이번 사태의 진상을 남김없이 파악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기 바란다"며 "이와 관련해 공정방송위원회 개최 요구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 "B씨가 '안상수 의혹 기사' 포털 순위 올린 건 사실"

    한편, KBS는 해당 기사를 '오보'라고 비난한 KBS노조의 성명과 관련,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제보 내용을 사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KBS는 지난 28일 내부 통신망 '코비스'에 올린 글에서 "해당 보도는 ▲윤상현 의원의 측근이 제보자(B씨)를 만나 '증거 인멸'을 요구했다 ▲제보자는 총선 당시 윤상현 의원 홍보글을 네이버 상단으로 올리고, 경쟁 후보(안상수 전 의원)에게 불리한 내용도 눈에 잘 띄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제보자는 '매크로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는 3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정리했다.

    KBS는 "제보자와 안상수 전 의원 측 보좌관을 기소한 검찰은 지난 25일 열린 첫 공판에서 ▲제보자가 안 전 의원 의혹 기사의 포털 노출 순위를 상승시키긴 했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은 사용하지 않았다 ▲안 전 의원 측 보좌관이 '안 전 의원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도와달라'며 1억1300만원을 제보자에게 건넸다 ▲두 사람은 안 전 의원이 2020년 총선에서 억울하게 졌다는 동정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방송사에 제보했다는 공소사실을 밝혔다"고 언급했다.

    KBS는 "검찰 수사 결과가 위 내용대로라면, KBS 보도 내용 가운데 '제보자가 안 전 의원 의혹 기사의 포털 노출 순위를 상승시켰다'는 의혹은 검찰이 사실로 판단한 것"이라며 "3가지 보도 내용 가운데 세 번째 내용만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윤상현 의원 측의 증거인멸 종용 과정이 음성 녹음으로 남아 있는 점 등 취재진이 제보 내용을 사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한 KBS는 "제보자가 안 의원 측과 거래했고 제보 내용 가운데 일부 거짓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면 더 바람직했겠지만, 검경과 달리 수사권이 없는 언론으로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KBS는 "KBS노조는 이러한 사실 관계와 맥락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고 제보 내용과 보도가 전체적으로 거짓인 것으로 규정했다"며 "사실을 왜곡해 공영방송 보도에 대한 신뢰와 동료 직원들의 명예를 부당하게 훼손하는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