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017년 5월 “국정원과 CIA가 김정은 암살 시도” 주장… 실명 공개하며 비난당시 지목된 조기철 씨, 월간조선에 ‘비밀공작’ 비화 공개… "신변 보호 원한다""박근혜 탄핵 시기, 文정부에 줄 서려는“국정원 내부 인사가 北에 정보 넘긴 듯”
  • ▲ 북한관영매체 조선중앙TV가 2017년 6월 28일 발표한 성명. 북한 관영매체는 이해 5월 5일부터 7월까지 김정은 암살계획과 이를 비난하는 논평과 성명을 여러 차례 내놨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관영매체 조선중앙TV가 2017년 6월 28일 발표한 성명. 북한 관영매체는 이해 5월 5일부터 7월까지 김정은 암살계획과 이를 비난하는 논평과 성명을 여러 차례 내놨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2017년 5월 “김정은을 암살하려던 국정원 요원”이라고 지목했던 사업가가 박근혜정부 말기 이뤄졌던 대북 비밀공작 내용을 공개했다. 이 사업가는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직후부터 이 비밀공작이 실패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월간조선, 박근혜 통일 프로젝트 참여자 인터뷰

    2017년 5월5일 북한 보위성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남조선 괴뢰 국정원이 우리의 최고 수뇌부를 상대로 생화학 물질을 사용한 국가테러를 감행할 목적으로 암암리에 치밀하게 준비해 우리 내부에 침투시켰던 극악무도한 테러 범죄 일당이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일주일 뒤인 5월12일, 이번에는 북한 중앙검찰소(대검찰청에 해당)가 성명을 내고, 미국 CIA와 국정원이 김정은을 목표로 생화학 물질을 이용한 암살을 시도했다며, 이에 연루된 이병철 당시 국정원장과 공작팀장 한모 씨, 국정원 요원 조기철 씨를 대상으로 형사소추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북한 중앙검찰소가 언급한 조기철 씨가 최근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가졌다.

    월간조선은 2022년 1월호에서 “박근혜의 통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민간인 조기철 씨가 ‘문재인정부의 국정원이 나를 버렸다’며 찾아왔다”며 그가 공개한 내용을 소개했다.

    조기철 “2000년 인연 맺은 국정원 요원, 16년 만에 만나 대북 공작 도와”

    조씨는 2000년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사업을 하면서 국정원 요원 한모 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한씨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다 2016년 부탁을 받고 대북 공작을 돕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조씨에게 “북한 내부 친한파 인사들에게 안정적 수입을 제공하고 연락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 임가공업체를 설립·운영해 달라”고 부탁했다. 북한 내부의 반김정은 세력을 도와주라는 뜻이었다.

    조씨는 한씨의 부탁을 받고 국정원 자금을 받아 조선족 중국인 허모 씨와 함께 ‘나스카상무유한공사’라는 회사를 세웠다. 이어 국정원을 통해 소개받은 북한 고위층 자녀 ‘박학림’을 만나 임가공 계약을 했다. 이 계약을 통해 조씨는 2017년부터 국정원 자금을 세탁해 북한으로 송금하기 시작했다.

    “이 일이 김정은 암살까지 바라본 작전인지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 조씨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인 2017년 6월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비슷한 보도를 해서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월간조선’이 (2018년 6월호에) ‘북한판 10·26을 계획한 북한 내부 혁명조직과 국정원’이라는 보도를 내놓은 뒤에 (김정은 암살까지 목표로 했던 공작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대북 비밀 공작 어그러뜨린 계기…2017년 5월5일 좌파 매체 보도

    조씨는 국정원 지시대로 임가공업체를 세워 북한의 ‘박학림’과 사업 계약을 했다. 다음은 북한 내부 혁명조직을 지원하는 데 쓸 설비와 자재를 ‘박학림’에게 전달해야 했다. 

    당초 계획은 2017년 5월20일까지 설비와 자재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4월 말 박학림이 갑자기 국정원 측에 연락해 설비를 급히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조씨와 그의 후배 허씨는 우여곡절 끝에 박학림이 요청한 설비 가운데 70%가량을 북한으로 보냈다.

    2017년 5월5일 조씨가 일을 마치고 중국 선양공항에서 칭다오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저녁을 먹으려는데 한 요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상한 기사가 떴으니 빨리 한국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한 좌파 인터넷 매체가 “수년 전부터 생화학 물질을 이용해 최고 수뇌부에 대한 테러를 획책한 범죄 일당을 적발했다”는 북한 보위성 주장을 보도했다는 것이다. 당시 보도에는 “국정원 팀장 한모 씨와 조기철이라는 요원이 작전을 진행했다”고 돼있었다. 대북 비밀 공작이 탄로난 것이었다.

    조씨는 어렵게 귀국했다. 귀국 후 조씨는 국정원이 제공하는 호텔에서 2019년 6월까지 지내면서 ‘신변 안전’ 때문에 아무 일도 못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1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일궜던 사업체 5개도 모두 사라졌지만, 국정원은 4억원가량의 보상금만 주고 ‘끝’을 맺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사실 제가 이 내용을 폭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변 보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북 비밀 공작 실패… 박 대통령 탄핵 후 국정원 내부서 북한에 정보 흘린 듯”

    북한은 조씨를 대상으로 ‘암살 스탠딩오더(암살이 성공할 때까지 지속되는 명령)’를 내린 상태다. 이 사실을 알았던 국정원은 2018년 9월 조씨에게 “서울경찰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신변 보호를 요청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참가한 공작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담당 경찰은 “신변 보호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당연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유를 밝힐 수 없었던 조씨는 신변 보호를 받지 못했다.

    조씨는 자신이 가담했던 대북 비밀 공작이 실패한 결정적 이유를 박 대통령 탄핵이라고 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한 2017년 3월10일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주장이었다. 탄핵 후 그가 후배 허씨와 함께 북한의 박학림을 중국에서 만났는데, 이 장면을 누군가 영상으로 찍어 북한으로 넘겼다는 것이다.

    조씨는 “당초 5월 말로 예정됐던 작전이 북한 측 인사의 요청으로 앞당겨지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며 “국정원의 온건파 쪽에서 북한에 정보를 흘린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5월 대선 이전부터 문재인정부가 들어설 게 거의 확실하지 않았느냐. 문재인정부에 줄 서려는 국정원 핵심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었을 것”이라는 게 조씨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조씨는 박근혜정부의 국정원과 문재인정부의 국정원이 어떻게 다른지 지적했다.

    “박근혜정부 국정원은 김정은을 제거하고 북한 주민들을 구해 통일을 이루려 했고, 문재인정부 국정원은 북한 주민은 무시하고 김정은과 같이 가려고 하는 것 같다. 방향이 다르다 보니 국가를 위한 통일 프로젝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여하게 된 저에 대한 처우도 다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