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국회 찾으며 보폭 넓히기…文 '광흥창팀' 사례 들며 대통령 독재 경계김종인 "자리 사냥꾼 몰려들어" 주도권 노려… '선대위 구성' 마찰 가능성
  •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현안 관련 보고에 참석해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현안 관련 보고에 참석해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후보 선출 이후 처음으로 서울현충원과 국회를 찾는 등 정치권을 향한 보폭을 넓혔다. 대선까지 우선 당무 권한을 갖는 윤 후보는 당 회의 등에 참석해 '당 중심의 선거운동과 국정운영'을 앞세우며 원팀 의지를 다졌다.

    다만 윤 후보는 기존 캠프를 해체하는 수준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잡음은 숙제로 떠안았다.

    이준석, 윤석열에 '비단주머니' 선물

    윤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을 참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해 박진·하태경 의원 등 윤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들도 자리했다. 윤 후보는 '선열의 뜻을 받들어 국민 승리의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적었다.

    국회로 자리를 옮긴 윤 후보는 당 최고위원회의와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현안보고 회의장을 찾아 의원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 대표는 앞서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부터 언급해온 여권의 장모·부인 공격에 대응한 방어 비책인 '비단주머니' 두 개를 선물했다.

    윤 후보는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선거가 특정 캠프의 선거가 돼버리면 집권 후에도 그것이 유사독재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며 "경선은 캠프 중심으로 하더라도 대선은 우리 당이 중심이 되고, 당 밖에 계신 분들에 대한 외연을 확장하고 지지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선거운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0선 정치인'인 윤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선대위 구성을 놓고 안팎의 잡음을 조기에 불식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광흥창·금강팀, 유사독재로 흘러"

    윤 후보는 현안보고 회의장에서도 "무슨 (당 선대위가) 광흥창팀이다, 금강팀이라고 하는 소수정예 체제의 대통령 선거운동은 결국 집권 후에 바로 소수의 측근 인사에 의한 유사독재로 늘 흐르고,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대통령이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권력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윤 후보는 "집권 이후에도 국정운영이 당을 중심으로 돼야 의회주의가 발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윤 후보가 언급한 '광흥창팀'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주축들이 속한 모임으로 꼽힌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속했으며, 대선 당시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에 자리 잡았다.

    '금강팀'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핵심 그룹으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이 포진했다. 윤 후보가 측근 그룹 만으로 선대위를 구성하지 않으며 편 가르기를 않겠다는 의지로 피력된다.

    金 '백지 선대위' vs 尹 '캠프+당' 이견

    윤 후보가 당 중심을 재차 강조하며 '원팀' 사수에 나섰으나, 캠프를 재정비하고 선대위를 구성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당내 경선에서 양강 대결을 펼쳤던 홍준표 의원과 홍 의원 측근인 배현진 의원은 이날 윤 후보와 국민의힘 의원들의 상견례 자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존 캠프를 해체하는 수준의 선대위 구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전 비대위원장과 윤 후보 간 힘겨루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채널A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신동아 창간 90주년 특별기획- 20대 대선을 말하다'에 출연해 "윤 후보는 지금의 캠프가 본인을 (대선)후보로 만든 데 기여했다는 책무감에서 이 캠프를 갖고 대선을 치를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 (본선에서)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매머드급'으로 평가됐던 윤 후보 경선 캠프를 두고도 "어떤 사람이 대통령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우후죽순 격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내가 이들을 '자리사냥꾼'이라고 하는데, '혹시나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무슨 덕을 보지 않을까' 이런 사람들"이라며 "제대로 잘 선별을 못하면 당선이 된다고 해도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꼬집었다.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은 총괄선대위원장 제의도 받은 적이 없고, 윤 후보로부터도 그런 데 대해 아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김 전 비대위원장은 '내일 대선을 치른다면'이라는 질문에는 "현재 상황에서는 윤 후보가 훨씬 유리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윤 후보는 김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국회에서 "본선은 당이 치러야 하는 당의 중요한 일"이라며 "당 전체가 나서야 하기에 당과 함께 (선대위) 조직 구성과 인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선대위 구성을 백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김 전 비대위원장의 조언에도 윤 후보는 기존 캠프 인사 일부와, 당과 협의한 인물들로 선대위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윤 후보는 이날 캠프에서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았던 4선 권성동 의원을 후보비서실장으로 선임했다. 기존 캠프 인사인 권 의원을 선대위 첫 인선으로 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 권 의원은 선대위 조직·인선과 관련 원로와 중진, 당 관계자들과 협의하는 채널을 담당한다.

    윤 후보는 '주말 내 다른 후보(홍준표·유승민·원희룡)들과 연락했는지'를 묻자 "주말에 제가 뵈려고 시도했는데, 아직 휴식하고 계신 것 같다"며 "제가 너무 빠른 시간 내 뵙자고 반복해서 말씀 드리는 것은 오히려 누가 될 것 같아서 일단 몇 차례 연락을 취해보고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일정으로 국회 헌정회관을 찾아 정치원로들을 만났다. 이후 비공개로 광화문 경선 캠프 해단식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