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공익개발이라면서 토지 수용… 지나고 보니 특정인들 주머니만 불려"주민들 "분양가 왜 비싼가 했더니… 특정 업체에 특혜 주려고 시민에 피해 준 것"송전탑 지하화 요구에 성남시 "시행사와 해결하라"… '성남의뜰' 되레 주민에 소송
  • ▲ 경기 성남 판교 대장지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정상윤 기자
    ▲ 경기 성남 판교 대장지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정상윤 기자
    지난 25~2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대장지구 일대는 아파트 입주 준비가 한창이었다. 단지 입구에는 '입주를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주말을 맞아 대장동 내 아파트단지 곳곳에서는 이삿짐을 실은 사다리차가 쉽게 눈에 띄었다.

    대장지구는 판교신도시에서 남쪽으로 3km 떨어진 곳이다. 지난 5월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부터 입주를 시작해 7개 단지, 3500여 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더샵판교포레스트와 힐스테이드판교엘포레 등 나머지 단지도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 입주가 예정됐다.

    "누구는 1000배 벌었다는데... 아파트 인프라는 엉망, 인근에 마트도 없어"

    문제는 대장동 내 주거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민편의시설·교육시설·교통편 부족 등 그간 여타 신도시들에서 초창기에 터져 나왔던 문제점들이 여기서도 보인다. 아파트 상가에는 편의점·부동산·카페 정도만 입주한 상태다.

    여기에 단지 조성공사를 위해 흙과 돌을 실은 트럭이 편도 2차선 도로를 쉴 새 없이 오가며 뿌연 먼지를 일으키고는 했다. 길을 지나는 주민들은 공사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손부채질을 하며 인상을 찌뿌렸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왔다는 김모 씨 부부는 "공사가 도대체 언제 끝나는 것인지, 아이를 데리고 나오기가 불안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씨는 "이 좁은 도로에 덤프트럭들이 달리면서 먼지를 일으키는 데다, 트럭에 실렸던 작은 돌이나 흙이 떨어지기도 한다"며 "이미 입주했는데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한탄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지금도 교통편이 좋지 않아 출퇴근시간이면 도로가 꽉 막히는데, 입주가 완전히 마무리되면 주차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씨의 부인 역시 "여기에는 학교도 없고, 주민등록등본을 떼려 해도 대장동에 주민센터가 없어 차를 타고 옆동네로 가야 한다"며 "이 대단지가 들어서는데 마트조차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조용하고 공기가 좋은 동네라고 해서 이사했는데, 그냥 산동네에 온 것 같다"고 지적한 김씨의 부인은 "시민들을 위한 개발사업이라더니 돈 벌고 나니 시민들의 불편은 안 보이나 보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 ▲ 지난 26일 대장지구 내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로 돌과 흙을 실은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 26일 대장지구 내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로 돌과 흙을 실은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성남시민 위한 사업이라더니 고가 분양… 특혜는 '성남의뜰'로"

    주민들은 "'대장동 개발사업이 성공한 사업'이라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대장동 땅을 팔아 특정인들만 이익을 본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분양수익이 '성남의뜰'로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힐스테이트판교엘포레 주민 최모 씨는 "내가 대장동 초기 입주민인데, 당시 인근 동네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800만원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2000만원으로 오히려 더 비쌌다"면서 "성남시민을 위한 사업이라더니 수익금은 어디로 가고 업체들만 1000배가 넘는 이익을 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금은 아파트값이 올랐으니 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파트값은 전국이 다 오르지 않았느냐"고 반문한 최씨는 "여기는 무슨 닭장도 아니고, 아파트만 지어 놓고 편의시설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 '성남의뜰'과 '화천대유'가 돈으로 챙겼다"

    인근 공인중개소 대표 이모 씨는 "대장동 문제가 처음 거론됐을 때만 해도 주민들이 아파트값에 영향이 있을까봐 조금은 쉬쉬 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런데 뉴스를 보다 보니 해도 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주민들끼리 서로 얘기도 하고 어떻게 될까 걱정도 하는 것 같다. 주민들 단톡방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씨는 "사실 처음에는 주민들도 새로운 아파트단지를 만들어 줬으니 이재명 지사에게 고마워하기도 했다"면서 "이 단지 아파트가 초기에 예상보다 많이 비쌌다. 전용면적 84㎡형이 7억원에 분양됐는데, 그 이유가 '성남의뜰' '화천대유' 때문이었나 하는 의심을 하다 보니 억울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여기 아파트값도 많이 올라 손해 본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이 대단지에 편의시설 하나 갖춰진 것이 있는지 둘러봐라. 성남시가 개발이익금을 제대로 환수했다면 시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질타했다.
  • ▲ 대장동 아파트 단지 옆에 송전탑이 서있는 모습이다. ⓒ정상윤 기자
    ▲ 대장동 아파트 단지 옆에 송전탑이 서있는 모습이다. ⓒ정상윤 기자
    익명을 요구한 대장동의 한 아파트단지 입주민대책위원회 대표 A씨는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를 '성남의뜰'과 '화천대유'가 돈으로 챙겨간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장동에 살던 원주민들은 시민을 위한 공익개발이라고 해서 토지 수용을 받아들였다"고 소개한 A씨는 "그런데 입주민들이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을 권리를 빼앗아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것은 사기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성남시-성남의뜰, '송전탑 지하화' 민원 '뒷전'… 성남의뜰은 되레 주민 상대 소송

    A씨는 성남시가 대장동에 단지만 지어 놓은 뒤 사실상 나 몰라라 한다고도 주장했다. "대장동에는 수천 명이 살게 되는 대규모 주거단지인데 아파트단지 사이로 송전탑이 지나간다"고 지적한 A씨는 "처음 입주 당시 성남시는 송전탑을 지하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에 민원을 넣어도 시행사와 해결하라며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성남의뜰은 송전탑 지중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을 오히려 고발했다"고 전한 A씨는 "도대체 대장동 개발사업은 누구를 위한 사업이고, 화천대유는 누구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샵판교포레스트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B씨는 "나도 처음에 분양 안내를 할 때 입주를 시작할 즈음에는 송전탑 지중화가 완료될 것이라고 안내했다"며 "그런데 아직도 송전탑이 버젓이 남아있어 입주민들한테 사기를 친 꼴이 됐다"고 토로했다.

    B씨는 "거기에 성남의뜰은 주민들이 정당한 요구를 하는데 소송을 걸었고, 성남시는 이를 모른 척하고 있다"면서 "대장동은 '성남의뜰'을 위한 동네인지 성남 주민을 위한 동네인지 모를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은 주민들의 이 같은 요구에 되레 소송으로 맞섰다. '성남의뜰'은 지난해 3월 대장동 예비입주자협의회가 송전탑 지중화를 시행사에 요구하도록 성남시 등에 압력을 넣었다며 협의회 대표 등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주민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 지난 26일 대장지구 내 아파트 인근에 설치된 송전탑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 26일 대장지구 내 아파트 인근에 설치된 송전탑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