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외교부차관 “북한 영변 핵시설 재가동, 남북합의 위반 아니다”… 靑 “같은 맥락 의견”태영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파탄 숨기려는 억지”, 유동열 “이게 위반 아니면 뭐가 위반이냐”
  • ▲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7일 국회 외통위에 출석해
    ▲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7일 국회 외통위에 출석해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남북정상 간에 했던 합의 위반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4·27선언 등을 통한 남북 간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는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의 발언이 후폭풍을 일으켰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파단을 인정 않으려는 억지”라고 비판했다. 안보전문가들도 “핵시설 재가동이 합의 위반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위반이냐”며 최 차관을 비판했다.

    최종건 “영변 핵시설 재가동, 남북합의 위반 아냐”… 靑 “청와대도 같은 맥락 의견”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의원들로부터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사실이라면 2018년 4월 판문점선언 등에서의 남북합의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최 차관은 “그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최 차관은 “북한은 2018년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이어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을 폐쇄했다”면서 “4·27판문점선언이나 9·19평양선언에서 합의한 내용 가운데 북한이 가시적으로 취한 (비핵화를 위한) 조치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가 지난 7월27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 원자로를 가동하는 징후가 있다”며 “유엔 대북제재를 명백히 위반한 행동”이라고 지적한 것을 두고 최 차관은 “보고서 내용이 옳다 그르다고 말하지 않겠다”며 답을 피했다.

    최 차관의 발언은 곧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최 차관을 두둔했다. 이날 '최 차관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남북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했는데 청와대도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도 같은 맥락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태영호 “文정부의 황당한 궤변… 남북 정상회담 왜 했나”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최 차관과 청와대의 말을 두고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남북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황당한 궤변”이라며 “문재인정부는 이럴 거면 남북 정상회담은 대체 왜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 ▲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의 방명록 작성을 기다리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의 방명록 작성을 기다리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 의원은 7일 성명을 통해 “최종건 차관의 주장은 꿈보다 해몽인 억지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9·19평양선언 제5항을 보면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라고 돼 있고, 세부 조항에는 ‘북측은 미국이 6·12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고 있다”고 지적한 태 의원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비핵화와는 정반대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명백한 남북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태 의원은 “이 문제를 궤변으로 덮고 가려는 것은 문재인정권이 임기 내내 외교적 자산을 쏟아 부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파탄났다는 사실을 인정 않으려는 억지에 불과하다”면서 “영변 핵시설 재가동으로 북한 핵무기가 늘어나고 더 정교해지는데도 이것이 4·27판문점선언 위반이 아니라면 문재인 대통령은 왜 정상회담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보전문가들 “이게 남북합의 위반 아니면 뭐가 위반?”

    자유민주연구원 유동열 원장은 “4·27선언이나 9·19선언 모두 한반도의 영구적 비핵화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그럼에도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두고 남북합의를 어긴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최 차관의 태도는 북한의 비위나 맞추려는 문재인정부 관계자들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유 원장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 핵 개발이다. 북한 핵 개발에서 핵심 시설인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다는 것은 한반도의 영구적 비핵화를 거부하고 4·27선언과 9·19선언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게 남북합의, 공동선언 위반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위반이냐”고 되물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 차관의 발언을 언급한 뒤 “이는 문재인정부에서 만들어진 남북합의가 얼마나 엉성한지, 합의 이후에 왜 남한이 북한에 끌려 다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4·27판문점선언의 3조 4항에는 한반도의 영구적 비핵화 조치 이행이라는 원칙이 적혀 있고, 여기에 (비핵화를 위해 남북한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면서 “(최 차관의 주장을 보면) 외교안보의 A, B, C를 알고 있는지 안타까울 정도”라고 비판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던 문재인정부는 이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가동해도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부인한다”고 질타한 신 센터장은 “이런 논리라면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배치해도 남북합의 위반이 아닌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