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언론중재법 투쟁태세로 전환… 국제언론인협회·한국언론학회도 "언론 보도 위축" 우려 표명
  • ▲ 허성권 KBS노조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철폐투쟁 범국민 공동투쟁 위원회 결성식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규탄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허성권 KBS노조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철폐투쟁 범국민 공동투쟁 위원회 결성식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규탄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19일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언론계에서는 "원점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반발이 일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반대에도 허위 조작보도에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게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언론노조 KBS본부 "언론개혁에 눈 돌리는 파렴치한 행태 누가 보이나"

    이날 오전 11시 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비상쟁의대책위원회는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1인시위를 열고 언론중재법 대응투쟁에 나섰다. 앞서 지난 18일 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고 언론중재법 대응투쟁 등을 위해 비상쟁의대책위원회로 전환했다.

    노조는 결의문을 통해 "현업 언론인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에서까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은 그대로 밀어붙일 기세"라면서 "엉뚱한 정책을 '언론개혁'이라 포장하고, 진정으로 해야 할 언론개혁에는 눈을 돌리는 파렴치한 행태를 누가 보이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도 언론중재법 통과에 반발하고 나섰다. KBS노조는 전날(18일)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가동에 들어갔다.

    허성권 KBS노조 위원장 삭발 감행 "언론독재법이 웬말이냐"

    허성권 KBS노조위원장은 이날 법안 통과 직후 국회 정문 앞에서 '언론중재법 철폐투쟁 범국민 공동 투쟁위원회' 결성식을 열고 삭발을 감행했다. 

    허 위원장은 "언론독재법이 웬말이냐"며 "정치징벌법부터 만들라"고 규탄했다. 그는 "징벌적 손해법은 언론 취재의 씨를 말리는 법이자 탐사보도 끝장법"이라고 규정한 허 위원장은 "민주당은 징벌적 손배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외쳤다.

    이 자리에 함께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여당의 언론중재법 국회 통과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원내대표는 "허성권 KBS 노조위원장의 삭발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냥 따뜻하게 권력이 주는 보도자료나 베끼고, 보도하라는 것 보도하고, 보도하지 말라는 것 보도 안 하면 그냥 봉급 받아서 정년까지 잘 지낼 수 있을 터인데 왜 저렇게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가시나 생각이 들었다"며 "왜 그랬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청와대와 민주당을 향해 "권력을 쥐고 나니 꼰대가 되고, 수구가 되고, 기득권이 됐다"고 비판한 김 원내대표는 "권력의 맛이 달콤하니 계속 국민을 속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놓고 영구집권하겠다고 획책하고 있는 것이 언론재갈법"이라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우리는 정의를 위해서, 자유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워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 ▲ 비상쟁의대책위(쟁대위)로 전환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19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정부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언론중재법 독소조항 직시, 원점 재검토' 등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상윤, 옥지훈 기자
    ▲ 비상쟁의대책위(쟁대위)로 전환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19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정부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언론중재법 독소조항 직시, 원점 재검토' 등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상윤, 옥지훈 기자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처리에 따른 언론과 시민단체, 학계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언론인협회(IPI, International Press Institute)는 17일(현지 시간)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 "모호한 규정과 개념의 불확실성 때문에 언론의 비판보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1950년 결성된 IPI는 언론 자유 수호 활동을 하며, 전 세계 언론사 편집자들과 미디어 기업 임원 및 주요 저널리스트들이 참여한다.

    국제언론인협회 "언론의 비판보도 위축시킬 것"

    IPI는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언론인들은 잘못된 보도에 의도적이지 않다(unintentional)는 것을 자기들이 입증하는 책임까지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콧 그리펀(Scott Griffen) IPI 부국장은 "과도한 징벌적 손해액 때문에 언론 보도에 불만을 품은 특정인이 언론인과 언론매체를 대상으로 '경제적으로 파탄시키겠다'(economic ruin)는 위협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한다"면서 "전 세계 권위주의 정부들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억제하려 '가짜뉴스법'(fake news law)을 채택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런 추세를 따르다니 실망스럽다"고 강조했다.

    정의당과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 등 언론 4단체는 17일 민주당을 향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처리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시민 피해구제라는 명분으로 언제라도 정치권과 자본이 언론의 견제를 무력화하고 통제와 공격을 일삼을 법적 근거를 만들어 놓았다"며 "지금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훗날 한국 언론사에 유례 없는 언론 자유 침해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국언론학회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위축 가능성"

    한국언론학회도 같은 날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따른 현안 토론회를 열고 법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은령 SNU 팩트체크센터장은 토론회에서 "코로나19 관련 허위 조작 정보나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로 유포된 잘못된 정보들을 검증한 것은 오히려 언론이었다"고 꼬집었다. 

    정 센터장은 그러면서 "법적 규제가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해외도 법 대신 미디어 리터러시나 팩트체크 강화대책을 내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석태 세명대 교수는 "가짜뉴스에 대한 공감이 없는 데다 정책목표와 수단이 상응하는지 의문"이라며 "개정안대로면 손해배상 인정 범위가 판사의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오히려 기준액 산정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