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8월12일 이준석과 통화… 양심 걸고 책임질 수 있는 내용"이준석, 최고위서 이례적 모두발언 생략… 페이스북 활동도 멈춰尹측, 공개 대응 않기로… 일각선 "발언 경위 당 대표가 밝혀야" 촉구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원희룡 대선 예비후보와 통화에서 "윤석열 예비후보는 금방 정리된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 안팎으로 논란이 확산했다.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 주관 토론회를 두고 이 대표가 윤 예비후보 측과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당 핵심 대선주자를 겨냥한 발언으로, 공정한 경선 관리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토론회 개최를 취소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는 모습이다.

    원희룡 "이준석, '尹 금방 정리된다' 말해" 폭로

    원희룡 예비후보는 17일 국회에서 공약을 발표한 후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예비후보는 금방 정리된다'고 말한 것을 직접 들었다"며 통화 시기는 "지난 8월12일, (이 대표가) 상주에 있을 때"라고 폭로했다.

    원 예비후보는 "대표가 특정 후보가 '정리된다'라는 것은 갈등이 정리된다는 뜻이 아니라 후보로서 지속성이 정리된다는 뜻"이라며 "앞뒤 발언도 있는데 그것까지는 옮기고 싶지 않다"고 덧붙여 이 대표가 윤 예비후보와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는 추측을 낳았다.

    "제 기억과 양심, 모두를 걸고 책임질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한 원 예비후보는 "특정 주자에 대해 (그렇게 언급)하는 부분은 충격이었다. 불공정의 시비와 회오리 속에 당 대표가 있어서 너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당 대표의 특정 대선후보 비판에 파장

    내년 정권교체가 목표인 제1야당 대표가 대선 경쟁자에게 윤석열 예비후보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선거 중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당내 주자들의 반발에도 경준위가 주도한 예비후보 토론회를 강행해온 점도 특정 주자를 낙마시키기 위한 전략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 12일 윤 예비후보와 통화를 녹음했고, 실무진이 녹취를 풀어 문서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표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윤 예비후보도 불쾌한 심기를 숨기지 않으며 양측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모두발언을 생략했다. 현안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던 이 대표가 휴가 복귀 이후 처음 참석한 회의에서 침묵하자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통화 당사자인 원 예비후보의 폭로로 적잖이 당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불공정 경선 관리를 지적했고 이 대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또 그간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과 관련한 각종 논란을 반박해온 이 대표가 이날에는 한 개의 게시글도 올리지 않으며 인터넷 공간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의 경선 공정성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대선 캠프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기로 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와 원 예비후보 간 나눈 대화에 대해 저희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캠프 일각에서는 당 유력 대선주자를 겨냥한 발언과 관련해 이 대표의 조속한 견해 표명을 촉구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의문을 표했던 부분이 현실로 드러나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원 예비후보와 통화에서) 실제로 그런 얘기가 있었는지에 대한 진위를 비롯해 발언 경위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도부, '월권' 논란 토론회→ 비전발표회 변경키로

    한편, 당 지도부는 이날 2시간 가까운 격론 끝에 '월권' 논란을 일으킨 18일과 25일로 예정된 대선 예비후보 정책토론회를 25일 비전발표회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 대표가 강행 의지를 보였던 경준위 주도 토론회를 취소하며 갈등 봉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회의 후 "경준위가 기존에 기획한 18, 25일 토론회는 김기현 원내대표의 중재안에 따라 25일 비전발표회로 대체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최고위원 전체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18일 토론회가 무산된 이유는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당 내에 중재안이 있었고 많은 의견이 있다 보니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이 합리적인 방안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6일 출범하기로 했다. 다만 선관위원장은 이날 결정되지 않았다. 이 대표가 경준위원장인 서병수 의원을 선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복수의 최고위원이 공정 경선 논란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