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석 시 불이익 있다"는 말에 항소심 출석… 질문 못 알아들어 부인 이순자 씨가 대신 답해
  • ▲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기 9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법원에 도착한 모습. ⓒ뉴시스
    ▲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기 9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법원에 도착한 모습. ⓒ뉴시스
    경호인력의 부축을 받으며 재판정에 들어선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재판 시작 25분 만에 법정을 나갔다. 

    광주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재근)는 9일 오후 2시 전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1심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항소심 공판 첫 출석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 한 고(故) 조비오 신부는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항소심 공판에는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그동안 "항소심은 법리상 피고인이 불출석해도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피고인 없이 재판을 할 수는 있으나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경고 때문에 이날 재판에는 참석하게 됐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낮 12시34분쯤 광주지법에 도착했다. 그는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 "광주시민과 유족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들어갔다.

    법정에서는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와, 검찰과 피고인 양측이 신청한 증거조사 및 증인 채택 결정이 이뤄졌다.

    청각보조장치 끼고 질문 받아… 이름·출생연도만 본인이 대답

    전 전 대통령은 청각보조장치(헤드셋)를 착용하고 질문을 받았으나 상당부분을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이름과 출생연도만 스스로 대답하고, 생년월일·주소·본적의 세부 내용은 부인인 이순자 씨의 도움을 받아 답했다. 

    인정신문 이후에는 피고인석에 앉아 졸다가 재판 시작 25분 만에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경호원의 부축을 받고 퇴정했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에게 퇴정 후 법정 밖에서 대기하며 휴식을 취하라고 조치했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신청한 현장검증조사는 하지 않고 증인만 일부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40년 전 전일빌딩에서의 상황을 동일한 조건에서 재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고, 군부대에서 해줄 의무도 없다"며 "실익이 없어 채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심 불출석 증인 4명,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증인으로 채택

    채택된 증인은 당시 광주로 출동했던 506항공대 조종사 중 1심에서 불출석한 증인 4명과, 회고록 편집·출판에 관여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다. 

    정웅 당시 31사단장과 장사복 전 전투교육사령부 참모장을 대상으로 한 증인 신청은 기각됐다. 정 전 사단장의 경우, 현재 99세의 고령이라 건강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장 전 참모장은 그가 당시 최고 명령권자가 아니었고 기존 증인들과 큰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재판부는 "증인 신청이 많아지면 일주일에 두 번도 재판할 수 있다"며 "재판 지연은 하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재판을 지연하지 않고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채택된 증인들이 출석하는 대로 다음 기일부터 증인신문을 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재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