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연발' MBC 총책임자 박성제 사장, 당장 사퇴해야
  • ▲ 박성제 MBC 사장. ⓒMBC·연합뉴스
    ▲ 박성제 MBC 사장. ⓒMBC·연합뉴스
    심각한 오보와 혐오, 허위보도 등에 대해 우리나라 언론사만큼 뻔뻔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무조적인 사퇴나 해임이 문제해결의 만능은 아니지만 언론자유를 중시하는 외국의 사례를 알면 사고를 치고도 배째라 태세로 나오는 우리 언론의 무책임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선진국 언론사들은 대표이사의 부적절한 사적 언행만으로도 책임을 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2년 영국 공영방송 BBC의 조지 엔트위슬 사장은 자사 간판 시사프로그램 ‘뉴스나이트’가 보수당 거물 정치인을 아동성추행범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오보를 냈다가 취임 54일 만에 사임했다. 2011년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의 론 쉴러 부사장은 사적인 자리에서 공화당과 보수 유권자 단체 ‘티파티’를 겨냥해 심한 발언을 한 게 몰카에 찍혀 공개되자 곧바로 경질되고 사장까지 사임했다. 2009년 일본의 니혼TV 사장은 자사 고발 프로그램이 지자체에 대한 거짓 비리 제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보도했다가 오보를 낸 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2017년 미국 CNN은 보수 정치평론가이자 해설위원 제프리 로드가 나치식 인사를 트위터에 올렸다는 이유로 해임했다. “극우파를 비꼬기 위해 쓴 말”이라는 그의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문사의 경우도 비슷한데 일본 아사히신문은 ‘제주도에서 조선인 여성들을 사냥하듯 강제로 연행했다’는 요시다 세이지 오보를 인정하고 관련 기사들을 취소하고 사장은 사퇴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납치돼 12년 간 노예생활을 한 흑인 남성에 관한 보도에서 주인공 이름이 잘못 표기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161년 만에 정정보도를 했다고 한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외국의 언론사들은 자사 보도에 꼼꼼하고 무한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만큼 언론자유가 보장된 선진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언론의 책임의식이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랄까.

    세계적 망신 MBC 사장의 기이한 버티기 신공


    해외 사례를 알수록 우리나라의 언론사들은 언론자유를 넘어 방종에 가까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각 나라마다 언론환경이 다르고 역사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경우는 해도해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명색이 공영방송사들이 ‘검언유착’이라는 사실상의 정치공작 오보를 내고도 양승동 KBS 사장은 사퇴는커녕 철저한 진상조사도 없이 취재기자와 보도라인 담당자들마저 솜방망이 징계로 끝내고 덮어버렸다.

    MBC 박성제 사장은 검언유착 의혹은 허구가 아니라며 아예 보도에 문제가 없는데 일부 언론이 몰아간다며 법원 판결까지 부정하고 남에게 덮어씌우면서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조국 구하기 서초동 집회 참석인원을 ‘딱 보니 100만명’이라는 참으로 기이하고 독특한 시각을 가진 박 사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논문을 취재한답시고 경찰을 사칭한 자사 기자 징계건은 어떻게 다룰지 궁금할 따름이다.

    더 뻔뻔하게 느껴지는 건 올림픽에서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고도 여전히 자리에서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MBC가 올림픽 개회식에서 옛 소련연방 시절 벌어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독립국 우크라이나를 소개할 때 내보내더니 시리아를 소개할 때는 내전 사진, 아이티 소개에서는 대통령 암살 관련 사진을 실었다. 루마니아는 드라큘라 사진, 노르웨이는 연어 사진을 실었다. 그 나라들이 드라큘라와 연어가 자신들을 상징한다고 생각이나 할까. MBC는 왜 자신만의 편견을 세계에 강요하나. MBC가 사고 친 국가는 이들 국가만이 아니라 훨씬 더 많다.

    그 뿐 아니라 MBC는 축구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은 상대 국가 선수의 이름까지 적시하여 조롱하는 저열함까지 자랑했다. 열심히 싸운 우리 선수에 “원했던 메달색은 아니지만”이라는 부적절한 캐스터 발언은 오히려 MBC에서 자연스러운 것인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삼류 국가의 방송사에서도 차마 하기 힘든 짓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연일 논란이 거듭되자 박 사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도 나서겠다. 전사적인 의식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박 사장의 약속이다. 필자는 이런 박 사장에게 해외 언론의 지적 “용납할 수 없는 실수”(CNN), “고정관념을 고착화한다”(뉴욕타임스)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글의 서두에 사임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경우에도 해외 유수의 언론사 경영진은 최선을 다해 책임져온 사례들을 소개했다.

    지금까지 해온 MBC의 행태로 봐서도 박 사장이 진상조사를 하고 담당자들을 엄격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최소한의 상식과 기준이 허물어진 행태를 방관, 방치해온 언론사 사장이 “인류 보편의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성평등 인식을 중요시하는 제작 규범이 체화될 수 있도록 의식 개선을 하겠다”는 막연한 약속으로 버티는 것은 국민과 세계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대형 사고를 친 공영방송 사장이 보일 수 있는 태도가 아니란 얘기다. 박성제 사장은 즉각적인 사퇴로 책임을 지기 바란다. 그게 박 사장이 지금 당장 실천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