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법학자' 최종고, 6.25전쟁 참상 기록한 전 세계 작가 소개
  • 6.25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덧 70년이 지났지만 이 전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남북통일을 위해 6.25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돼야 한다는 주장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지향한다고 해서, 참담했던 동족상잔의 비극을 쉽게 잊을 수 있을까? 3년간의 혈전, 지금도 종전이 아닌 정전상태로 남아 있는 이 민족사적 '피멍'을 우리는 결코 지울 수 없다.

    게다가 6.25전쟁은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비극이면서 16개국의 유엔군이 참여한 20세기 대전쟁 중 하나다. 당시 목숨을 걸고 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에도 6.25전쟁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 민족의 비극을 간과하지 않고 이역만리를 달려온 참전용사들은 비극의 현장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이들은 이 전쟁의 참상을 널리 알리고, 잊지 않기 위해 펜을 들었다. 군인이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6.25전쟁을 접한 많은 지성인들이 문학작품과 르포, 회고록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이 전쟁을 기술했다.

    세계의 명저들 속에서 6.25전쟁을 발견하다

    '세계문학 속의 한국전쟁 - 38인의 작가로 읽다(도서출판 와이겔리 刊)'는 여러 관점과 방식으로 6.25전쟁을 서술한 38명의 작가들을 발굴·소개한 책이다.

    △맥아더 장군, 리지웨이 장군, 클라크 장군 등 전쟁에 참여한 '산증인'들과 함께 △마거리트 히긴스 뉴욕 헤럴드 트리뷴 기자 등 전쟁의 현장을 증언과 기록으로 남긴 기자들 △펄 벅, 토니 모리슨, 한수인 등 전 세계 문학인들 △6.25전쟁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밝힌 정치학자·역사가들도 작가군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인(29명), 중국인(3명), 독일인(1명), 프랑스인(1명), 그리스인(1명), 인도인(1명), 인도네시아인(1명), 영국인(1명) 등 작가들의 인종도 다양하다. 미국인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영어로 작품활동을 하고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한국계 작가도 4명이 포함됐다.

    이들에게 비쳐진 6.25전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들이 펴낸 책들을 찾아 6.25전쟁의 실상을 발견한다.

    영화 '모정' 모티브 된 편지… 국내 최초 번역 소개

    특히 이 책에는 영화 '모정(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의 원작소설가인 한수인이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이안 모리슨에게 받은 연서가 국내 최초로 번역돼 실려 눈길을 끈다.

    중국계 작가인 한수인은 전쟁 통에 사망한 애인의 편지를 나중에 받고 이 소설을 쓰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이 편지에서 이안 모리슨은 한국인을 '이렇게 좋은 민족(such a nice people)'이라고 묘사했고, '공산주의와 반공산주의의 힘의 대결에서 피해를 보는 한국인에게 무한한 연민을 느꼈다'고 썼다"며 "삶과 죽음의 한계선에서 애인에게 쓴 이 편지는 전쟁의 참상과 인생의 의미, 문학과 철학을 농축한 문서라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한국어로 빛을 보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저자 소개


    최종고 = 1947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법대 교수(1981~2013년)를 지내고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2014년에 시인으로 2016년에 수필가로 등단했다.

    한국인물전기학회, 한국펄벅연구회, 서울법대문우회, 경맥문학회 회장으로 있으며, 국제PEN한국본부, 한국시인협회, 공간시낭독회, 한국문인협회상주지부, 서초문인협회 회원이다.

    시집으로 '법 속에서 시 속에서(1991)', '플루메리아 바람개비(1999)', '동서의 길목에서(2004)', '우면산(2005)', '중국여행(2005)', '시 쓰는 법학자(2007)', '아름다워라 프라이부르크(So sch?n ist Freiburg!, 2009)', '춘원 따라 러시아기행(2014)', '캠퍼스를 그리다(2016)', '괴테의 이름으로(2017)', '펄 벅 사랑하기(2018)'가 있고, '괴테와 다산, 통하다(2007)', '한국을 사랑한 세계작가들 I·II·III(2019~2020)', 영문서 'Law and Justice in Korea(2007)'와 'East Asian Jurisprudence(2009)' 등 60여 권의 저서가 있다.

    한국출판저작상(1981), 삼일문화상(2012), 한국창작문학상(2016)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