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그리스 신들은 과연 행복했을까?애절한 신화 속 러브스토리, 현대적으로 재해석
  • 그리스 신화에서 '불'과 '대장장이'의 신으로 묘사된 헤파이스토스(Hephaistus)는 너무 못생기게 태어나 어머니 헤라(Hera)에게 버림받고, 절름발이 신세가 됐다. 뜨거운 쇠를 두드리던 '추남' 헤파이스토스는 역설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미녀 아프로디테(Aphrodite)와 맺어졌지만, 이들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고 신화는 전하고 있다.

    에세이 '그리스 신화와 사랑 이야기(도서출판 비가람 刊)'를 출간한 윤재영(63) 전 샘포드 대학(Samford University) 교수는 일터에서 일만 하는 남자, 그로 인해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의 좌절은 신화 속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해 펴낸 기행 에세이 '그리스 유적지를 돌아보며'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작품에서 윤 전 교수는 고대 그리스 신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전하는 동시에 여성학자답게 현대적인 재해석을 덧붙였다.

    "저는 미국 남부 앨라바마주(Alabama) 버밍햄(Birmingham)에 살고 있어요. 마가렛 미첼(Margaret Mitchell)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중심 무대인 조지아주(Georgia) 애틀랜타(Atlanta)와 바로 이웃해 있지요. 최근 몇 해 동안 그리스 신화 속에 파묻혀 살았어요. 신화의 문을 열며 하루를 시작했고, 신화의 문을 닫으면서 하루를 마감했어요."

    윤 전 교수는 어려운 신화나 역사 이야기를 일반인도 쉽게 읽고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그리스 유적지를 돌아보며'와 '그리스 신화와 사랑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이번에 나온 '그리스 신화와 사랑 이야기'엔 여성의 관점이라는 전제가 붙었다.

    "죽어야 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의 삶이 비극인지 축복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고대 그리스 법을 만든 현자 솔론은 진정한 행복은 죽을 때 잘 죽는 거라고 했는데요. 다시 말해 사랑하며 살다가 사랑으로 죽는 거죠. 세월이 흘러 환경이 바뀌어도 신화가 주는 메시지는 반복돼 왔고, 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윤 전 교수는 서른 셋의 나이에 퍼듀대학(Purdue University)에서 박사 학위(아동학)를 받았다. 그런 그가 15년 동안 교수로 일했던 버밍햄 지역은 미국에서 상당히 보수적인 곳으로 통하며,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곳이다. 교수 임용 당시엔 수강생들과 교수들이 전부 백인들뿐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던 윤 전 교수는 여러 권의 시집을 냈고, 교수직을 그만둔 이후엔 다시 문학으로 돌아와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버밍햄 한글학교 교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그는 '이집트·요르단·이스라엘 순례기', '산티아고, 바람 부는대로' 등 매년 새로운 에세이를 내놓고 있다.
  • ▲ 에세이 '그리스 신화와 사랑 이야기'를 펴낸 윤재영(63) 전 샘포드대 교수. ⓒ뉴데일리
    ▲ 에세이 '그리스 신화와 사랑 이야기'를 펴낸 윤재영(63) 전 샘포드대 교수. ⓒ뉴데일리